"아동안전지킴이집 그게 뭔데요?" 부모 중 아는 사람 '0명'
"아동안전지킴이집 그게 뭔데요?" 부모 중 아는 사람 '0명'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2.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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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인천 부평구·경기 부천시·서울 영등포구 무작위 17곳 다녀보니…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인천 부평구에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위촉 받은 한 음식점.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위촉받은 인천 부평구의 한 음식점.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아동안전지킴이집’이요? 그게 뭔데요? 처음 들어봐요.”

19일 오전 9시 20분 인천 부평구 ‘부평남초등학교’ 정문 앞, 아이와 함께 이동 중이던 한 여성은 ‘아동안전지킴이집을 들어본 적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부평남초등학교 30m 안에 존재하는 ‘아동안전지킴이집’은 6곳. 기자가 만난 두 명의 부모들은 ‘아동안전지킴이집’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아동안전지킴이집’은 2008년 경기도 안양시에서 일어난 이혜진·우예슬 양 유괴·살해 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지역사회가 연계해 강력범죄의 표적이 되는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주로 학교 주변·통학로·공원 주변의 문구점, 편의점, 약국 등이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위촉돼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정부 24’에 따르면 아동안전지킴이집 자격 조건은 ▲아동보호, 제도 운영에 자발적 참여 의지가 강한 업소 ▲경찰 관련 협의회 등 평소 협력치안활동에 적극적인 업소 ▲사회봉사·아동보호에 관심이 많은 업소다.

위촉은 관내 지구대장·파출소장의 추천을 받거나, 업소가 온라인 신청을 하면 경찰서 심의위원회를 열어 적합한 업소를 판정해 선정하게 된다. 위촉된 곳은 출입문 유리에 아동안전지킴이집 로고가 그려진 스티커를 붙이고, 곰돌이 모양의 입간판을 세워둬야 한다.

아동안전지킴이집 제도는 시행 12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동을 키우는 양육자들 사이에서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베이비뉴스는 경찰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안전 Dream’에서 아동안전지킴이집을 확인했다. 17일 인천 부평구, 경기 부천시 중동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아동안전지킴이집 17곳과 그 주변을 직접 찾아갔다. 현장에서 만난 양육자 20명은 아동안전지킴이집을 “모른다”고 말했다.

오전 9시 45분, 인천 부평구 부평서초등학교 후문 앞에서 손녀의 손을 붙잡고 이동 중인 A(여) 씨를 만났다. A 씨에게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대해 묻자,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전 10시 5분, 부평역 8번 출구 앞에서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워주던 B(여) 씨에게 같은 질문을 해봤지만, 역시나 답은 “모른다”였다.

오후 2시 10분, 서울 영등포구로 이동했다. 영등포초등학교 인근에서 아이를 마중 나온 C(남) 씨도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후 그곳에서 15분 동안 만난 부모 4명 역시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들 중에는 아동안전지킴이집을 알고 있다는 답변이 많았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은 “아동안전지킴이집을 학교에서 들어본 적이 있다”며, “TV 광고에서도 본 것 같다”고 답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아동 3명도 '아동안전지킴이집을 안다'고 말했다.

◇ 아동안전지킴이집 점주들 인식도 높아… “직원들에게 행동수칙 교육도”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 위치한 포도할인마트 사장이 기자와 인터뷰하는 모습.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위촉된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할인마트 사장과 인터뷰하는 모습.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실제로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위촉된 업주들은 이 제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기자가 다녀간 인천·부천·서울 17곳의 모든 업주는 ‘아동안전지킴이집’을 알고 있었고, 행동수칙도 잘 숙지하고 있었다.

“제가 이 주변 아이들 다 압니다.”

경기 부천시 중동에서 만난 한 할인마트 사장의 말이다. 이곳은 아동안전지킴이집 스티커가 세 개나 부착돼 있었다. 이곳 주변에는 어린이집 6곳, 유치원 2곳, 도서관 3곳 초등학교 1곳이 있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카운터 위 ‘아동안전지킴이집 위촉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장은 “동네 엄마와 아이들을 거의 안다”며, “몇 년 전 길을 잃은 한 아이가 들어와 보호하고 도와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근처 ‘아동안전지킴이집’이 부착된 편의점에 들어섰다. 점장이라고 밝힌 여성은 “‘아동안전지킴이집’을 잘 알고 있고, 아르바이트생에게도 행동수칙을 교육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1년 전쯤 장애아동이 가게 앞 길가를 어슬렁거리는 걸 보고, 아이의 목에 채워져 있던 전화번호로 연락해 부모를 찾아준 적이 있다”고 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만난 부동산 공인중개사, 편의점 점장 등 업주들도 한목소리로 '아이들이 업소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며, '그때마다 아동을 보호하고 전화기를 빌려주는 등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아동안전지킴이집 현황’에 따르면, 전국 1만 2940곳이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위촉돼 있다. 아동안전지킴이집에서 범죄를 예방한 사례는 2019년 1만 2085건으로, 2018년 1만 1888건보다 197건 늘었다. 특히 범인 검거는 2019년 기준 555건으로 2018년 233건에 비해 322건 증가했다. 아동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아동 범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

한편 경찰청은 주식회사 BGF리테일과 함께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삼성동 BGF 사옥 대강당에서 ‘아동안전 시민상 시상식’을 처음으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아동안전지킴이, 아동안전지킴이집 업주 등 아동보호에 힘쓴 30명을 선정해 감사장과 상금 30만 원을 수여한 바 있다.

20일 경찰청 관계자는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2017년부터 대형 편의점과 협약을 맺고 아동안전지킴이집 홍보를 진행해오고 있다”면서, “올해도 아동안전 시민상 시상식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육자들 사이 인지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부모대상으로 따로 홍보를 하는 건 없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홍보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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