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지인이 곧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물건들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직접 만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녀는 한국, 나는 미국에 있는지라 마음만 보내기로. 두 아이를 낳았던 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나는 그때 뭐가 필요했는지 준비물 리스트를 꺼내 봤다. 물론 산모의 성향이나 아이가 태어난 계절, 또 태어났을 때의 몸무게나 키 등에 따라 필요한 물건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두 번의 출산을 겪으면서 내가 꼭 필요했던 공통 준비물 중에서 선물을 고르기로 했다.
◇“나는 그때 뭐가 필요했더라”… 두 번의 출산 기억을 '소환'했다
내 기억에, 아이가 신생아 때 제일 많이 필요했던 것 중 하나는 면 손수건(일명 가제 수건)이었다. 신생아는 조금씩 자주 우유를 토하고 그 시기가 또 지나면 침을 흘리기 일쑤라 넉넉하게 준비했다. 면 제품은 절대적으로 한국 제품이 좋아서 친정어머니를 통해 공수해왔던 기억이 난다.
면으로 된 신생아 옷도 많이 필요했는데, 우리 큰애는 2주 빨리 태어난 덕에 0~3개월용 옷이 넉넉하다 못해 큼직했고, 둘째는 예정일보다 늦게 태어난 데다가 키도 평균보다 많이 컸던 탓에 태어난 지 며칠 만에 0~3개월용 옷이 불편해졌다.
그래서 미국에서 한국에 출산 선물을 할 땐 보통 3~6개월용으로 얇은 긴소매면 옷을 준비한다. 태어난 아기의 키나 몸무게에 상관없이 필요한 사이즈고, 이런 옷은 계절에 상관없이 자주 입힐 수 있는 종류의 옷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한겨울에도 아이들에게 반소매 옷을 입히는 집이 많다. 하지만 한국은 계절과 상관없이 신생아를 너무 얇게 입히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긴소매면 옷은 그래서 실제 활용도가 높은 옷이다.
아기 엉덩이를 닦을 때 필요한 수건 대용 천도 많이 썼다. 미국에서는 속싸개와 같은 종류의 천을 파는데 이 천 역시 활용도가 높았고, 아직 기저귀를 사용하는 우리 둘째가 지금도 애용하는 물품이기도 하다. 여름에는 낮잠 잘 때 배를 살짝 덮어주는 용도로 쓸 수도 있어서 좋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에 디자인이 특이한 것들이 있어서 역시 선물로 자주 선택하는 것 중 하나다.
그 밖에 젖병이나 공갈 젖꼭지, 그리고 바운서 등은 모유수유 여부에 따라 변수도 있고, 각 아기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도 많은 데다, 때에 따라 사용을 거부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그건 출산 후에 골라도 늦지 않다. 우리 집의 경우, 첫째는 바운서를 거부하고 오로지 외할머니와 엄마의 품만 선호했고 작은아이는 바운서를 사랑했다.
한편, 미국에선 출산 전에 마트에서 출산선물목록을 미리 신청해두면 젖꼭지 등 특정 품목의 샘플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걸 미리 받아서 소독해놓고, 나중에 아기가 선호하는 제품을 추가로 사서 사용하면 됐다. 한국에서도 몇몇 육아용품 회사에서 이런 것을 미리 신청할 수 있다고 들었다.
참, 미국에선 영아 카시트가 필수다. 그래서 이건 반드시 사야 할 것이고, 가을이나 겨울에 태어난 아기는 카시트 위에 덮을 작고 따뜻한 담요도 필요하다. 그 외의 유모차 같은 큰 제품은 아기가 태어난 후에 사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아주 좋은 딜(Deal)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 마스크도 함께 준비하려는데… 어라, 미국에서도 마스크 품절이네
기억 소환을 대강 끝내고, 나는 실사용도가 높았던 3~6개월용 면 옷을 넉넉히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집 첫째가 새로 태어날 둘째와 함께 입을 수 있는 같은 디자인의 커플 셔츠도 함께 준비했다. 나는 손위 형제가 있는 집에 출산 선물을 할 때 될 수 있으면 그 집 형제들의 선물도 함께 준비하는 편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당분간 모든 일이 아기에게 집중될 텐데, 그때 형이나 오빠, 누나나 언니가 되는 큰아이도 함께 주목받고 축하받는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이번 선물을 챙기면서 새로 태어난 아기와 큰아이의 매칭 티셔츠도 함께 넣었다.
다음으로는 실제로 사용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한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마스크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해서 혹시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고 성인용 마스크와 유아동용 마스크도 함께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마스크를 살 수가 없었다. 약국과 마트를 세 군데가 가보았는데도 모두 품절이었다.
미국에선 의료진이 아니라면, 그리고 본인이 아파서 병을 전파할 위험이 있지 않다면, 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마스크를 쓰는 일이 거의 없다. 다만 소아과 등 병원 대기실엔 마스크가 비치돼있고, 감기 등을 심하게 앓는 환자에겐, 다른 환자에게 옮기지 않도록 마스크 쓸 것을 권장한다. 그래서 원래도 미국의 약국과 마트 등에서는 마스크를 많이 볼 수 없는데, 묘하게도 그마저도 모두 품절이었다.
집에 와서 온라인 몰도 검색해보았는데 대부분의 온라인 몰 물량도 품절 상태인 것을 보니,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아마 많은 이민자들이 고국에 마스크를 보내거나, 미국 내에서도 감염 예방을 대비하기 위해 마스크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결국, 마스크는 보낼 수 없게 됐다.
아기 백일이나 돌 이후의 선물은 좀 더 특별한 것을 하게 되지만, 같은 엄마로서, 출산을 앞둔 그녀를 위해 가장 실용적인 것들과 순산을 기원하는 마음을 먼저 보내고자 한다. 귀여운 아기 옷과, 면 속싸개, 애착 인형 등을 챙겨 넣으며 축하하는 마음도 상자 한쪽에 고이 담았다.
그나저나 아기 물건들을 다시 보고 있자니, 생각도 안 했던 셋째 생각이 슬그머니 피어오른다. 다둥이가 유난히 많은 이곳, 미국의 환경이 자꾸만 나에게 묘한 욕심을 불어넣는 것 아닌가. ‘만년 박사 수료생’인 엄마는 이내 “일단 졸업부터 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미 아이 둘로 충분히 행복하고, 무엇보다 ‘충분히’ 바쁘다.
한국에 있는 모든 산모와 아기, 그리고 그 가족들이 건강하게 이 시기를 헤쳐나가기를 기원하며, 조심스레 소포 상자를 포장한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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