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일 만에 통과된 유치원 3법… 걸림돌은 미래통합당"
"383일 만에 통과된 유치원 3법… 걸림돌은 미래통합당"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3.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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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국회로 ‘총선 마이크’⑤]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2018년 1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유치원 비리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김경희 간사가 발언하는 모습.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8년 1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유치원 비리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김경희 간사가 발언하는 모습.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8년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전국 유치원의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박 의원은 유치원 원장이 교비로 명품 가방과 성인용품 등을 구입한 사례 등 전국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음을 폭로했다. 양육자들은 들끓었고,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 부정회계 비리를 막고자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유치원 3법은 사립유치원 운영과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핵심 내용은 설립자가 유치원 원장을 겸임하지 못하게 하는 것, 모든 유치원에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것,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유치원을 포함시키는 것 등이다.

하지만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소위 ‘박용진 3법’에서 후퇴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내놓으면서 법안 통과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도 사유재산 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유치원 3법 통과를 반대했다. 결국 박용진 의원이 처음 발의한 원안이 아닌, 당시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이 대표발의 한 수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정치하는엄마들·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유치원 3법 통과를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여러 번의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열었다.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도 23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와 같이 활동하면서 유치원 3법 통과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법안은 패스트트랙 처리 기한 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법안은 지난 1월 1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패스트트랙에 올린 지 383일 만이다. 앞으로 유치원 3법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는 물론, 박용진 의원의 원안으로 개정하는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경희 간사가 바라본 20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새 국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2일 김 간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유치원 3법 늦어진 까닭… “유치원도 학교라는 인식 부족”

2018년 1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리유치원 문제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대토론회'에 참석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8년 1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리유치원 문제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대토론회'에 참석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먼저 20대 국회의 지난 4년을 돌아봤을 때 100점 만점에 몇 점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잘한 것을 먼저 꼽자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도 있고, 유치원 3법이 햇수로 3년에 걸쳤지만 통과된 점입니다. 다만 국공립 보육, 노인요양 시설을 늘리는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이 되지 않은 점과 국민들의 안전한 노후생활보장을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 과거사법은 당시 자유한국당의 일방적인 반대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65점을 주고 싶어요.”

Q. 20대 국회가 유치원 3법에 얼마나 공감했다고 보십니까.

“유아교육법은 투표의원 165명 중 164명(99%), 사립학교법은 투표의원 162명 중 159명(98%), 학교급식법은 투표의원 162명 중 160명(99%)이 찬성했어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부족했던 공적 관리감독 체계의 강화 필요성은 국회가 크게 공감했다고 봅니다.”

Q. 유치원 3법 통과에 가장 걸림돌이 된 것은 무엇이라고 보셨나요?

“유치원이 학교라는 법 인식이 부족했던 거죠. 유치원은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기관이고, 현행 교육관계법령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으로 명백한 공교육 과정입니다. 그런데도 사립유치원 운영을 단순히 자신의 땅과 건물을 투자해 이익을 얻는 사업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 비용을 보전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한유총의 ‘사유재산 인정’ 주장이나, 구 자유한국당의 ‘시설사용료 주장’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그런데 유치원 운영을 위해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일이라고 인정되기 때문에 취득세도 면제받아요. 애초에 적절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걸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알고 있었다고 봅니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논의할 때 당시 자유한국당은 대안법을 발의했습니다. 언론에서는 당시 자유한국당이 유치원의 ‘사유재산성’을 인정하는 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정작 발의된 법안에 해당 내용은 없었습니다. 유치원 3법이 본회의에서 논의되는 시점에 시설 사용료를 주장하며, 법안 발의를 한 것은, 어떻게든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기 위한 걸로 보였어요.”

Q. 유치원 3법 원안과 통과된 법안을 비교했을 때, 통과된 법안은 ‘몇 점’이라고 평가하시나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50점입니다.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고, 시·도교육청의 유아교육 전반의 평가 결과와 조치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유아교육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했어요. 특히 위반행위, 처분 내용, 해당 유치원의 명칭, 그 밖에 다른 유치원과의 구별이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치원의 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원했던 유치원 3법은 모든 유치원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건데, 통과된 법안에는 그 대상을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에만 한정할 수 있는 단서조항이 있어서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Q. 원안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개정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현행 유아교육법 제24조 제2항의 보호자에 대한 무상유아교육비용 지원(바우처 방식)에 따라 학부모의 아이행복카드를 이용해 유치원비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유아가 유치원에 소속돼 있는 경우 해당 유치원에 보조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 빠진 것이 유치원 3법 개정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해 용도와 목적을 지정해서 유치원에 직접 보조하고, 목적 외로 부당하게 사용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유치원 3법의 통과로 전면적으로 도입되는 에듀파인, 학부모 운영위원회 등의 실질적인 실행과 관리감독의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에듀파인 사용방법 교육지원, 교육지원청의 유치원 관리·감독 인력 충원 등도 필요합니다.”

◇ “유치원 소유자가 좌지우지 할 수 없는 구조 만들어야”

2018년 11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유치원 3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8년 11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유치원 3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유치원 3법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는 됐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다음으로 고민해봐야 할 지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현재 사립유치원의 경우 유치원의 설립·경영자로 하여금 유치원비를 달리 정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별도의 학부모 부담금을 부담하고 있고, 꽤 많은 금액을 추가로 부담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유치원비를 자율책정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차적으로 표준 유아교육비를 기초로 운영하고, 필요한 부분은 국·공립에 준해 법인 유치원에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도록 정책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유치원도 학교임에도 학교급식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습니다. 유치원 3법 통과로 ‘유아교육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유치원이 학교급식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유치원은 제외하게 됩니다. 규모가 작은 유치원의 현실적인 부분을 반영한 것일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적정한 급·간식을 제공하기 위한 대안 마련도 절실합니다.

아울러 비법인 사립유치원이 독과점하고 있는 지역들의 독점적 지위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법인 유치원으로 개편해 유치원 소유자 개인이 좌지우지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정책 역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합니다.”

Q. 참여연대는 유치원뿐 아니라 어린이집 비리근절을 위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유치원과 동일한 연령의 아동이 이용하는 어린이집 비리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문제제기가 돼오고 있습니다. 비리 사립유치원의 행태가 폭로된 2018년 10월, 보건복지부는 중앙보육정책위원회를 개최해 ‘어린이집 부정수급 및 관리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제도개선 지속 추진을 밝혔습니다. 관련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10월 4일 국회에 제출돼 3일 뒤(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어린이집의 재산이나 수입을 보육 목적 외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어린이 통학버스 하차 여부 확인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제재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으로, 유치원 3법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보다 안전하게 보육하기 위한 것입니다.”

Q.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빈곤 문제, 돌봄 공백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라는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민첩하게 응답해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의원들은 진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할 때 시민들이 그 노력을 알아주고 지지해줄 것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무겁게 느끼기를 바랍니다.”

Q. 이번 총선을 앞두고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으신가요?

“23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연대체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에서 총선정책 요구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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