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돌봄재난’… 근로시간 단축만이 답이다
코로나19 ‘돌봄재난’… 근로시간 단축만이 답이다
  • 기고=이민경
  • 승인 2020.03.0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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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민경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공인노무사
코로나19로 전국의 어린이집과 각급 학교가 23일까지 개학을 연기했다.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원에서 아이와 아빠가 킥보드를 타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코로나19로 전국의 어린이집과 각급 학교가 23일까지 개학을 연기했다.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원에서 아이와 아빠가 킥보드를 타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은 돌봄과 노동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저출생 문제의 핵심인 경력단절(고용단절)이라는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돌봄 이슈가 해결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근로시간의 단축, 경직된 조직문화의 개선은 물론 돌봄노동 당사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등 광범위한 노동 이슈를 건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돌봄과 노동의 다양한 양상들을 살펴보고, 노동현장의 문제를 매일 다루는 실무자이자 양육당사자로서 제언을 전하고자 한다.

◇ ‘본의 아니게’ 시작된 전 국민 유연근무제 실험

정부는 이번 돌봄재난 상황에서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 상황에서 준비 없이 재택근무를 실시하려다 보니 근로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내시스템을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IT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재택근무를 실시하라 해도 실질적으로 업무를 볼 여건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근무시간 내 출근을 금지하고 있다 보니, 일부 직원의 경우 퇴근시간 이후에 다시 사무실에 나가 업무를 처리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직원이 일을 하고 있는지 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한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나노’ 단위 일일근무일지를 제출하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일일근무일지를 내느니 차라리 출근하고 싶다는 하소연도 들려온다.

근무환경에 대해서도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니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잠깐 일하면 아이들이 물 달라 밥 달라며 찾고, 오랜만에 부모와 함께 있어 들뜬 아이들의 놀아달라는 요구를 거부하기도 쉽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일은 일대로 못하고, 아이와도 충실한 시간을 보내기 어렵고, 그런데도 가사노동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 차라리 사무실 출근이 낫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쾌적한 사무실의 편안한 의자와 책상이 그립다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재택근무 외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혼잡시간대를 피해 시차출퇴근제를 강제로 도입하거나, 필수유지인력이 돌아가며 최소인원으로 교대근무를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도를 ‘본의 아니게’ 도입하는 사업장이 늘면서 전 국민이 유연근무제 체험 환경에 놓인 느낌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인사노무관리에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성과평가에 대한 관리자의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눈에 안 보이는데 직원이 일을 하는지 놀고먹는지 어떻게 알겠느냐는 것이 관리자의 기본 마인드다.

이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면, 그동안은 대체 성과평가를 무엇에 근거해 했다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해당 사업장이 성과를 측정할 명확한 지표도 없고, 관리자가 그 성과를 올바르게 측정할 능력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직원을 물리적으로 감시하는 것 외에는 관리자가 팀원들의 성과를 관리할 능력이 전무하다는 의미다.

이는 사실 대한민국 곳곳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왜 직장인들이 성과평가 시즌만 되면 외근이나 출장도 자제하고 몸을 사리겠는가. 관리자의 눈에 최대한 자주 띄어서 관리자가 시키는 일을 재깍재깍 해내야만 높은 고과를 받는다는 것이 대한민국 직장인의 보편적인 상식 아니던가. 

따라서 재택근무가 보편화 및 효율화 되려면 관리자들의 성과측정 기준과 관점과 방법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정도로 성숙한 기업문화와 능력 있는 관리자들은 찾기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가장 불이익을 받는 것이 바로 양육자들이다. 아이 때문에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해야하는 워킹맘은 정리해고 1순위가 되고, 용기 내어 육아휴직을 낸 아빠는 ‘승진포기자’가 돼 조직 내에서 평생 ‘루저’ 딱지를 안고 버텨내야 한다.

집에 가서 아이들 재우고 밤늦게 일해서 보충하는 양육자의 고군분투는 관리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와 같은 경직되고 후진적인 기업문화가 결국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경력단절여성을 양산하는 악순환의 한 고리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 사람을 “갈아 넣어” 버텨온 돌봄노동에 변화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 세계의 경탄을 자아내고 있는 놀라운 진단검사 속도, 마스크나 진단키트의 신속한 생산은 모두 관련 업계 종사자를 소위 “갈아 넣음”으로서 가능한 것이다.

교육청의 긴급돌봄을 둘러싼 여러 논의도 결국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로 압축되고 있다. 긴급돌봄교실 갈등 및 불안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돌봄의 주체 : 돌봄전담사냐 교사냐 
▲식사 제공 : 학교에서 제공할 것이냐 각자 알아서 준비해올 것이냐 
▲돌봄종사자 당사자의 노동환경

첫 번째 이슈의 경우 벌써부터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돌봄전담사들은 안 그래도 한정된 인력으로 쪼개기 운영을 하고 있는데 긴급돌봄 업무까지 떠넘겨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교사에게 긴급돌봄교실을 운영하라고 하니 교사들은 교사의 고유업무가 아닌데 이렇게 떠넘기듯 받을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어느 한 쪽이 의견을 굽히기는 현실적으로 쉬워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 이슈는 어떠한가. 애초부터 방학 중에는 급식실이 문을 닫기 때문에 돌봄교실 대상자들도 급식을 제공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긴급돌봄교실을 운영하며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나 현재 급식조리사들의 경우 계속근로자로 인정은 받지만 방학기간은 무급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실제로는 12개월이 아닌 약 9개월에 해당하는 급여만 받고 있다. 또한 종사자 1인당 식수도 높아 평소에도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세 번째 이슈에 대해서도 당초 교육부의 발표 내용과 현장의 온도차는 크다. 곳곳에서 제보되는 내용에 따르면 돌봄교실이나 돌봄이 제공되는 장소의 현장 방역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으며, 종사자들도 마스크·손소독제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자비로 부담하도록 강요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2주간의 '잠시 멈춤' 캠페인에 관한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2주간의 '잠시 멈춤' 캠페인에 관한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 모든 이슈를 해결하자면, 결국 인력운영계획과 운용패러다임 자체를 새롭게 짜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현재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 및 처우는 교원의 그것과 천지차이다. 또 일부 시도교육청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피해가기 위해 돌봄전담사의 근로시간을 3시간 50분으로 제한한다거나, 풀타임 전담사를 두고 파트타임 전담사를 채용해 공백을 빠듯하게 메우고 있다.

그리고 이번 개학연기 기간 동안 교원은 자율연수(유급)나 재택근무로 처리해 급여가 삭감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른 공무직 직원들의 경우 이와 같은 유급 처리가 어렵다.

잠시 시선을 외국으로 돌려보자. 예전에 필자가 미국에서 보냈던 데이케어센터의 경우,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한 반에 교사 3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오전 7시 ~ 오후 3시/ 오전 9시 ~ 오후 5시/ 오전 11시 ~ 오후 7시 세 조로 나눠 시차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운영하면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에 일손이 넉넉해지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교사가 밥 먹고 화장실 다녀올 시간도 없는 우리나라의 보육환경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물론 보육료도 차이가 많이 난다).

어쩌면 우리는 애초부터 세 명이 할 일을 한 명 또는 두 명이 하도록 인력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니 관계부처들이 아무리 머리를 맞대도 답이 안 나오는 것이고, 당사자들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만약 돌봄전담사나 급식조리사 등 인력을 모두 풀타임화 하고, 9개월 근무가 아니라 12개월을 기준으로 운영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맞벌이 가정에서 가장 걱정하는 방학 중 급식공백 상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극한 노동환경을 반영해 초등돌봄교실 운영시간을 최소 오후 7시까지로 연장하고 그 안에서 저녁 식사까지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인원을 확충한 다음 2조 3교대 방식으로 운영하는 한편, 방학기간만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용한다면 ‘급식단절’ 없이 저녁 급식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운영하려면 일단 3개월치 급여를 더 지급하기 위해 인건비가 기본적으로 34%가 인상된다. 여기에 인력을 1.5배 늘려 운영한다면 대충만 계산해봐도 인건비가 두 배가 더 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산부서에서 들으면 기함할 일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쩌면 우리는 애초부터 두 명이 할 일을 한 명을 ‘갈아 넣어’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정된 파이를 가지고 제로섬게임을 할 것이 아니라 아예 파이 자체를 키워버리면 그 안에서 아웅다웅 다툴 필요가 없다.

이 같은 관점의 전환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교육환경과 신규 일자리의 창출이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인력구조를 개선해나가는 방향으로 푸는 것이, 소모성으로 유아가 있는 집에 일괄적으로 10만 원씩 나눠주는 것보다 더 나은 ‘투자’는 아닐는지. 

◇ 지금 당장 돌봄대란을 멈출 유일한 길, ‘노동시간 단축’

지금까지 논의한 사안들은 하나같이 조직문화의 변화와 막대한 인건비 지출이라는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것들이다.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지금 당장 실현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돌봄대란’은 이미 시작됐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이란 바로 돌봄 대상 자녀가 있는 양육자를 대상으로 급여삭감 없는 단축근무를 실시하고, 동시에 시차출퇴근제를 대폭 도입하는 것이다. 급여 삭감 없는 단축근무는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에 있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의 확대버전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만 8세 이하 자녀(장기적으로는 만 12세까지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를 둔 양육자라면 누구든 사유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회사가 이를 거부했을 경우 즉각적으로 과태료를 물리는 것이다.

또 참여기업에는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한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무급 가족돌봄휴가나 휴업으로 인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보다 훨씬 더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시차출퇴근제만 제대로 실시돼도 엄마아빠가 돌아가며 직접 아이를 등·하원 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 명은 오전 7시 ~ 오후 4시, 다른 한 명은 오전 10시 ~ 오후 7시, 이렇게 출퇴근 할 수만 있다면, 등원은 아빠가, 하원은 엄마가 직접 시키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경우 사업장은 단축근무라는 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손쉽게 인력을 운용할 수 있다. 방법은 이렇게 간단하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이 정도의 유연근무제도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기업문화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

또한 이 제도가 잘 안착되려면 주 52시간제를 오히려 더 철저하게 강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기업들은 이번에 주 52시간제를 강제하면서 제도적으로 유연근무제를 대부분 취업규칙에 이미 포함시켰으며, 근로시간 준수나 연차사용 시 사유제출의무를 없애는 등 생각보다 주 52시간제도에 빨리 적응해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주 52시간제 도입대상인 상시근로자 수 50인 이상 사업장이나 그보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의 경우, 아직 대비가 안 돼 있거나 조직문화도 그 정도로 성숙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근로시간 단축 위반 기업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처벌 의지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노동부는 사업장 대상 근로감독을 전면 중단하고 연장근무 기준을 완화하면서 그에 대한 처벌을 유예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 아닐까. 

돌봄 관련 정책을 디자인할 때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은 결국 ‘아이들을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둘 것인가’ 아니면 ‘유연한 근로시간으로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줄일 것인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후자야말로 초저출생국가인 대한민국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근로시간의 단축만이 답이다. 왜 가장 간단한 선택지를 놔두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학부모와 학교, 돌봄노동자와 교사가 서로 싸우도록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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