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하루에 125번까지 250매 공적 마스크 판매합니다. 126번 분부터는 주변의 다른 약국으로 가보세요. 서초구 약국은 9시부터 10시 사이에 판매하고 있어요. 저희는 오늘은 다 끝났어요.”
“끝이라고요? 아~ 벌써 끝났다고요?”
“아이X~ 다 팔렸어!”
공적 마스크 공급 5부제 실시 나흘째. 12일 목요일은 출생연도 끝자리 ‘4’와 ‘9’인 사람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날이다. 오전 9시 10분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역 인근의 한 약국 앞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각지에서 마스크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급기야 지난 9일부터 공적 마스크 공급 5부제가 시행됐다. 월·화·수·목·금 요일별로 정해진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한 사람당 마스크 2매씩 구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약국마다 마스크 공급 시간이 다르다 보니 기다림이 길어지기도 하고, 줄을 서 기다리다가 물량이 다 소진되면 시민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등 일선 현장에서는 혼선과 불편함도 여전한 상황.
서울 서초구는 오전 9시부터 공적마스크를 판매하기로 했다. 서초구는 주민들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일정한 시간 마스크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루 전날 다음날 판매할 마스크를 구가 빌려주는 개념을 도입했다.
생년 끝자리가 ‘4’인 기자는 12일 목요일 오전 9시, 일단 약국으로 가보자는 생각으로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역 인근의 한 약국으로 갔다. 시민들은 이미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줄 끝에 서 있기를 잠시, 9시 7분이 되자 약사가 나와서 시민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줬다.
기자에게는 115번 번호표를 쥐여줬다. 하루에 판매할 수 있는 마스크 수량이 250매, 125명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못 살 뻔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번호표를 받아들었다.
줄을 서 있는 시민들은 중장년 이상이 많았고, 주변 사무실이 많은 지역 특성상 30~40대 직장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양육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스크 구입을 기다리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60대 직장인 이호강 씨는 “공적마스크는 안 사면 기회가 소멸된다고 해서 직장 근처 약국으로 나왔는데 오늘만 사고 앞으로는 안 살 생각”이라면서, “굳이 마스크를 몇 개씩 비축해놓고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늘만 사고 그냥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남성은 “출생연도 끝자리가 4, 9이면 오늘 살 수 있다고 해서 회사 동료와 같이 약국을 검색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와 같이 있던 여성은 “집에 마스크가 20개 정도 있지만 다음주에도 살 수 있으면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 근처라 아침에 눈 뜨자마자 뛰어나왔다는 30대 여성은 “집에 마스크를 10개 정도 가지고 있는데, 그래도 불안해서 약국을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사러 왔다”고 말했다.
기자도 순서를 기다려 약국 안으로 들어갔다. 약사는 신분증을 확인하고 중복구매확인시스템에 입력했다. 정해진 요일이 아닌 날에 한 사람이 여러 번 구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리고 기자도 마스크 두 장을 살 수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한 지 16분 만이었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사들은 어떤 고충을 겪고 있을까. 유창하 서초백화점약국 대표약사는 “8시 30분에 약국 문을 여는데 그때부터 15명 정도가 줄을 서 있다"며, "8시 55분쯤 되면 40~50명 줄을 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번호표를 나눠주기 시작해서 '126번째부터는 우리 약국은 판매가 끝났으니 여유 있는 약국으로 가시라'고 돌려보낸다"면서, "마스크 판매는 30분 정도면 끝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 약사는 “한 사람이 일주일에 마스크 두 장밖에 못 산다고 불만, 또 저희 약국에서는 하루에 125명밖에 못 사니까 시민들 불만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나흘간 판매해보니 2500장은 있어야 주민 수요량이 감당이 될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다 떨어졌으니 주말에 오세요’라는 말을 할 때 마음이 안 좋다”고 털어놨다.
기자는 공적마스크 2매를 사들고 남부터미널역 근처 다른 약국들을 둘러봤다. 네 곳을 더 들렀지만 번호표를 주는 곳은 없었다.
한 약국 앞에는 약국 문 앞으로 50~60명 남짓 되는 시민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기다려봤자 마스크를 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 줄을 서 있던 한 시민은 “지금 40분째 기다리고 있어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구청에서 마스크 판매 시간을 통일해 공지했지만 약국 앞에는 공통적으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기자는 번호표를 미리 나눠주는 약국을 '운 좋게' 찾아간 덕에 헛수고 하지 않고 16분 만에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수십 분을 기다렸다가도 마스크를 사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서는 관내 약국들과 협의해서 마스크 판매 시간을 정해 알리고, 시민들은 미리 우리 지역의 판매시간을 확인하고 가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