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빠는 아이 습관, 드디어 고쳤다
손가락 빠는 아이 습관, 드디어 고쳤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20.03.13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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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고친 지 한 달째··· 엄지손가락 굳은살이 사라져간다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우와~ 손가락 문어가 거의 사라지고 있네?! 열 밤만 더 자면 완전히 없어지겠다. 우리 딸 정말 대단하다!”

엄마의 칭찬세례에 딸 아이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기특한지 “문어 업떠~이제 업떠~” 하며 방방 뛰는 아이.

안 빨아본 아이는 있어도 한 번만 빨아본 아이는 없다는 손가락 빨기. 손가락 빨기를 안 한지 한 달이 되어가는 중이다. 다시 빨진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엄지손가락 위 굳은살이 점점 작아지는 걸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육아 고민 중 하나가 해결된 것 같아 개운한 느낌이다.

아이는 태어나고 얼마 뒤부터 손가락을 빨았다. 쪽쪽쪽쪽 맛있게 손가락을 빨고 있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는 태어나고 얼마 뒤부터 손가락을 빨았다. 쪽쪽쪽쪽 맛있게 손가락을 빨고 있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는 태어나고 얼마 뒤부터 엄지손가락을 빨았다. 그 작은 입에 손가락을 넣고 “쪽쪽쪽쪽” 참 야무지게도 빨았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생후 6개월까지는 손가락을 빠는 게 큰 문제가 없다는 말에 손가락 빠는 아이를 자연스럽게 놔뒀다. 오히려 손가락 빠는 아이의 습관은 엄마인 나를 더 편하게 해줬다. 손가락만 빨면 잠이 드는 아이 덕분에 첫째 아이를 돌보기가 더 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지손가락에 대한 아이의 집착은 커져갔다. 잠을 자기 전에는 물론이고 잠을 자면서도 손가락을 빨았다. 아기였을 때는 손가락을 빨다가 빠져도 잘 잤는데, 조금 크고 나서는 아예 손가락을 빨면서 잠을 잤다.

자는 내내 아이에게는 “쪽쪽쪽쪽~” 소리가 들려왔다. 손가락을 빠는 아이도, 그 소리를 듣는 엄마, 아빠도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자다가도 몇 번씩 아이 입에 물린 손가락을 억지로 빼냈지만 소용없었다. 손가락보다 차라리 쪽쪽이가 낫다는 지인들의 조언에 따라 쪽쪽이를 물렸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쪽쪽이가 빠지면 아이는 다시 손가락을 빨았다.

손가락 빠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아이 손가락에 밴드를 감고 양손에는 양말을 씌웠다. 기다란 양말을 팔꿈치까지 바싹 올리면 손가락을 뺄 수 없으니 습관을 고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이는 매일 새벽까지 울었다. 일주일 정도 하면 적응하겠지 기대했지만 그렇게 한 달을 울었고, 나중엔 양말을 벗기는 방법까지 터득해 다시 손가락을 빨았다.

시중에 판매하는 손가락빨기 방지 장갑, 손가락빨기교정기도 다 소용없었다. 어느 정도 말이 통하고 나선 “손가락에 문어가 생겼다”며 손가락 빠는 아이에게 특효약이라는 책 한 권을 구입해 읽어줬지만, 효과는 딱 일주일이었다. “네 살이 됐으니까 언니지? 언니는 손가락 빨지 않아. 이가 못생겨져”라고 회유해도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렇게도 손가락을 빠는 이유가 뭘까. 잠이 오는 것 말고도 많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심리적으로 불안해 안정감을 느끼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심심해서 그러는 경우도 많단다. 그럼 엄마인 내 문제인가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나게 잘 놀다가도 손가락을 빠는 아이. 그런 아이를 보는 난 ‘도대체 뭐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빠는 거야?’ 하며 화가 치밀었다. 특히 밖에 나가 모래놀이를 하거나 손이 더러워진 상태에서도 손가락을 입에 넣으니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속되는 상처와 치아 문제였다. 엄지손가락에 생긴 굳은살이 입 속에서 불어나 살이 찢어지고 피가 나며 염증이 생겼다. 아프다고 울면서도 뭐에 홀린 듯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저렇게까지 빨아야 하는 아이도 얼마나 힘들까, 마음이 아팠다.

손가락을 오래 빨게 되면 치아변형이나 치아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엄지손가락 모양이 변하는 것도 문제였다. 병원에서도 “이젠 단호하게 끊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루라도 빨리 손가락 빠는 습관을 고쳐야 했다.

언제 어디서든 손가락을 빨았던 아이. 여행 중 유람선을 타면서도 손가락을 빨고 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언제 어디서든 손가락을 빨았던 아이. 여행 중 유람선을 타면서도 손가락을 빨고 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손가락 빠는 아이 습관을 고쳤다는 엄마들의 경험담을 찾다보니 교정약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그 맛이 너무 써서 아이가 살짝만 입에 대도 기겁을 하고 손가락 빨기를 그만둔다는 것이었다. 친정엄마도 “옛날엔 쓰거나 매운 걸 손가락에 발라뒀다. 그러면 금방 고친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너무 놀라면 어떡할까 싶어 망설였지만, 어떤 방법이든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에 있는 노란 겨자를 꺼내 물과 섞었다. 살짝 맛을 보니 어른 입맛엔 전혀 맵지 않았다. 그 겨자물을 잠에 취한 아이 엄지손가락에 한 방울 찍어 발랐다. 아무것도 모른 채 손가락을 입에 넣은 아이는 “매워 매워” 하며 엉엉 울었다.

“맵지? 이제 손가락을 빨면 손가락문어가 점점 커지면서 매워질 거야. 손가락 빨지 말고 엄마 손 잡고 자자.”

그 이후 아이는 손가락을 빨려다가도 “매워 매워~”라는 엄마의 속삭임에 얼른 손가락을 뺐다. 아이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거나 숨어서 몰래 손가락을 빨았다. 그때마다 아이 귀에 대고 “매워 매워”라고 속삭이면 얼른 손가락을 빼고 엄마 손을 잡았다.

네 살 인생동안 늘 물고 있던 엄지손가락을 하루 아침에 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는 일주일을 두 시간씩 발버둥 치다 잠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금, 아이는 아예 손가락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손가락을 끊은 아이는 손가락을 빨 때보다 훨씬 꿀잠을 자고 있다. 밤새 들리던 “쪽쪽쪽쪽” 소리가 안 들리니 엄마, 아빠도 편안하게 잠을 잔다. ‘언제쯤 사라질까?’ 했던 아이 엄지손가락의 굳은살도 나날이 작아지고 있다. 이제 아이는 “손가락 빨고 싶어?” 하면 “시져. 손가락 안 빨았어”라며 당당하게 엄지손가락을 내민다.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우리 아이는 이제 손가락 안 빨아요. 언니가 됐대요~”라고 자랑한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어릴 때 습관을 고쳐줬다면 아이도 엄마도 덜 힘들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무모한 방법이었는데, 잘 따라와 준 아이가 참 기특하고 대견스럽다. 우리 가족 모두는 하루 빨리 아이의 굳은살이 없어지길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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