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유치원-정치인-교육관료, 그들만의 '연결고리'
비리유치원-정치인-교육관료, 그들만의 '연결고리'
  • 기고=박용환
  • 승인 2020.03.3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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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박용환 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 대표
비리 유치원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비리 유치원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8년 경기도교육청 감사 결과, 수원 S유치원에서 학부모 환급 등 재정 조치 20억 원, 시흥 G유치원이 12억 5000만 원의 학부모 환급 결정이 내려졌다. 재정처분이 결정되고 이행되는 과정에서 여당 현역 국회의원과 경기도의원이 개입해 이들 비리 유치원의 재정 조치 경감 등에 대해 교육청에 압력을 가한 정황이 드러났다.(관련 기사 ▶ <[단독] '20억 횡령 유치원' 적발하자… 의원실서 "뭐 때문에 고발?"> SBS, 2019년 5월 20일 보도)

집권당 한 편에서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다른 한 편에서 비리 사립유치원을 비호하는 행태를 보여 온 것이다. 비리 사립유치원과 정치인의 연결점이 드러난 이 사건은 비리 사립유치원들이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비리 유치원 문제가 터지고 처음에는, 사립유치원 비리근절 및 척결에만 힘을 모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순진한 생각임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리 유치원이 우리 사회에 수년, 수십 년 동안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을 옹호하고 비호하는 적폐 세력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선거를 앞두고 사립유치원장들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선언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지역에서 표로 직결될 수 있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립유치원 설립자·원장들과 표가 있어야 하는 정치인들의 유대가 공고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다만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좀처럼 수면 위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 교육청의 소극 대응·부실 감사가 비리 유치원 키웠다

위 S유치원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거래를 하는 등 회계를 조작한 것이 문제가 됐다. 유치원 회계 관리를 담당한 자가 놀랍게도 전직 교육지원청의 경영지원과장으로 드러났다. 

그는 교육지원청의 현직 경영지원과 과장으로 있을 때부터 유치원 회계 컨설팅 계약을 맺고 회계장부를 관리해오면서 매월 꾸준히 돈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비리 유치원 문제가 쉽게 발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비범국)은 지난해에 이 정보를 접하고, 이 사람을 형사고발했다.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 외에도 비범국은 일선 교육지원청의 고위공무원이 비리 유치원으로부터 수년에 걸쳐 지속해서 뇌물을 받았다는 제보를 입수했으며, 유치원 인허가 조건이 되지도 않았는데 유치원을 인가해준 교육지원청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리 유치원은 교육(지원)청의 일선 담당자와 오랜 기간에 걸쳐 관계가 형성해왔던 것이다. 이처럼 비리 유치원의 문제는 비리 유치원만의 문제가 아닌 두둔하는 정치인과 교육청 관료가 연결된 총체적인 문제다.

한편, 교육청의 비리 유치원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비리 유치원에 대해 지도·감독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교육청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비리 유치원에 대한 교육청의 소극적인 대처는, 결과적으로 비리 유치원들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악습을 제대로 개선하지 않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지점에 걸쳐 교육청의 부실한 대처와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먼저 ‘부실한 감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2019년 들어 시민감사관제가 사실상 붕괴했다. 시민감사관 붕괴는 현실에 그대로 나타났는데, 전임자와 비교해 사립유치원별 재정 조치 금액은 반으로 줄고 업무추진비 등의 지출액은 두 배로 증액되었다. 사실상 1/4만 일한 셈이다.

또한, 최근에 비범국은, 교육청이 비리 유치원을 비호하고 있다는 내부문서를 공개한 바 있다.(관련 기사 ▶ <“감사 느슨하게 해줄게” 비리 의혹 유치원-교육청 협의 문건 논란> 한국일보, 2020년 2월 24일 보도) 이러한 행태가 일시적이거나 교육 관료 개인의 일탈이라고 보지 않는다.

비리 사립유치원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박용환
비리 사립유치원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박용환

감사 결과 재정 조치를 취하는 방식은 세 가지다. 학부모 환급, 국고환수, 보전이 그것이다. 학부모 환급이나 국고 환수는 해석이 필요 없는 강력한 조치로, 부당하게 사용한 원비를 당사자인 학부모에게, 그리고 부당하게 사용한 국가지원금을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감사 결과 대부분의 재정 조치는 ‘보전’으로 결정되고 있다. ‘보전’은 유치원 계좌로 다시 재입금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다시 맡기는 격이다. 비리 금액에 대해 학부모 환급이나 국고환급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감사 결과에 따라 ‘보전’ 조치 등의 결정이 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는데, 이행계획서가 2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행계획서를 교육(지원)청이 용인해 주고 있다. 감사대상 기간 즉 비리 적발 기간은 보통 3년인데, 환급이 이루어지는 기간은 20년이라니 이는 누가 보더라도 비리 유치원의 사정을 봐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교육청 기준, 감사 결과 재정 조치로 학부모 환급 결정이 내려진 곳 중 파주 Y유치원, 또 다른 Y유치원, 수원 S유치원, 시흥 G유치원 등 1억 원 이상의 대규모 학부모 환급 결정이 난 유치원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 유치원은 그러한 환급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 적폐 해결은 비리 유치원 문제 해결만큼 중요하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이러한 행정조치 강제이행에 대한 의지를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단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행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시 겨우 총 10% 정원 축소라는 매우 소극적이고 별 실효성 없는 행정조치만 취하고 있을 뿐이다. 건물에 불이 나서 소방차가 와서 꺼야 하는데 작은 소화기로 끄는 식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할까? 그러니 불길이 잡히는 데 오래 걸리고 비리를 잡는데 효과가 미미한 것이다.

교육청은 그 외에도 사립유치원 관련 사회적 문제가 되는 사안들에 대해서 좀처럼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최근 용인 S유치원은 교직원에게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주면서, 설립자 부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액 연봉을 받아 가는 것이 보도됐다.(관련 기사 ▶ <[단독] 주 30시간 근무에 월급 3천… 어느 사립유치원의 연봉계약서> 베이비뉴스, 2020년 2월 6일 보도)

비범국은 해당 유치원에 대해 지도·감독을 할 것을 교육청 유아교육과에 요청했는데, 교육청은 사인의 문제라고 치부해 개입하기를 거부하였다. 원아 200인 기준, 국가지원금이 연간 6~7억 원 이상 들어가는 사립유치원들에 지도·감독을 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이처럼 비리 유치원과의 연계 고리에는 수년, 수십 년간 공존해 왔던 정치인들과 교육청 내의 적폐 관료들이 있다. 적폐를 해결하는 것은 문제 해결은 비리 유치원 문제 해결만큼이나 중대하다.

그렇지 않으면 소나기에 잠시 비 피한다고, 유치원 3법이 통과되고 비리 유치원에 대한 사회적인 개혁바람이 불자 잠시 몸을 낮췄다가 좀 잠잠해지면, 다시금 과거의 구태와 관행을 다시금 드러낼 것이다. 지금도 이미 그런 행태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비리 사립유치원 문제를 제대로 끊고 가려면, 이들과 결탁한 정치인 그리고 적폐 관료들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산되지 않은 친일잔재로 수십 년간 고생한 우리 현대사처럼 유아교육에 있어 구태와 악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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