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은 부모 가슴에… 다시 보는 국회 ‘망언’들
자식 잃은 부모 가슴에… 다시 보는 국회 ‘망언’들
  • 최규화 기자
  • 승인 2020.04.1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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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혈압 주의’ 20대 국회 망언록(하)] 어린이생명안전법안 두고 망언 속출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20대 국회 중 엄마아빠 양육자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으로 비판받은 발언을 모아보는 ‘망언록’ 기획. 상편 기사에서 열 명의 발언을 다시 봤다.(관련기사 : 차명진·김대호 전엔 누구? 20대 국회 ‘막말잔치’ 모음) 당초 한 편의 기사로 기획됐으나 재조명할 ‘망언’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두 편으로 나눴다.

이번 기사에는 아홉 명의 발언을 모았다. 20대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한 정당의 당대표로 21대 총선에 ‘정치 1번지’에서 출마한 한 사람의 발언도 번외편으로 준비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인들이 양육자와 아동의 권리에 대한 ‘감수성’을 다시 한번 스스로 돌아보길 바라며, ‘망언록’ 두 번째 기사를 시작한다.

당초 한 편의 기사로 기획됐으나 재조명할 ‘망언’이 너무 많아서 두 편으로 나눴다 ⓒ베이비뉴스
당초 한 편의 기사로 기획됐으나 재조명할 ‘망언’이 너무 많아서 두 편으로 나눴다 ⓒ베이비뉴스

◇ 홍문표 “대통령 한마디에 민식이법 처리 유감”

2019년 11월 21일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민식이법’ 처리를 두고, “대통령 한마디에 절차를 무시하고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되는 것(심사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통령이 이 비슷한 얘기를 하면 또 우리가 이렇게 해야 됩니까”라고 항의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계기로 이슈가 된 민식이법을 처리하게 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한 것. 하지만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은 당시 기준으로 최대 3년 7개월까지 국회에서 아무 논의 없이 계류 중이었다. 같은 당의 이채익 의원조차 “대통령 발언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홍 의원은 21대 총선 충남 홍성군예산군 선거구에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4선을 노리고 있다.

◇ 이채익 “태호·유찬이법 하나 더 만든다고 사고 없겠나”

2019년 11월 28일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태호·유찬이법 처리를 호소하는 부모들에게 “법 이거 하나 더 만든다고 해서 사고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이라도 막아달라”고 말한 부모들에게 “어린이들도 수칙을 지키고 모두가 다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호·유찬이법은 2019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로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 어린이통학차량 범위 확대가 핵심이다. 안전사회시민연대는 이 발언을 이유로 이 의원을 ‘2019 안전워스트’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 의원은 21대 총선 울산 남구갑 선거구에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 지난 8일 방송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가 이 발언을 언급하며 이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이 의원은 “가짜 뉴스”라고 답변한 바 있다.

◇ 나경원 “선거법 상정 안 하는 조건으로 민식이법 처리”

2019년 11월 29일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은 이날 열리기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앞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며, “선거법을 직권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 신청한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해서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민식이법’ 등 어린이가 희생된 사고를 계기로 마련된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국회 통과가 큰 관심사로 떠오른 때였다. 하지만 나 의원이 법안 통과에 ‘조건’을 달아 멈춰세운 것. 안전사회시민연대는 “안전법률의 통과를 방해하거나 지체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나 의원을 ‘2019 안전워스트’ 수상자로 정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21대 총선 서울 동작구을 선거구에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5선을 노리고 있다.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28일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유가족들을 만나 통과를 약속했지만, 이튿날 필리버스터를 선언하며 법안 통과를 무산시켰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28일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유가족들을 만나 통과를 약속했지만, 이튿날 필리버스터를 선언하며 법안 통과를 무산시켰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 성명 미상 자유한국당 의원 “민식인지 삼식인지”

2019년 12월 2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자리에서, 총회 시작 직전 한 의원이 “민식인지 삼식인지”라고 말한 음성이 포착됐다. 사흘 전인 11월 29일 열리기로 한 국회 본회의는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선언으로 열리지 못했다. 그에 따라, 그날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 민식이법도 처리가 무산된 상황이었다.

이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아이들의 이름을 법안으로 불리도록 허락한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에 상처를 줬다”고 논평했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이런 법에 대해 희화화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자유한국당이 민식이법을 대하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비판한 바 있다.

◇ 김재원 “급식비 인상 문자 자꾸 보내면 예산 더 깎겠다”

2019년 12월 4일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은 2020년도 어린이집 급식비 예산 인상을 요구하는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의 문자 메시지에 “스팸 넣지 말라”며, “(문자행동을) 계속하면 (급간식비 예산을) 더 삭감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김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이에 대해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어린이집 급간식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유권자의 목소리를 스팸으로 여긴다는 것부터 문제”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행동하는 시민들에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예산삭감’ 카드를 내보이며 항의 중단을 종용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김태흠 “민식이 부모 모셔다 울게 시키고 쇼 하지 마라”

2019년 12월 25일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국회 본회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반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서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민식이 엄마, 아빠 모셔다 울게 시키고 그런 쇼를 하지 마라”라며, “우리는 그런 쇼를 하지 않는다. 야당이라고 하더라도.”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21대 총선 충남 보령시서천군 선거구에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3선을 노리고 있다.

◇ 이해찬 “우리 딸도 경력단절자인데 열심히 안 해”

이해찬 당대표는 지난 1월 9일 '인재영입 6호' 발표식에서 홍정민 변호사를 소개하며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는 지난 1월 9일 '인재영입 6호' 발표식에서 홍정민 변호사를 소개하며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지난 1월 9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당대표)은 6차 인재영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홍정민 변호사를 향해 “제 딸과 나이가 같으신데 제 딸과는 생각의 차원이 다르다. 우리 딸도 경력단절자인데, 경력 단절된 뒤에는 열심히 무엇을 안 한다. 그런데 홍 박사님은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오셨다.”라고 말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경력단절이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이며, 경력단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들은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고 정녕 바라보고 있단 말인가”라고 물으며, “(이 대표가) 경력단절에 놓이거나 기로에 놓인 여성들에게 ‘당신은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냉소를 가감 없이 던졌다”고 비판했다.

◇ 심재철 “남자는 돈 벌고 여자는 가정 꾸려… 가정 일은 여자 몫”

지난 2월 4일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자유한국당 인재영입 행사에서 “여성 변호사들은 ‘흔녀(평범한 여성)’가 아니라 ‘비녀’ 비범한 여자”라며, “남자들은 직장 나가서 돈만 벌어다 주고 여자가, 엄마가 가정을 꾸려간다. 가정에서 일어난 일은 거의 다 여자의 몫.”이라고 발언했다.

심 의원의 발언은 “이런 잘못된 고정관념이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강요”(정의당), “양성평등을 이해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더불어민주당) 등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은 심재철 원내대표 발언의 앞뒤 말의 맥락을 다 자르고 참으로 왜곡전문당다운 힐난”이라 반박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21대 총선 경기 안양시동안구을 선거구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6선을 노리고 있다.

◇ 황교안 “젊은이들 애 키우려면 주 52시간보다 더 일해야”

2019년 12월 6일 황교안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서울대학교 특강에서 “이 정부 들어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인 것도 아직은 과도한 것 같다. 좀 더 일해야 되는 나라.”라며 “젊은 사람들은 애들 키우고 돈 쓸 데 많으니 일을 더 해야 하는데 그걸 막아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 육아에 직접 참여하는 ‘일-가정 양립’이 확산되는 분위기와 반대되는 발언. 이에 대해 김영훈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천박한 노동관과 떨어지는 공감능력이 갈수록 가관”이라며, “이번 망언도 우연히 나온 게 아닌 반(反)노동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민폐론적’ 발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황 대표는 21대 총선 서울 종로구 선거구에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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