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기복’ 심한 다섯 살 아이, 비위 맞추기 어려워요
‘감정 기복’ 심한 다섯 살 아이, 비위 맞추기 어려워요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20.04.1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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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다섯 살, '다양한 감정' 배울 나이

Q. 다섯 살 우리 아이, 감정 기복이 아주 심합니다. 기분 좋게 놀다가도 갑자기 화를 내면서 엄마를 때려요. 요즘에는 그럴 때마다 “엄마를 때리는 건 절대 안 돼”라고 혼을 내기도 하고, 아이가 화를 낼 때마다 그걸 다 받아 주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네가 이렇게 화를 내면 엄마는 너의 말을 들어줄 수 없어”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쉽지 않네요.

오늘 아침에는 글쎄, 테이프에 붙어 있는 것을 떼어달라고 해서 “그건 안 떼어지는 거야”라고 말했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마구 화를 내더라고요. 감정 기복 심한 우리 아이, 어떻게 가르치는 게 좋을까요? 도와주세요! 

◇ 아직 감정조절 미숙한 다섯 살… '역할 놀이'로 다양한 감정 익혀야 

잘 놀다가 갑자기 화를 내고, 걸핏하면 울고, 다섯 살 아이 키우기 어렵습니다. ⓒ베이비뉴스
잘 놀다가 갑자기 화를 내고, 걸핏하면 울고, 다섯 살 아이 키우기 정말 어렵습니다. ⓒ베이비뉴스

A. 감정을 조절하는 대뇌변연계 상부가 발달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감정을 통제하고 평가하는 일은 5~6세나 되어야 한다. 감정조절에는 전전두엽도 중요하다. 사춘기가 지난 후에야 전두엽과 편도체를 연결해주는 신경섬유가 수초화하는데, 그때 신경회로의 속도가 증가하고, 비로소 전전두엽이 효율적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감정은 대뇌변연계에서 만들어지지만, 전두엽이 성숙해가면서 전두엽에서 감정을 지각할 수 있다. 이때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주변의 사건과 일치시킬 수 있고, 피곤하거나 배가 고프거나 실망한 것을 부모에게 알리기 위해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한다. 그러면서 공감 능력도 생겨 5~6세가 되면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를 타인에게도 주기 시작한다. '자아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5~6세에는 아이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감정을 바라보도록 가르쳐야 한다. 역할 놀이를 통해, 또 이런저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또는 그런 상황에서 형제나 친구는 어떤 기분인지를 계속 알려주어야 한다. 이런 연습은 특히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남자아이들에게 중요하다.

◇ 신체놀이는 긍정적 감정 유도… "아이와 몸으로 많이 놀아주세요" 

자아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감정뿐 아니라 하위 뇌의 탐색시스템도 필요하다. 아이는 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탐험하고 조사한다. 삶에 대한 의욕,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에너지, 그리고 목표를 이루려는 열정이 생긴다.

탐색시스템은 마치 근육과 같아서,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호기심이 왕성해지고 창의적으로 되며 더욱 분발하게 된다. 탐색시스템을 튼튼하게 하려면 부모가 아이의 집중력과 호기심, 모험심을 자극해야 한다. 그리고 그 후에는 한발 물러서서 아이가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체적 감각도 자아 통합에 중요하다. 신체 놀이는 항 스트레스 효과가 있으며, 뇌에서 오피오이드를 다량 분비하게 함으로써 강력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유도한다. 특히 상호작용 놀이는 전두엽의 감정조절 기능을 높인다.

상호작용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감정조절 면에서 현저한 발달을 보이는데, 상호 신체 놀이를 하면 상위 뇌 발달을 촉진하는 ‘BDNF’라는 신경촉진인자가 분비된다. 즉, 부모와 함께 하는 신체 놀이는 아이의 감정과 스트레스 관리, 자아 통합에 도움이 된다.

부모와 함께 하는 신체 놀이는 아이의 감정과 스트레스 관리, 자아 통합에 도움이 됩니다. ⓒ베이비뉴스
부모와 함께 하는 신체 놀이는 아이의 감정과 스트레스 관리, 자아 통합에 도움이 됩니다. ⓒ베이비뉴스

자아는 결국 이렇게 감정, 탐색시스템, 감각, 생각 등이 통합되어야 기능을 할 수 있다. 자아는 자신의 감정을 듣고, 인정하고, 표현하는 '경험', 자신의 호기심이나 열정을 발휘하는 '체험', 신체 놀이를 통한 스트레스 '회복력', 그리고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문제 '해결력'이 쌓이면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의 감정이나 생각을 늘 무시한다면 아이는 자기가 느끼고 생각하고 행하는 모든 것이 부모의 기대에 어긋난다고 믿게 된다. 아이에게 자아가 생기면, 아이는 추리, 계획, 반성,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는 능력, 연결하고 연계하는 능력, 협상력, 문제해결력이 생긴다.

◇ 양육지침

아이가 제 생각과 감정 등을 분명히 표현하게 하라. 평소 자기 생각과 느낌, 의견 등을 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 상황에 맞는 말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일종의 수단이다. 부모가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너는 할 수 있어!”, “네 뒤에는 엄마 아빠가 있다!” 등의 격려를 한다면 아이의 자존감과 긍지가 높아진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 적절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자아 통합을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모델링이 되는 것이다. 부모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친절한 행동을 보여주거나 자녀들을 공정하게 대하면, 아이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아를 통합해 간다.

아이마다 다른 기질적 차이를 인정하자. 아이마다 갖고 태어나는 기질을 바탕으로 자아가 발달한다. 아이들은 순하거나, 혹은 까다롭거나, 때로 느리거나 등 기질이 있는데, 어떨 땐 아이들의 기질상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 문제행동으로 이슈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므로 부모는 특정 나이에 흔히 나타나는 행동과 기질로 인한 행동을 미리 파악해 떼를 쓰거나 마음대로 하는 행동 등 문제행동에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부터 점검하자. 아이를 너무 허용적으로 키우거나, 혹은 아이의 감정을 거부하는 부모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게 하면 자기통제나 행동 조절에 어려움을 느끼는 공격적인 아이로 자라기에 십상이다. 부모는 아이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그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두되, 정도를 벗어나는 것에 대해선 제한하는 분별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공감해야 한다. 아이는 정답만으로 대처하는 부모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와 대화를 꺼리게 된다. 그러니 먼저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기다려보자. 마음을 헤아려주는 부모에게 아이는 자신의 문제를 의논하고 그 의견을 귀담아듣는다.

▲문제 해결 방법을 아이 스스로 찾게하자.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이 행동을 바로 지적하지 말고, 질문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기회로 삼아보자. 아이가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부모는 아이와 대화를 이끄는 ‘도우미’ 역할을 하자. 만일 아이가 적절치 않은 결론을 내렸다면, 대화를 통하여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예측할 수 있게 도와주자.

▲부모가 아이에게 먼저 선의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부모의 약점을 이용해 보복하려는 행동을 보이면 부모도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아이에게 보복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기 쉽다.

이런 부모의 모습이 아이 마음에 상처를 주어 부모 자녀 관계가 악화하기도 한다. 이때 부모는 의도적으로 선의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엄마는 왜 나한테 짜증을 내?”라고 말했을 때 “그렇게 들렸구나, 엄마는 화나지 않았어”라고 차분한 목소리로 타이르자.

▲아이의 태도에 바로 대응하지 말자. 주도적인 아이는 엄마가 어떤 지시를 했을 때 따르지 않음으로써 엄마와 힘을 겨루려고 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바로 대응하기보다는 엄마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그 상황에서 벗어나서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지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의 의도적인 행동은 무시해야 한다. 엄마가 얘기할 때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던져 끼어들거나, 평소에 의도적으로 나쁜 행동, 혹은 지나치게 착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어른의 관심을 끌려고 의도적으로 하는 나쁜 행동이나 착한 행동은 무시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이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착한 행동을 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주고 구체적으로 칭찬해주자.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행동을 유도해 격려하자. 어떤 아이들은 스스로 아무것도 못 하는 것처럼 굴며 동정을 끌어내기도 한다. 엄마의 말에 울음을 터뜨리거나, “난 못해! 엄마가 해줘” 하는 식이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의 나약함에 동정심을 보이거나 도와줘선 안 된다. 오히려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행동을 유도해 격려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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