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죽음을 ‘이슈’로만 본 국회, 이젠 바뀌어야”
“아이들 죽음을 ‘이슈’로만 본 국회, 이젠 바뀌어야”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4.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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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국회로 ‘총선 마이크’⑲] 이제복 아동안전위원회 위원장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이제복 아동안전위원회 위원장의 모습.ⓒ아동안전위원회
이제복 아동안전위원회 위원장 ⓒ아동안전위원회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민식이가 숨졌다. 이 사고로 국회에서는 이른바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내용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단속카메라와 과속방지턱 설치를 의무화하고, 운전자의 안전의무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법은 지난달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이다.

이제복 아동안전위원회 위원장은 13일 베이비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민식이법은 복잡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아동이 안전한 나라’에 대한 국민적 소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013년부터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 아동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2015년 ‘옐로카펫’을 최초로 창안했다. 옐로카펫은 어린이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횡단보도 근처의 보도를 노란색으로 만든 공간이다. 노란 영역 안에서 어린이가 안전하게 신호를 기다릴 수 있게 함으로써 운전자가 어린이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든 ‘교통안전시설’이다.

이후 이 위원장은 2017년 아동안전위원회를 만들었다. 아동안전위원회는 어린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입법 활동을 목적으로 시작된 단체다. 단체는 이번 21대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 730여 명에게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위한 ‘총선 10대 공약’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이 바라본 20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새 국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13일 이 위원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어린이 안전 법안 다루는 국회 모습, 국민들 눈물 흘리게 해”

아동안전위원회는 ‘아동이 안전한 나라, 가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입법활동을 해왔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아동안전위원회는 ‘아동이 안전한 나라, 가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입법활동을 해왔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어린이 안전 관점에서 20대 국회를 평가해주세요.

“지난해 어린이 안전 법안을 다루는 국회의 모습은 많은 국민들을 눈물 흘리게 하고, 분노하게 했어요. 우리 국민들의 아동의 안전에 대한 시민의식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국회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슈로만 이용했어요. 나아가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Q. 어린이 안전 분야에서 20대 국회에서 가장 진전이 있었던 법안은 무엇인가요.

“어린이생명안전법안(태호·유찬이법, 민식이법, 하준이법, 해인이법, 한음이법) 중 이른바 ‘민식이법’과 ‘하준이법’ 두 법안 통과가 가장 큰 진전이었어요. 국회는 정당 싸움에만 빠져서 가장 중요한 어린이 안전 법안을 소외시켰어요. 그런데도 당사자 가족과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무엇보다 이들에게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보냄과 동시에 국회에 입법을 압박한 국민들의 힘으로 뜻깊은 성과를 만들어냈어요.”

Q. 아동안전위원회는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 제안을 해왔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주로 어떤 정책을 가지고 활동해오셨나요?

“아동안전위원회는 ‘아동이 안전한 나라, 가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입법활동을 해왔어요. 20대 국회에서는 어린이 교통안전, 아동 성범죄, 아동학대, 그리고 아동 주거권에 집중해서 활동했어요.

특히 어린이 교통안전 분야에서는 입법뿐만 아니라, ‘어린이 횡단보도 안전지대 옐로카펫’과 ‘어린이 교통안전용품 옐로카드’, ‘참여 연극형 안전교육 옐로키즈’를 개발해 사회에 보급했어요. 그 결과 지난해 ‘서울교통문화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Q. 지난달 25일 민식이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민식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나와 3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민식이법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이른바 민식이법은 복잡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아동이 안전한 나라’에 대한 소망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법은 꼭 필요해요. 다만 국회가 아동 안전 법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시간과 절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정치적 압박에 떠밀려 다급히 처리하는 바람에 다양한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담기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어요.”

◇ “올해 안에 ‘어린이 교통안전 통합법’ 구상하고 입법활동 하겠다”

아동안전위원회는 올해 안에 ‘어린이 교통안전 통합법’을 구상하고 입법활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아동안전위원회는 올해 안에 ‘어린이 교통안전 통합법’을 구상하고 입법활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최근 N번방 사건이 터졌습니다.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들까지도 아동, 청소년들이 다수 포함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인 부분이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결코 아동 성착취 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요. 아동안전위원회는 오래전부터 아동 성착취 영상을 시청한 자에 대한 처벌을 만들고, 이를 제작·유포한 자에 대한 처벌을 해외 법령을 기준으로 강화하는 것을 주장했어요. 하지만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그리고 몇 달 후 N번방 사건이 터졌죠. 지금은 모두 다 아동 성착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요. 우리는 아동 안전 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법 조치를 취해야 해요. 특히 투표권이 없는 아동을 위해서는 우리가 어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해요. 그래야 우리 소중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릴 때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어요.”

Q. 아동안전위원회는 총선 10대 공약을 모든 국회의원에게 제안했습니다. 어떤 취지에서 제안하셨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국회의원 출마자들은 각자 전문분야가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자신의 분야가 아니면 잘 알기가 어려워요. 아동 분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아동안전위원회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시는 후보자들에게 ‘아동이 안전한 나라’를 위해 ‘아동 10대 공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했어요. 또, 만약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아동 안전 법안을 최우선으로 입법하겠다는 약속을 받고자 했어요.

아동 안전 법안에 대해서 이런 말이 있어요. ‘아동 안전 법안은 모두 다 동의하지만, 그 누구도 최우선 과제로 다루지는 않는다’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갑자기 한 아이의 죽음이 이슈가 되면 다 같이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 이슈가 조용해지면 예산 관련성이 높은 입법 과제에 밀려서 계류되고 결국 폐기돼온 거예요. 이제는 국회는 정신 차려야 해요. 더 이상 아이의 이름을 딴 법이 만들어져서는 안 됩니다.”

Q. 유권자들에게 어떤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는지 하나의 기준을 제시해준다면 어떤 것을 말씀하고 싶으신가요?

“후보자가 선거 출마 전, 우리 사회에 어떻게 공헌하면서 살아왔는지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만약 그 후보자가 더 크게 공헌하기 위해서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면, 분명 그는 국회의원이라는 권한을 갖기 전에도 그 상황에 충실하게 사회에 기여해왔을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사회에 공헌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권한’이 아니라 ‘권력’을 갖고 싶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Q.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아동안전위원회는 올해 안에 ‘어린이 교통안전 통합법’을 구상하고 입법활동을 하려고 해요. 어린이 교통안전의 증진을 위해 다양한 입법 아이디어를 통합적으로 연구할 겁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아동 당사자와 가족, 시민, 그리고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할 겁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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