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면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특히 ‘가정교육’의 교육이라는 단어의 뜻에 걸맞게 부모는 아이가 바른 행동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이가 만 4~5살 정도 되면 부모의 말귀를 알아듣고, 제 생각도 제법 표현할 줄 알게 되니, 부모는 아이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령대 아이들은 순간에 충실할 뿐 기억력이 그렇게 좋지 않다. 부모가 지시해도 눈에 보이는 것을 만지고 싶고 탐구하고 싶은 욕망에 쉽게 압도된다. 그래서 부모가 무언가를 제지해도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마음이 앞서 부모가 혼내도 자신 왜 혼나는지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가정교육이란 ‘일상생활을 통해 행해지는 자연 발생적인 교육’을 말한다. 비형식적이면서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즉, 비의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지식의 학습보다는 '도덕 지능(Moral Intelligence)'에 많은 영향을 준다. 여기서 도덕 지능이란, 인성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판단력을 말한다. 나아가 자신의 윤리적 신념에 따라 자신뿐 아니라 상대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아이의 도덕 지능은 부모가 “짜증 내지 마”, “휴지는 휴지통에 버려야지”, “문을 쾅 닫으면 어떡해”, “소리 지르지 마”라고 지시한다고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이 시기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하면 안 돼”라고 가르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가정교육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요구하는 바가 있다면, 먼저 그 요구 사항-이를테면 짜증 내지 않고, 소리 지르지 않으며, 문은 조심스럽게 닫고,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것이 진짜 가정교육이다. 취학 전 진정한 가정교육은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백 번 잔소리보다 부모의 옳은 행동 한 번이 아이의 '도덕 지능' 높인다
예를 들어, 많은 부모는 아이를 인사성 좋은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한다. 아이가 인사와 예절을 동일하게 여기고 인사를 잘하길 바란다. 그러나 취학 전 아이는 예절이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에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인사란 다른 사람과 만났을 때 반갑고 기분 좋은 것’임을 알게 하고, ‘언어적, 비언어적 요소 등을 활용해 표현하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만 3세 미만의 아이들은 부모 이외 사람들을 경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부모는 주변 사람들과 인사하는 모습을 자녀에게 자주 보여주는 것이 좋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났는데 아이가 인사를 안 했다. 이때 부모가 “왜 윗집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안 했니? 인사 안 하면 못써. 네가 인사를 안 하면 사람들이 엄마 아빠보고 뭐라고 하겠어. 너 가정교육 제대로 못 시켰다고 하지 않겠어?”라고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말을 하는 부모에게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잘하는 편이냐고 물어보면, “요즘엔 가까이 살아도 서로 인사 잘 안 하는 분위기잖아요” 등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둘러대는 경우가 있다. 부모도 인사를 잘 안 하면서 아이는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말보다 더 좋은 교육은 그냥 부모가 아이 보는 앞에서 이웃을 만날 때마다 먼저 인사를 잘하는 것이다.
필자는 말하기를 전공했고, 부모와 아이의 소통을 중심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 내용은 공자의 「논어」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대신하겠다. 위정(爲政) 편에 ‘군자란 말보다 앞서 행동을 하고, 그다음에 그에 따라 말을 한다’라고 했다. 말보다는 행동, 즉, 가르치기보다는 보여주기가 아이의 도덕 지능을 자연스럽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KBS, MBC 등 방송국에서 10여 년 동안 MC 및 리포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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