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그냥’ 낳는다고? 쉬운 출산은 어디에도 없다
둘째는 ‘그냥’ 낳는다고? 쉬운 출산은 어디에도 없다
  • 칼럼니스트 이하연
  • 승인 2020.04.2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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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분만 사이, 이게 가장 궁금했어!] 몇 번째 출산이든 출산 준비는 늘 철저하게 

둘째는 첫째보다 좀 수월하게 나올까? 출산 시간은 더 짧아질까? 셋째의 출산 시기는 첫째나 둘째와 비슷할까? 출산경험이 있으면 다음 출산할 때 좀 쉽겠지 싶으면서도, 얼마나 아픈지 아니까 더 떨린다는 산모도 있다. 첫째나 둘째의 출산 시기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이슬이나 가진통 등 아무 증상 없이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면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경산은 초산과 무엇이 다를까?

내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 임신 5개월부터 배가 만삭 같았다. 출산보다 막달까지 버티는 게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경산모도 이런 경우가 많다. 첫째보다 배도 빨리 커지고 더 많이 쳐진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인지 몰라도 체력도 약하다. 몸이 너무 힘들어서 빨리 낳았으면 하는 생각이 임신 중기부터 들 정도다. 

둘째 임신은 첫째 임신과는 또 다르다. 치골통이나 요통을 더 빨리 혹은 더 많이 겪기도 하고. 빈혈 수치가 낮아지거나 혈압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물로 경산이라고 다 겪는 것은 아니지만 초산보다 더 많은 관리와 준비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둘째는 첫째보다 더 준비를 많이해서 잘 낳아야지”라는 계획은 실현되기 어렵다. 막달이 다가오면 그제야 첫째 출산했을 때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오르면서, 뭘 해야 할지 몰라 겁이 나기도 한다. 나에게 출산 코칭을 받는 산모의 40%가 경산모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건강한 삼시세끼와 운동은 모든 산모에게 불문율

경산모일수록, 워킹맘일수록 자기 몸을 잘 못 돌본다. 하지만 철저한 식단 관리와 운동은 필수다. ⓒ베이비뉴스
경산모일수록, 워킹맘일수록 자기 몸을 잘 못 돌본다. 하지만 철저한 식단 관리와 운동은 필수다. ⓒ베이비뉴스

경산모가 순산하고 산후 회복을 잘 하기 위해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바로 식단 관리다. 대부분의 경산모는 운동을 따로 할 시간이 없다. 첫째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째를 등원시키거나 집안일을 하는 등 어느 정도 활동을 해서 그런지 체중도 많이 늘지 않고 임신 마지막 한 달간 열심히 운동해서 잘 낳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식단 관리는 좀 다르다. 꾸준히 관리해야 몸도 가볍고 컨디션도 유지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경산모를 비롯해 브이백을 준비하는 산모, 임신성 당뇨가 있는 산모 또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바로 식단 관리다. 아기를 크게 키우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영양공급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산모에 워킹맘이라면 식단에 신경 쓰기 쉽지 않다. 내가 둘라를 했던 경산모들은 대부분 워킹맘이었는데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있으니 일을 소홀히 할 수도 없고 첫째 아이도 챙겨야 하니 임신은 했지만, 본인 몸은 크게 신경을 못 썼다.

하지만 식단 관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외식이나 배달음식 또는 패스트푸드와 같은 음식은 최소화하고 기본적으로 채소를 잘 챙겨 먹으면 된다. 임신 기간 먹어야 하는 일일 단백질량(60~80g)에 맞춰 신경 써서 먹고 되도록 식사다운 식사를 하루 3번 먹는 게 좋다. 임신 이전에 하루 두 끼만 먹었거나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때웠다면 그것부터 바꿔야 한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간식으로 빵이나 달달한 음식을 찾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아기에게 영양분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고, 산모의 몸도 축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견과류나 밤을 간식으로 챙겨 먹고 충분히 숙면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저하게 식단 관리를 하지 않으면 출산휴가를 내는 막달까지 버티기 힘들 수 있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 자체가 다양한 호르몬의 조합인데 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먹는 것’이다.

그런대로 식단 관리를 잘 했다면 막달에는 운동에 신경을 써야 한다. 첫째 출산 후 살이 다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둘째를 임신했다면 과체중 산모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임신 후 늘어야 하는 몸무게는 양수와 아기의 무게를 합쳐 약 6kg 정도다. 

작년에 출산한 경산모의 예를 들어보겠다. 그는 첫째 임신 중 필라테스 등 여러 운동을 열심히 했다. 둘째를 임신하고선 운동을 못 했다. 그래서 아쿠아로빅을 하면서 물속에서 걷기와 스쿼트를 30분씩 더했다. 이 산모는 첫째때 양수파수로 유도분만을 해서 자연진통이 처음이라고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출산 진행도 순조로웠고, 결국 순산했다. 

임신 중 임신성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특별한 이벤트만 없다면, 임신 막달 열심히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수없이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다. 산모의 체력만 좋으면 자연진통이나 유도분만을 하든, 제왕절개를 하든 잘 견디고 회복도 빠르다.

◇ 두 번째 출산의 고통 두렵다면 ‘초산의 기억’ 소환해 볼 것 

초산을 겪을 때 산모 마음에 걸렸던 일, 피하고 싶거나 두려웠던 일을 지인이나 남편과 대화하다 보면 출산에 대한 부담감이 한결 줄어들 것이다. ⓒ베이비뉴스
초산을 겪을 때 산모 마음에 걸렸던 일, 피하고 싶거나 두려웠던 일을 지인이나 남편과 대화하다 보면 출산에 대한 부담감이 한결 줄어들 것이다. ⓒ베이비뉴스

초산과 경산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아마도 진통 시간일 것이다. 초산일 때 병원에서 10~12시간 진통했다면, 경산은 그때의 50~70%만 진통하고 낳을 수 있다. 초산모처럼 자궁경부가 열리는 것과 별개로 아기 내려오는 시간이 따로 걸리지 않고, 경부가 열리는 동시에 아기가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경산이라고 무조건 초산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간혹 초산때 진행이 빨랐던 산모들 중 경산인데도 진행이 더디거나, 중간에 진통이 소강상태에 빠지는 예도 있다. 일반적으로 초산일 때 어땠는지를 안다면 경산 시 참고할 수 있지만, 예외인 경우도 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아마 경산모에게는 초산의 기억이 특별하기 때문은 아닐까.

경산모의 출산 진행을 돕다 보면, 초산의 기억이 그들의 무의식에 얼마나 강력하게 남았는지 알 수 있다. 빨리 낳고 싶긴 한데, 진통을 다시 겪는 것이 무섭다던 경산모는 자궁문이 4cm 열렸을 때 진통 소강상태에 빠졌다. 결국, 마음에서 진통을 허용하고 몸이 받아들이고 나서야 다시 진통이 이어져 출산할 수 있었다. 

첫째를 낳을 때 병원문을 들어선 지 2박 3일만에 아이를 낳았다던 어떤 산모는 둘째 출산 시 별 진통 없이 자궁문이 4cm까지 열렸지만, 진통이 없어서 집에 갔다가 다음날 다시 병원에 와서 출산했다.이 산모는 진통이 무섭다고 했다. 그때문인지 진진통의 세기가 약했고, 대신 진행도 느렸다. 경산모는 몸이 출산을 기억하기에 옆에서 조금만 코칭해줘도 곧잘 이완하고 호흡하면서 진통을 견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출산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산모와 초산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세하게 나눠야 한다. 막달이 됐을 때 남편이나 지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출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초산을 겪을 때 산모 마음에 걸렸던 일, 피하고 싶거나 두려웠던 일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출산에 대한 부담감이 한결 줄어들 것이다. 

한편, 초산에 유도분만을 성공한 산모가 둘째 때도 유도분만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유도분만이 너무 힘들어서, 피하고 싶다는 산모도 있다. 인터넷 글을 살펴보다 보면, 남편 일정에 맞추기 위해 유도분만을 선택한다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초산보다 경산일 경우 유도분만의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초산에 자연분만을 했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바늘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의 틈만 있는 초산모의 자궁경부와 달리 경산모의 자궁경부는 그래도 연필심 하나 들어갈 정도는 열려있다. 그래서 막달에 경산모를 내진했을 때 1~2cm 열린건 흔한 일이고, 배뭉침만 좀 잦아져도 2cm가 열리는 일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산모가 무조건 유도분만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 37~38주와 같이 너무 이른 때에 유도분만을 하기보다, 39~40주에 유도분만 하거나, 어느 정도 자연진통이 왔을 때 유도분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은 초산이나 경산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경산모는 초산모보다 훗배앓이를 더 오래한다. 임신을 하면 자궁은 본래 크기보다 500~1000배까지 커지는데, 출산 후에는 계속 수축하며 원래 크기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런데 초산은 처음 자궁이 커졌다가 줄어든 것이지만, 경산은 두 번째나 세 번째 커졌다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훗배앓이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 산모의 건강은 행복한 육아의 ‘선결조건’이다

엄마가 우선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가족'의 탄생도, 행복한 육아도 가능하다. ⓒ베이비뉴스
엄마가 우선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가족'의 탄생도, 행복한 육아도 가능하다. ⓒ베이비뉴스

나는 첫째를 낳고 대머리가 되는 줄 알았다. 머리가 한 움큼씩 빠졌기 때문이다. 둘째를 낳은 후에는 머리 빠지는 기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오로 배출도 그렇고 모든 것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원래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운 후에 둘째를 가지려고 했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임신하는 바람에 출산 후에야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필라테스는 본래 재활 운동인 데다 근육량이 적은 나에게 딱 맞았다. 보약도 먹고 산후도우미도 길게 쓰고 할 수 있는 건 다 한듯하다. 첫째 때 못했던 산후조리는 둘째 출산 후에 하면 된다는 말도 있지만,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수많은 호르몬의 변화에 대처할 방법은 오직 체력을 키우는 일뿐이었다.

첫째 출산을 앞둔 산모들은 출산만 걱정한다. 아직 낳아서 키워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둘째를 낳는 산모의 마음가짐은 좀 다르다. 둘째 출산 이후 육아 전쟁이 시작될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기꺼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최소한 100일은 잠을 포기해야 한다. 이 시기는 산모가 산후조리를 해야 하는 시기임과 동시에 아기가 폭풍 성장하는 시기다. 

둘째를 낳은 엄마는 모유수유도 해야 하고, 갓 태어난 둘째뿐만 아니라 여전히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첫째 아이도 챙겨야 한다. 둘째를 낳는 순간 첫째가 많이 컸다고 느끼면서도, 첫째부터 챙겨줘야지 다짐해도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된다. 첫째와 엄마 사이 갈등이 생기고, 첫째가 엄마 몰래 동생을 꼬집는 일도 생긴다. 육아 문제로 부부가 싸우는 일이 많아지기도 하겠지만, 이 모든 일이 새로운 가족이 태어나는 과정인 것도 안다.

경산이 초산보다 쉽다고 하지만, 쉬운 출산은 없다. 떨리지 않는 시험이 없듯 출산은 누구에게나 긴장되는 일이다. 그러니 경산모여도 더 열심히 출산을 준비하고 몸을 챙겼으면 좋겠다. 엄마가 행복해야 행복한 육아도 가능할테니까.

*칼럼니스트 이하연은 대한민국 출산문화와 인식을 바꾸고자 자연주의 출산뿐만 아니라 자연 분만을 원하는 산모들에게 출산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로지아’에 다양한 출산 관련 영상을 올리며 많은 산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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