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꼭 놀아줘야 돼? 심심해도 괜찮다고!
아이들과 꼭 놀아줘야 돼? 심심해도 괜찮다고!
  • 정가영 기자
  • 승인 2020.05.08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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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코로나 장기전, '집콕육아' 하면서 발견한 것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지 며칠이 지났다. 이대로 생활방역을 잘 해나간다면 아이들은 곧 학교로, 유치원으로, 어린이집으로 향할 수 있을지 모른다.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물론 긴장의 끈을 놓치긴 아직 이르다. 더욱 더 긴장하고 조심해야 아이들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100일 가까운 시간을 집에서 두 아이와 함께 했고 지금도 같이 지낸다. 모든 건 적응하기 마련이라고,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당연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더 이상 “오늘 어린이집에 가요, 안가요?”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온종일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이들을 내가 직접 돌볼 수 있는 상황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집콕육아’는 엄마인 나의 본성을 여실히 드러나게 했다. ‘아이들과 언제 이렇게 붙어있겠나’ 싶어 최선을 다해 육아하겠노라 마음먹다가도 금세 두 눈 부릅뜨고 포효하는 나를 발견할 때면 무섭기까지 했다. 어제도, 오늘도 그러는 중이다. 둘째 아이가 울먹이며 “엄마 무서워...”라고 했으니 말 다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이 둘과 보냈던 시간들. 심신은 지치고 인내심은 바닥을 쳤지만 그럼에도 내겐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육아를 향한 부담감을 슬쩍 내려놓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엄마에게 던져준 과제. '집에서 뭐하고 놀지?' 하루 종일 뭐하고 놀지 고민하는 것도 일이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코로나 사태가 엄마에게 던져준 과제. '집에서 뭐하고 놀지?' 하루 종일 뭐하고 놀지 고민하는 것도 일이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난 아이들이 심심해하는 걸 못 보는 엄마다. 이 놀이가 끝나면 다른 놀이로 갈아타줘야 하고 식사 준비로 자리를 비울 때는 아이들끼리 놀 수 있도록 찰흙놀이라도 준비해줘야 마음이 편했다. 집콕육아를 시작한 지 처음 한 달은 열정 가득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온라인으로 이것저것 재료들을 주문해 미술놀이도 하고 찰흙놀이, 황토놀이도 하며 엄마표 놀이에 푹 빠졌다.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재밌다는 아이를 보면 뿌듯했다. 하지만 집콕육아가 장기전으로 돌입하면서 ‘뭐 하고 놀지?’라는 고민이 부담스러웠다. 큰 아이는 “엄마, 이 놀이는 저번에 했잖아”하며 금방 지루해했다. 나뿐 아니라 많은 부모들이 떠안고 있는 문제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놀 거리도, 놀아줄 의지도 몽땅 소진돼버렸다. ‘이젠 나도 못살겠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이 입에서 “심심해”라는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새어나오기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그래! 심심해도 괜찮은데 뭐가 문제지? 너무 큰 부담감을 안고 있었던 게 아닐까?’ 사실 난 남편에게 입버릇처럼 “제발 혼자 아무것도 안하고 심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심심한 게 나쁜 게 아닌데, 왜 그렇게 아이들을 심심하게 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심심해도 괜찮아. 엄만 심심한 게 제일 좋을 때도 있는 걸? 꼭 뭘 안 해도 돼. 가끔은 그냥 누워도 있고 아무 것도 안 해도 좋잖아.”

아이에게 선전포고(?)를 한 뒤부터는 아이들을 심심하게 둔 채 거실 바닥에 멍하니 누워 쉬기도 한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해왔던 개인적인 일을 낮에 할 때도 있다. 처음엔 “엄마 일어나서 같이 놀자”고 떼쓰며 달려들던 아이는 혼자 놀이에 푹 빠지거나 동생과 놀며 시간을 보낼 줄도 안다. 아이들에게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엄마에게 의지하려 들었다. 그게 또 스트레스가 됐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없는 요즘 같은 시기엔 더 힘겹게 느껴졌다. 엄마가 너무 힘들지 않게, 그냥 흘러가는 대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자고 마음먹으니 오히려 시간이 잘 가고 있다. 아이들도 심심함을 즐길 줄 알게 됐으니 이보다 더한 변화가 어디 있을까.

이것 말고도 달라진 점이 또 있다. 아이들이 올바른 위생습관을 완벽히 터득하고 실천한다는 점이다. 손톱 밑, 손등,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손 씻기, 재채기는 옷소매에 하기, 외출 시에는 마스크 꼭 쓰기 등등. 우리가 지속적으로 지켜나가야 할 것들을 아이들도 아주 열심히 지켜나가니 다행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가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심심함을 즐기며 버텨나가겠다. 코로나로부터 보다 안전한 환경이 되어 하루 빨리 아이들이 씩씩하게 학교로, 유치원으로, 어린이집으로 갔으면 좋겠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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