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서류 들고 뺑뺑이… "학자금 제도에서 답 찾자"
양육비 서류 들고 뺑뺑이… "학자금 제도에서 답 찾자"
  • 김재희 기자
  • 승인 2020.05.13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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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서 한부모 가족의 80%가 ‘교육비와 양육비 부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 조사 대상의 78.8%는 상대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양육비 청구소송 경험은 7.6%에 불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고 양육비 지급 의무자에게 징수하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을 공약했다. 이 제도는 100대 국정과제에 들어가지 못했다. 2018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대지급제 도입 청원이 진행됐다. 20만 명 이상이 참여하면서 도입 논의에 불이 붙는 듯했지만 2019년 연구용역 종료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양육비 이행 강화 방안을 담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문턱을 어렵게 넘었다. 20대 국회는 오는 29일 종료를 앞두고 있고,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일정은 미정이다.

이 법안이 20대 국회 회기 종료 전에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대지급제 도입을 둘러싼 반론이 해결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대지급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양육비 이행률을 지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 전에 현재의 양육비 이행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육비 이행률을 높이는 동시에, 양육비를 받기 위해 법원과 기관을 직접 찾아나서야 하는 한부모 가구의 어려움도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회보험을 비롯한 사회서비스, 조세지원 등을 연구해온 최 연구위원은 양육비 이행 체계에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ICL, Income Contingent Loan)’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뉴스는 지난 11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재 양육비 이행 정책이 가진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질문했다. 아래는 최 연구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추진 중인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 근본적 해결책일지는 의문"

양육비해결모임은 지난해 2월 14일 헌법재판소에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과 관련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양육비해결모임은 지난해 2월 14일 헌법재판소에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과 관련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현행 양육비 이행 제도와 국회에서 입법 심사 중인 제도를 어떻게 보는가?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인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안을 담았다. 양육비 관련 시민단체는 양육비 채무자의 사회활동 제재안 도입을 주로 요구하고 있다. 법이 바뀌면 재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양육비를 지급하는 미지급자도 있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양육 한부모에게 도움이 될, 근본적인 해결책일지는 의문이다. 

현행법은 양육비를 받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가정에 한시적 양육비를 자녀 1인당 20만 원 한도에서 9개월간 긴급지원하고 있다. 이 금액은 아동수당(월 10만 원), 양육수당(월 10만 원~20만 원), 저소득 한부모아동양육비(월 20만 원)과 비교하면 큰 금액이 아니다.

개정을 위해 논의 중인 법안은 양육비 채무자에게 국가가 징수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이 또한 한시적 양육비를 지원받은 분들에 한한다. 현재와 같은 방향으로는 양육비 이행률을 눈에 띄게 높이기는 어렵다고 본다.”

Q. 정부는 양육비 이행 강화 방안의 한 축을 양육비이행관리원 권한 강화에 무게를 뒀다. 이 같은 방향성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부 부처나 사회보험을 담당하는 공단 같은 산하기관들은 대개 국세청에서 소득 자료만 받으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가족부나 양육비이행관리원 역시 국세청에서 자료를 받으면 채무자의 상황을 판단해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해당 기관이 직접 소득을 파악하고 자료를 생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발생한다. 

소득재산 자료를 주고받는 절차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소득 자료가 담고 있는 정보를 이해하고 취급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은 당연히 국세청에 비해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소득자료를 조회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마다 잘 수행할 수 있는 일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필요하다.”

Q. 2018년 한 토론회에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양육비 이행 제도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대학생에게 국가가 학자금을 대출해주고, 학생이 취업하여 경제활동을 하고 근로 또는 사업소득이 발생하면 소득수준에 따라 원리금을 상환 받는 제도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학자금상환법)’에 의거해, 교육부 대학재정장학과와 한국장학재단, 그리고 국세청 소득지원국이 운영한다. 한국장학재단이 학자금 대출과 자발적 상환을 관리하고, 국세청은 소득이 발생해서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 사람들과 오랜 기간 학자금을 갚지 않은 사람을 중심으로 일반적인 원천징수 방식을 통해 관리한다. 

양육비 이행 관리체계에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의 운영 원리를 적용하면, 양육비 지급 의무자의 소득을 국세청이 파악해 양육비를 받아낼 수 있다. 가정법원에서 내린 양육비 이행 판결 결과로 채무자의 이행내역이 확정되면, 법무부의 협조를 받아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국세청으로 전달하고, 국세청이 사업주를 통해 양육비 원천징수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Q. 학자금 상환제도를 적용한 양육비 이행관리 제도는 대지급제도 도입 과정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오히려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에 필요한 논리에 힘을 실을 수 있다.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이후 논쟁에서 확인됐듯, 대지급 제도는 풀어야 할 논란이 많다. 논란이 많으면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기획재정부 또한 현행 양육비 이행체계에서 대지급 제도로 넘어가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대지급 제도 도입에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반론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육비 이행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중간 단계의 관리체계를 도입해 운영해야 한다. 

제안한 방식을 도입하면 설득력 있게 대지급 제도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육비 지급 대상이 10만 명이라고 가정하자. 이들에게 전부 대지급을 집행한다고 하면,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에게도 국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양육비 이행 관리체계를 도입해 적용하면 양육비 이행 의무자가 경제활동 하는 곳에서 발생한 소득에 정확하게 양육비를 징수할 수 있다. 양육비 이행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양육비를 받지 못해 사정이 어려운 사람이나, 악성채무자 사례가 가려지면 예산당국이나 반론이 있는 분들을 설득할 수 있다. ‘국세청이 나섰는데도 이 정도이니 아동의 복지를 위해서 양육비를 국가가 먼저 지급하고 보다 강력하게 구상권을 청구하자’는 주장이 가능하다. 

또한 학자금의 경우, 내가 빌렸던 돈을 갚는 건데도 사업주에게 원천징수를 위해 학자금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상환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양육비 이행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 자신이 일하는 기업의 사업주에게 양육비 채무의무를 가졌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노출하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다. 이 틀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양육비 이행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 "학자금 상환제도 활용, 설득력 있게 대지급 제도 만들 수 있다"

최현수 연구위원이 제안한 양육비 이행 관리 거버넌스 운영체계. ⓒ최현수
최현수 연구위원이 제안한 양육비 이행 관리 거버넌스 운영체계. ⓒ최현수

Q. 국세청에 양육비 징수 업무를 위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중 ‘소득 발생에 따른 의무상환액 징수 업무 및 장기 상환자 관리 업무’를 국세청에 맡길 수 있었던 것은 ‘교육부장관은 권한과 업무를 국세청장에게 위탁한다’는 내용의 학자금상환법 제5조 제2항 때문이다. 양육비 이행 업무 또한 체계나 부처 간 역할은 학자금상환법처럼 관련 법안과 시행령에 명시하면 된다.

국세청의 사회보험 통합징수나 각종 부정수급 환수 업무처럼 국세청이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각 부처나 기관은 국민들에게 필요한 급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국세청 내 학자금 상환 업무 담당 부서를 양육비 이행 징수 및 사회보험 통합징수 등을 포함한 ‘사회정책 지원 관련 상환 및 사회적 징수’를 담당하도록 확대하고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면,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양육비 이행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

여기에, 현재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 등 소득중심의 사회보험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수고용직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와 자영사업자 등 근로소득이 파악되지 않는 이들의 사회보험 가입을 확대하기 위해 국세청의 시스템을 통해 소득이나 매출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구축되는 자료를 기반으로 하면 양육비 이행 채무자의 소득·자산·매출 등에서 일정 비율을 양육비로 받아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양육비 지급 책임이 있는 비양육 부모가 소득·자산·매출을 은닉하더라도 잘 찾아낼 수 있다. 국세청이 할 수 있는 강력한 역할이다. 양육비 지급 의무자의 경제활동이나 재산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재산 은닉은 과세체계와 맞물려 양육비 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세법 상 탈세 혐의 등을 적용해 처벌 할 수 있다.”

Q.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역할 변화나 규모 축소를 우려할 수도 있겠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징수 업무를 국세청에 위탁했다고 해서 한국장학재단의 조직이 축소되었다고 할 수 있나. 국세청에서 학자금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규모를 봐도, 전문기관에게 적절한 역할을 담당하도록 협업하는 것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면서도 더 효율적이다.

그리고 양육비를 받아야 하는 양육 부모가 서류를 들고 법원과 양육비 이행관리원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양육비를 지급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양육비이행관리원 입장에서는 양육비 이행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서, 법원과 국세청을 연계해 양육비 이행 여부와 양육비 변동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한부모 가구에 대한 상담이나 복지서비스 연계, 법률지원 서비스 등에 집중하고 이에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양육비 이행 관리체계는 앞으로 대지급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대상자 선정과 지원, 구상권 청구 등 종합적인 관리와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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