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글쓰기란… “우아한 무기를 얻는 것”
엄마에게 글쓰기란… “우아한 무기를 얻는 것”
  • 최규화 기자
  • 승인 2020.05.14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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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 아이를 위한 글쓰기 연습」 여상미 작가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우리에게는 좋은 소통의 도구인 ‘글’이 있다. 글은 먼저 엄마인 ‘나’를 바꾸고, 그로 인해 ‘아이’를 바뀌게 하며, 나아가 우리 ‘가정’을 변화시킨다.(「우리 아이를 위한 글쓰기 연습」 6쪽)

부모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처음 겪는 일들에 몸과 마음은 지치기 일쑤. 하지만 고된 하루하루 속에서도 아이가 선물하는 보석 같은 시간들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여상미 작가의 「우리 아이를 위한 글쓰기 연습」(믹스커피, 2020년)은 그런 이들을 위한 책이다.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여상미 작가는 “엄마이면서 프리랜서 작가”다. 여 작가는 2004년 ‘한국문학’ 가을호에 소설 ‘난데손님’을 발표했고, 방송사 시사·교양 프로그램 구성작가 등으로 일해왔다. 현재 아동·청소년 문예 지도교사로 활동하며, 베이비뉴스에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엄마의 삶과 아주 밀접한 글쓰기 방법을 소개한 책. 무엇보다 여 작가 본인의 경험을 통해 독자들을 글쓰기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무엇부터 어떻게 쓰면 좋을까. 글쓰기는 엄마와 아이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까. 14일 여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글쓰기로 얻은 엄마의 힘이 아이와 가족들에게 전달될 것”

「우리 아이를 위한 글쓰기 연습」 여상미 작가 ©여상미
「우리 아이를 위한 글쓰기 연습」 여상미 작가 ©여상미

Q. 어떤 계기로 책을 쓰기 시작하셨는지, 또 집필에는 얼마나 걸렸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베이비뉴스에 칼럼을 연재한 지 올해로 벌써 3년째 됐는데요. 평소 칼럼을 눈여겨보시던 출판사 관계자 분께서 육아맘들을 위한 글쓰기 책을 제안해주셨어요. 집필은 반 년 정도, 이후 한 달 정도 퇴고를 했는데요, 틈틈이 육아와 관련된 내용들을 정리해놓은 글들이 있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Q. 엄마가 글을 쓰면, 자신에게, 아이에게, 또 다른 가족들에게 무엇이 이로울까요?

“엄마가 글을 쓰면 가장 먼저 글을 쓰는 자신, 즉 엄마 본인의 삶이 치유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저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해요. 특히 유아기의 아이들은 엄마가 웃는 얼굴만 봐도 같이 웃을 정도로 엄마가 가진 감정의 전달력이 대단하다고 하거든요.

엄마라서 받는 스트레스를 글로 풀 수 있고, 또 그런 방법으로 힘을 얻는다면 아이는 물론 자연스럽게 다른 가족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말은 내뱉기는 쉬워도 주워 담기는 힘들지만, 글은 그렇지 않거든요.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장 고급스러운 방법은 아닐까…. 그래서 엄마가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정말 우아한 무기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글 쓰는 엄마’가 아니었다면 겪지 못했을, 잊지 못할 순간이 있나요?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었습니다. 가끔 아이가 제시간에 잠들기 힘들어 할 때 들려주면 좋다고 하는 이른바 ‘백색소음’ 같은 것들을 아무리 동원해도 잠들지 못하던 날이 있었는데요, 어느 날은 제가 포기하는 심정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아이가 컴퓨터 타자 소리를 듣더니 곧바로 잠이 들더라고요.

최근에는 아직 글자를 모르는 아이가 책을 거꾸로 들고 본인이 만든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기도 하고요. 혹시 이런 것들이 내가 글 쓰는 엄마라서 마주하게 된 순간들은 아닐까 순간순간 놀라곤 합니다.”

Q. ‘글 쓰는 엄마’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에는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 기대하시나요?

“요즘은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다 보니 소위 TMI(Too Much Information)로 판단력이 흐려질 때가 많은데요, 그렇다 보니 자기 주관보다는 대세를 따르고, 상대를 배려하기보다 내 입맛에 맞는 대상을 선택하는 데 익숙한 사회가 돼가는 것 같아요.

글을 쓰는 엄마들이 많아진다면, 남들에게 보이는 시선보다 내 자신, 또 외면보다 내면을 가꾸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상대와의 관계에서도 호의적인 상황들이 좀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글 쓰는 엄마라서 잊을 수 없는 ‘아주 사소한 순간들’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여상미 작가는 “엄마이면서 프리랜서 작가”다 ©여상미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여상미 작가는 “엄마이면서 프리랜서 작가”다 ©여상미

Q. 아이 키우면서 글 쓸 시간을 마련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대부분 아이가 잠든 시간,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급한 상황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도 보여 주고 사탕도 물려주고 합니다.

프리랜서 작가라고는 하지만 제 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저도 다른 워킹맘들과 비슷하죠. 대신 틈나는 대로 떠오르는 것들을 수첩에 메모해두고, 필기구는 늘 곁에 두는 것이 노하우라고 할 수 있을까요?”

Q. 책 속의 문장들 가운데 작가님이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문장을 하나만 골라주세요.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문단, 글을 민들레 홀씨에 비유한 부분인데요, ‘결국 엄마 자신의 행복을 위해 시작한 글쓰기지만 마지막에는 우리 아이와 가족 혹은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문장으로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메시지를 대신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숨을 불어 생명력을 갖게 된 글은 민들레 홀씨처럼 누군가의 가슴에 또 다른 꽃을 피울 것이다. 결국 엄마 자신의 행복을 위해 시작한 글쓰기지만 마지막에는 우리 아이와 가족 혹은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하나의 생명이 된 글은 그렇게 당신의 손을 떠나 더 큰 행복으로 찾아올 것이다.(269쪽)

Q. 글쓰기를 시작하려 하는 엄마들에게 더 읽어보면 좋은 책들을 추천해주세요.

“우선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Writing Down the Bones)」(나탈리 골드버그, 한문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글을 쓰다 막막해질 때 가장 먼저 꺼내보곤 하는 책입니다. 어떤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글을 쓰게, 쓰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두 번째는 「엄마라면 한 번은 탈무드를 읽어라」(미리엄 아다한, 아침나무)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이론적인 책이라기보다는, 엄마로서 아이를 위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지혜가 가득 담겨 있어 추천하고 싶습니다.”

Q. 베이비뉴스 칼럼으로, 또 책으로 글쓰기를 통해 많은 독자들과 소통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또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주세요.

“평소에도 계획을 세우고 사는 편은 아니에요. 그저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현재에 (어떤 글쓰기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작가로서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죽기 전에 한번쯤 제가 쓴 소설로 인정받는 거예요.”

매일 같은 일상에 시달리는 엄마들에게 문득 찾아오는 마음의 감기 같은 날들. 그럴 때면 이전에 보았던 좋은 글귀, 읽다가 그만둔 책 한 권을 꺼내보자. 무심코 지나쳤던 문장과 하나의 단어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 그렇게 어느 날 문득 누구에게도 받지 못했을 위로의 시간을, 글을 통해 얻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272~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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