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관계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엄마, 아빠의 ‘화’입니다(물론, 아이들의 화도 마찬가지입니다마는). 화는 감정과 행동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대화에 큰 방해가 됩니다. 감정을 동반한 행동은 통제가 어렵습니다. 감정이 휘몰아치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내뱉게 되는데 말 역시 행동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내재한 것이고, 생각을 움직이게 합니다. 그리고 생각은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지요. 감정이 생각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가는 과정에 간격이 길어야 그 상황에서 모두에게 필요한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될 텐데요. 감정을 우선으로 하게 되면 감정, 생각, 행동 사이에 간격이 없어지고,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통제가 불능입니다.
특히 화는 에너지가 매우 큰 감정입니다.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뿜어내는 위력이 대단해서 순간적인 행동으로 과격하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 나의 감정 습관을 탐색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에 휩싸이고 난 다음에는 상황이 끝나고 나서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으므로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시간을 종종 가지면 좋겠습니다
◇ 왜 화내나요?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아니면 '맘'에 안 들어서?
사람들은 자기들이 가진 기질에 따라 욕구하는 바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어떤 사람들의 기질 유형은 배려형이라 너무 걱정이 지나쳐서 그것이 화로 변하기도 합니다. 걱정이 많아지면 두려움도 커지죠. 두려움은 방어작용으로 화를 내게 합니다.
한편 어떤 사람들의 기질은 규칙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시간을 어기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반응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규칙에 어긋났을 때 세상이 어그러지고 삶이 헝클어지는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집니다. 그래서 이것을 고수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쏟죠. 정리정돈은 말할 것도 없고요.
또 어떤 사람들은 세상과 사람을 통제하는 것을 기본기질로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무시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지요. 아주 어린 아이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이 동시에 화로 변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에 반응해버립니다.
어떤 기질은 예의를 중시합니다. 선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인간은 인륜의 질서와 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고 무의식 중에도 생각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에 어긋나는 아이들을 용서하기가 어렵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정말 필요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이 부족하고 과부하에 걸리면 화난 상태로 있기도 합니다. 반대로 어떤 기질은 행동반경이 넓어서 활동적인 삶 그 자체가 에너지가 되어야 하는데,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경우에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납니다. 아마 이번 코로나 사태에 사회적 거리 두기나 집에서 격리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사람들의 유형일 겁니다.
비슷한 유형으로 수다를 좀 떨어야 에너지를 회복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이들하고만 생활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데가 없으면 불안한 감정들이 짜증과 화로 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굳이 기질검사와 심리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기질로 오는 감정들은 습관으로 굳어져 있을 확률이 높아서 이런 식으로 탐색해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 오면 즉각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반응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나의 욕구가 감정으로 드러나 아이의 가슴에 박히기 전에…
이렇게 패턴화되어 있는 감정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색깔을 찾아보면 화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감정으로 드러나기 전의 본래의 욕구를 먼저 발견해보는 것입니다. 자신의 욕구를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충족을 하고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난 다음 나의 욕구와 아이들에게 바라는 기대의 차이점을 발견하면 아이들에게도 그 아이들의 색깔로 드러나는 욕구들을 찾아봐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욕구하는 것들과 세상의 자극(아이들의 행동)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들이므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 알겠어. 이런 거였구나!!”라는 유레카는 더더욱 아닙니다. 수학이나 물리 혹은 자연의 법칙처럼 ‘알았다’고 선명해지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이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감정의 습관은 좀 무서운듯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무조건적 반사행동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과 만나는 실전에서 상황을 설정하기도 하면서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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