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할 일 최대한 미루는 아이의 습관, 고칠 수 있을까요?
해야할 일 최대한 미루는 아이의 습관, 고칠 수 있을까요?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20.05.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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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어려운 과제는 쪼개서, 집안일은 단계별로 지시해 보세요

Q. 유치원에 다니는 우리 아이는 제가 늘 재촉해야만 겨우 느릿느릿 유치원에 갈 준비를 마칩니다. 그런데 등원 준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는 해야 할 일이나 과제를 정말 최대한, 마지막까지 미루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의 각종 협박과 으름장을 듣고서야 겨우 시작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방향도 못 잡고,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제가 옆에서 내내 지켜보며 감시해야 겨우 끝냅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최대한 미루고, 하더라도 느린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은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 까지 미루는 아이의 습관, 어떻게 고칠까요? ⓒ베이비뉴스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은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 까지 미루는 아이의 습관, 어떻게 고칠까요? ⓒ베이비뉴스

◇ 아이의 '시작'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는지, 집안 환경부터 점검할 것

A. 미취학 시기부터 아이에게 간단한 집안일을 시킨다면, 아이들은 그 일을 마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잠시 미뤄야 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런 개념이 생긴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재미없고 지루한 일일지라도 그것을 꼭 시작해야 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잠시 미룰 줄 알게 된다.

부모들은 먼저 아이들에게 아침 일과나 잠자리 일과처럼 규칙적인 절차가 있는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그 첫 번째 단계는 아이가 특정한 일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해내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절차가 아이에게 내면화되면 부모의 “이제 시작해야지”라는 짧은 지시만으로도 아이는 그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혹은 아이 스스로 그 과정을 알아서 시작할 수도 있다. 

시작 자체가 어려운 아이의 행동을 바꾸려는 노력은 반드시 외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이를 바꾸려고 애쓰기보다는, 아이의 환경을 먼저 바꾸는 것이 먼저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는 천천히 그 방향을 환경에서 아이 그 자체로 전환하는데, 때가 되면 아이에게 직접 실행기능을 가르쳐야 하겠지만, 일단 이러한 교육 과정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 과정은 외부에서 내부로 진행되어야 한다.

물리적 환경을 바꾼다는 것은 이를테면 아이들에게 부엌에서 과제를 하게 하는 것 같은 방식이다. 부엌에는 아이들이 갖고 놀 장난감이 없기 때문에 방해요소가 없고, 부모도 쉽게 지시와 감독을 할 수 있으므로 효과적이다. 

어떤 프로젝트나 활동을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시작하는 능력을 ‘과제개시’라고 말한다. 과제개시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도 최소한 자신이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지 정하는 일은 곧잘 해내곤 한다. 이들은 ‘끌리는’ 일을 하려고 하고 그 일에 재미를 느끼는 동안에는 집중해서 그 일을 해낸다. 그러다가 재미가 없어지면 다른 재미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과제 시작에 능숙한 듯 보인다. 하지만 유치원에 다닌다고 과제개시 능력이 그렇게 쉽게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과제를 미루고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가장 하기 싫은 과제는 밤늦게까지 미루는 행동을 한다. 과제개시는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고, 지루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에도 해당한다. 우리는 아직 학교도 안 간 아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알아서 하는 모습을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에게 해야 할 일을 지시하고, 아이가 그 일을 하는 동안 지켜보며 감독한다.

아이가 게으름을 피운다면 게으름뱅이 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아이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먼저다. 아이가 게으름을 피우는 시간을 고려하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유치원 등원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아이가 옷을 입자마자 바로 식탁에 앉을 수 있도록 아침 식사는 미리 차려 놓아야 한다. 아이가 눈으로 바로 볼 수 있게 큰 시계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아이의 계획성을 높이는 양육지침

단계별 지시와 적절한 보상, 규칙적인 일과가 핵심입니다. ⓒ베이비뉴스
단계별 지시와 적절한 보상, 규칙적인 일과가 핵심입니다. ⓒ베이비뉴스

▲과제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잘 지켰을 때 보상할 것=아이에게 해야 할 일을 시작하라고 지시하고, 아이가 그 일을 곧바로 시작할 때마다 칭찬하자. 혹은 요청한 과제를 3분 이내에 시작했을 때 칭찬스티커를 주고, 칭찬스티커가 쌓이면 아이가 원하는 보상을 해준다. 이때 반드시 부모는 아이가 그 일을 시작하는지 눈으로 지켜봐야 하며, 아이가 그 일을 계속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힘든 과제는 작은 과제로 쪼개서 부여할 것=주어진 시간 안에 달성 가능한 현실적인 과제를 부여하자. 너무 오래 걸리거나 지나치게 힘든 일이라면 아이에게 한 번에 한 단계씩만 하게 한다. 그러면 아이는 훨씬 더 쉽게 그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과제를 여러 단계로 나누는 것도 좋다. 아이에게 “방 깨끗이 정리해”라는 지시보다 작은 과제로 나눠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더러워진 옷은 세탁실에 갖다 놓기, 겉옷은 옷걸이에 걸어 놓기, 책꽂이에 책 정리하기, 장난감 바구니에 장난감 넣기로 나누어 지시하자.

▲계획을 세우게 할 것=아이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면, 아이는 보다 주도적으로 전체 과정을 해나가게 되며, 여러 번 지시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불평 없이 일을 시작할 것이다. 아이가 과제를 시작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지시를 받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면, 아이의 적극성과 주도성을 높일 수 있다.

▲아이의 일과를 규칙적으로 바꿀 것=예측 가능한 일과를 유지하자. 아이가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고, 식사하며 잠자리에 들게 하자. 이런 생활을 통해 게으른 아이는 한 가지 일이 끝나면 다음에는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규칙적인 과정을 이해하고, 시간관념도 기를 수 있게 된다.

▲시간의 개념을 알게 할 것=아이에게 집안일이나 방 정리하기, 또는 과제를 마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말해보게 하자. 이를 통해 시간을 관리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아이와 '하루 활동 계획 세우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그 활동을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결정해본다면 시간 개념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환경을 관리할 것=오후 늦게 텔레비전을 보며 낄낄대는 동생이나 형이 틀어놓은 커다란 음악 소리 같은 것들이 아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가 과제에 집중하고, 효과적으로 끝내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과제 하는 동안만이라도 주변을 조용하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잠자리에 들 때나 집안일을 할 때도 주변에 방해요소가 없어야 한다.

▲과제에 흥미를 느끼게 해줄 것=아이 혼자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하도록 해주거나, 혹은 일하는 동안 좋아하는 동요를 들려주자. 어떤 부모들은 집안일을 마치 게임처럼 바꾸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이를테면 “타이머가 울리기 전에 네가 방을 다 정리할 수 있는지 볼까?” 같은 격이다.

▲선택의 기회를 주고 다양성을 넓힐 것=아이에게 매일 똑같은 집안일을 시키지 말고 집안일 목록을 만들어 아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게 하라. 그렇게 하면 아이는 상대적으로 그 일을 덜 싫어하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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