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죽어도 그게 인생”이라는 브라질 정부 
“코로나로 죽어도 그게 인생”이라는 브라질 정부 
  • 칼럼니스트 황혜리
  • 승인 2020.05.2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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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브라질 육아] 한국과 비교했을 때, 브라질 정부는 안일하다
긴급 보조금을 받기 위해 줄 선 브라질 사람들 ⓒglobo
긴급 보조금을 받기 위해 줄 선 브라질 사람들 ⓒglobo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가운데 주목받는 나라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눈에 띄게 줄어든 확진자 수에 세계가 한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책을 주시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다수의 국민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아이가 있는 가정에 아동 수만큼 아동돌봄쿠폰을 지급한다든지, 회사 눈치를 봐야 하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긴급 보육을 실시하는 등의 대책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어린이나 약자를 잘 배려하는 문화의 브라질은 과연 지금 어떤 대책을 내놨을까? 

안타깝게도, 브라질에서는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에 대한 대책조차 미흡한 실정이다. 주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생필품 및 의약품 가게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 유치원, 학교에 폐쇄령을 내리고 사람들의 외출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사망자 수와 추가 확진자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5월 20일 기준 브라질의 총 확진자는 27만 1628명, 사망률은 6.6%다. 한국의 총 확진자는 1만 1110명이고 사망률은 2.4%라고. 일터에 못 가니 돈을 못 벌고, 그러니 먹고사는 일에 지장이 생기는데 그렇다면 브라질 국민에 대한 브라질 정부의 지원금 대책은 어떨까?

일자리, 보조금, 보육 문제는 물론이고 가장 기본적인 의료 문제까지. 브라질의 코로나19 대응은 너무나도 안일하다. 내가 살던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보니 더더욱 그렇다. 더 큰 비극을 막기위해 이제라도 브라질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베이비뉴스
일자리, 보조금, 보육 문제는 물론이고 가장 기본적인 의료 문제까지. 브라질의 코로나19 대응은 너무나도 안일하다. 내가 살던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보니 더더욱 그렇다. 더 큰 비극을 막기위해 이제라도 브라질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베이비뉴스

브라질은 한국처럼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주지 않는다. 브라질의 긴급 보조금 대상자는 주로 사회적 약자로, 18세 이상의 임시직 근로자, 자영업자 등이다. 하지만 그들 중 가족 구성원 내에 소득이 최저임금의 절반인 522.50헤알(5월 20일 환율 기준, 한화 약 11만 원 )이 넘는 사람이 있거나, 가족 구성원 모두의 소득이 최저임금의 3배인 3135헤알(약 67만 원)을 넘으면 지원받지 못한다. 실업보험이나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 또한 지원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아이가 있다고 하여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는 한 아동 당 40만 원 상당의 돌봄 포인트를 지급해주었지만, 브라질에서는 아동이 있다고 해도 받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브라질에서는 아이 한 명당 3개월간 매달 600헤알(약 13만 원)을 긴급 보조금으로 지급하는데, 한 가구당 최대 두 명만 받을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이 두 명이든 열 명이든 그 수와 상관없이, 부양해야 할 아이가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신경 써주지 않는다. 

다행인 건, 미혼모처럼 가족을 홀로 부양하는 여성은 3개월 동안 한 달 최대 1200헤알(한화 약 25만 6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정도? 하지만 저축도 못 할 만큼 가난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여성 근로자가, 아이까지 여럿 있다면 한 달에 25만 원으로 어떻게 버틸 수 있나. 정말 열악한 실정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을 키우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모든 경제활동이 막혔고, 생필품 가게 같은 곳에서 일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면 그마저도 무용지물이다. 한국처럼 긴급 보육제도가 없으니 말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코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긴급 보육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브라질 부모들은 선택지조차 없다. 

보조금이나 긴급 보육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의료 문제도 심각하다.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공립병원에는 주로 사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이 오는데, 이미 환자를 받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의료진은 부족하다. 가장 기본적인 의료 문제도 제대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브라질 대통령은 대규모 격리와 이동제한을 시행한 주지사를 비난하며 사람들의 일터 복귀를 주장한다. “당연히 사람들이 일터에 복귀하면 코로나로 누군가는 죽겠지만 그게 인생이다”라는 막말을 하면서 말이다. 아이들을 위해, 가족을 이해 일터에 복귀한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리면, 그 남은 가족은 누가 부양할 것인가.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 브라질 정부가 더 나은 코로나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칼럼니스트 황혜리는 한국외대 포르투갈(브라질)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브라질에서 두 살 아들을 기르고 있는 엄마입니다. 브라질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이 문화들을 한국과 비교하고 소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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