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민식이법을 공격하나… 약자 향한 혐오와 조롱
그들은 왜 민식이법을 공격하나… 약자 향한 혐오와 조롱
  • 기고=민언련
  • 승인 2020.05.21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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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유튜브 모니터] 민식이법과 유가족 향한 유튜브 속 도 넘은 혐오②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2월부터 석 달간 유튜브 내 혐오 표현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했다. 첫 번째 보고서는 ‘민식이법’과 유가족을 향한 혐오에 대한 것. 보고서를 두 편의 특별기고로 나눠 싣는다. - 편집자 말

지난 3월 25일 어린이보호구역 안전 강화를 위한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베이비뉴스
지난 3월 25일 어린이보호구역 안전 강화를 위한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베이비뉴스

☞ 1편 ‘민식이법’ 과잉처벌 논란 부추기는 유튜브, 정말 그럴까?에서 이어집니다.

문제의 유튜버들은 앞서 살펴본 민식이법을 향한 왜곡을 토대로 민식 군 부모님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조회 수 100만 회를 넘긴 유튜브 채널 ‘뻑가’의 영상 <어이없는 민식이 부모의 최근 인터뷰>(4/27)에 나온 발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뻑가 : 비디오머그라는 곳에서 또 민식이 부모님을 인터뷰한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분들은 왜 자꾸 나오시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번에도 나와서 또 우세요. 개인적으로 카메라 앞에서 우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그 부분을 들어내니까, 이제 죄다 아버지 인터뷰밖에 안 나와. 자기들 기준에선 과속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그렇게 주장을 했대. 과속이라는 게 뭐 언제부터 주관식이 됐나 뭐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말해도 됩니까. 그러면서 당신들의 그 느낌으로 운전자를 국민 역적으로 몰았잖아요. (중략) 결과적으로 봤을 때 당신들의 그 느낌으로 주장하다가 국민들이 속아서 모든 운전자가 고통받을 이런 악법이 탄생된 건데, 자기네들은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게 아니래. 돌아보니 거짓말이 되긴 했는데 자기는 일부러 한 게 아니라서 괜찮다? 그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대요. 아, 그렇구나.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세정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토순이’에서도 비슷한 혐오가 드러납니다. <비디오머그 민식이법 모르는 민식이 부모 인터뷰 논란!!>(4/29)에서였는데요.

토순이 : 민식이 부모님은 비디오머그에 나와서 오해하지 말아 달라, 비난을 그만해 달라며 하소연했는데요. 이분들은 왜 자꾸 카메라 앞에 나와서 우는지 모르겠어요. (중략) 옆에서 또 민식이 엄마는 “둘째 아들이 아직 어린데, 무분별하게 형을 욕하고, 엄마 아빠를 욕하는 거를 좀 더 커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어두워질까 봐 걱정됩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울어요, 또. 아니 지금 민식이를 모욕하고 욕 먹이는 게 누굽니까. 바로 민식이 부모님들이에요. 자기들이 지금 아들 이름으로 말도 안 되는 법안 통과시키고, 운전자 인생은 다 망쳐놨는데 거기에 대한 해명 하나 없으니까, 하늘나라로 간 아이까지 비난을 받게 되는 거예요. 

고 민식 군을 향한 비난까지 운운하며 유가족에 참담한 혐오 발언을 퍼부은 이들은, ‘운전자 인생을 망쳐놨다’, ‘민식 군 사고 당시 과속이 아니었는데 민식 군 아버지가 과속했다고 주장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가해 차량이 시속 23.6km로 제한속도를 지켰지만, 민식 군 부모님은 가해차량이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았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모든 운전자들을 매도했고, 악법 통과까지 강행했다는 취지입니다.

이들이 비난을 퍼부은 민식 군 부모님의 인터뷰는 SBS 비디오머그 <민식이 부모 근황…‘과잉입법’ 논란에 처음으로 답하다>(4/25)입니다. 여기서 민식 군 아버지는 “운전자가 (사고 당시) 현장에서 한 (시속) 40에서 50 정도로 달린 거 같다 죄송하다, 그 이후에 블랙박스 영상을 봐서도 저희 기준에서는 과속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가해차량이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러 거짓말을 해서 국민들을 속이려고 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민식 군 사고의 가해 운전자는 민식이법과 무관하게 처벌받았으며 과속으로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민식 군 부모님이 가해 차량 과속 여부를 오인한 것이 민식이법 내용이나 입법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도 아닙니다. 민식 군 사고의 주된 원인은 ‘신호등 없는 스쿨존 횡단보도’와 ‘운전자 부주의’였고 이에 따라 관련 법안들이 개정된 것이죠.

◇ 민식이법은 유가족의 ‘감성팔이’로 통과된 것이 아니다 

사실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두고 유가족인 민식 군 부모님에게 비난을 가하는 행위 자체가 상식에 어긋납니다. 민식이법을 발의하고 법안 내용을 수정한 주체는 국회이기 때문입니다. 민식 군의 사고가 났던 충남 아산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강훈식 의원과 이명수 의원은 각각 지난해 10월 13일과 15일에 민식이법을 발의했습니다. 다음 단계인 법사위로 넘어간 두 의원의 발의안은 전상수 수석전문위원의 검토에 의해 일부 수정‧통합됐으며 전상수 위원의 검토보고서를 법무부가 동의했습니다.

중앙일보 <스쿨존 교통 사망사고 무조건 징역?…‘민식이법’ 헛소문들>(2019/12/4)에 따르면, “초기 발의된 강훈식, 이명수 의원의 법안이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만 해도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법안 논의 과정에서 형벌의 적정성, 다른 교통사고 범죄와의 균형을 고려하여 수정”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련된 최종안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겁니다. 법안 통과는 여야 합의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민식 군의 부모님은 이러한 입법 과정에 개입하지도 않았고, 개입할 수도 없습니다. 민식 군 부모님은 어린이 안전에 관한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지적하고 국회에 입법을 촉구하는 정당한 국민의 권리를 행사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민식 군 부모님에게 막무가내식 비하와 혐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뻑가와 토순이에서 등장한 혐오발언 게시물에는 법 자체에 대한 비난 이외에도 민식 군 부모님에 대한 외모 비하나, 가족들을 향한 저주에 가까운 댓글들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민식 군 부모님은 노컷뉴스와 진행한 인터뷰 <인터뷰/민식이 부모 “법은 국회가…비난 멈춰주세요”>(4/28)와 앞선 SBS 비디오머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비난과 혐오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문제 유튜버들의 혐오발언은 급기야 민식 군, 그리고 민식 군과 같은 스쿨존 내 어린이들을 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유튜브 채널 뻑가의 <뻑가뉴스, 민식이법 피해사례 및 정리, 망치부인 망언 논란>(3/29)에서는 스쿨존을 ‘민식이존’이라 부르며 비하했습니다.

뻑가 : 그래서 내비게이션에 스쿨존 회피기능도 막 넣고 있다고 합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민식이는 민식이존을 남겼죠. 이제 민식이존에 있는 집값도 떨어지는 거야. 거기 들어가려면 매일매일 막 자폭맨을 피해가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운전하는데 어린애들이 막 뛰어다녀 그럼 뭐라고 합니까? ‘꺼져’ (중략) ‘누구 인생 망칠 일 있어?’ 진심 돌아다니는 조주빈들로 보이겠죠. 내 인생 누가 책임질 거야.

민식이법 혐오하는 게임 형태의 혐오콘텐츠까지 보여준 뻑가(5/7) ⓒ뻑가
민식이법 혐오하는 게임 형태의 혐오콘텐츠까지 보여준 뻑가(5/7) ⓒ뻑가

안타까운 사고로 숨진 민식 군의 이름을 딴 법을 폄하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스쿨존을 ‘민식이존’이라 부르며 비하한 것입니다. ‘민식이는 (죽어서) 민식이존을 남겼다’는 식의 노골적인 조롱에는 과연 이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케 합니다. 심지어 유튜브 채널 ‘뻑가’에서는 스쿨존 내 어린이들을 ‘자폭맨’, ‘돌아다니는 조주빈들’이라며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모욕과 혐오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뒤이어 <김어준의 민식이법 해석, 민식이 게임>(5/7)에서는 ‘민식이 게임’까지 등장했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유튜버 뻑가는 “어우, 스트레스 받는데 게임이나 해야겠다. 스쿨존을 뚫어라! 게임 스타트!”라며 게임을 시작했는데요. ‘스쿨존을 뚫어라-민식이법은 무서워’라는 이름의 이 혐오콘텐츠는 5월 1일 출시된 모바일 게임입니다. 택시 한 대가 어린이 보호구역을 달리면 가방을 맨 아이들이 지나가고 게임 플레이어인 운전자는 이를 피해야 합니다. 

민식이법과 어린이들을 마치 무서운 ‘가해자’로, 차에 탄 운전자는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게임 방식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게임은 스쿨존에서의 어린이의 사고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심지어 그것을 희화화하고 있습니다. 민식 군과 유가족을 모욕하고 어린이 혐오를 조장하는 악질적 콘텐츠임이 분명하지만 유튜버 뻑가는 영상에서 이러한 게임을 직접 실행하는 모습까지 보여줬습니다.

◇ 민식이법과 유가족 향한 혐오가 우리에게 남기는 것

혐오표현이란 표적이 되는 집단에 관한 부정적 관념이나 편견을 담고 있는 모든 표현으로서 그 집단에 낙인을 찍어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목적을 지닙니다. 말이나 글뿐만 아니라 몸짓이나 행위, 기호나 그림 등도 포함됩니다. 때문에 스쿨존 어린이들을 운전자를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로 그리고 있는 해당 게임은 명백한 혐오표현입니다.

위의 게임과 같은 악질적인 수준의 혐오콘텐츠가 등장하게 된 건, 민식이법 논의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혐오표현들의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민식이법이 나쁜 거 아냐?’라는 성찰 없는 한마디가 ‘어린이들이 문제’라는 왜곡된 인식으로 이어진 것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위에 언급된 채널들과 같은 많은 유튜브 채널이 비슷한 내용의 혐오표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감방 갔다 올게’, ‘민식이법 적용될 수 있는 최악의 예시’ 등의 자극적 제목의 영상들로 민식이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부추기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도 책임이 큽니다.

혐오표현을 통한 선동은 우리 사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민식이법과 유가족, 그리고 어린이들을 향한 혐오표현은, 보행 시 주의력이 낮고 돌발행동을 하는 어린이들의 ‘약자로서의 특성’을 운전자에게 피해를 주는 ‘부정적 이미지’로 바꿈으로써 스쿨존 어린이 보행자 사고라는 사회적 문제 해결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어린이는 우리 사회의 약자입니다. 어린이가 도로 위의 보행자일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2019년 교통사고 사망자 3,349명, 전년 대비 11.4% 감소>(3/6)에 따르면, 2019년 13세 미만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26명 중 76.9%(20명)가 보행 중 발생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린이 보행자’와 ‘스쿨존’에 우리 사회가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완벽한 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법의 사각지대와 사회적 약자를 살펴 입법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혐오표현은 그러한 사회 의지를 떨어뜨리고 문제의 본질을 흐립니다. 아무리 민식이법과 같은 법안을 만든다 한들 어린이 보행자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배려, 안전운전 의무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사회 혼란만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 ‘차량 통행보다 어린이 안전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함께할 때 법안의 진정한 효력이 발휘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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