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이는 어린이집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영이가 ‘어린이집’이라는 사회를 경험한 후부터 지금까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고 운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번 주엔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어린이집에 도착하기 전까진 신나게 가다가 막상 들어가야 하는 순간 입구에서 대성통곡하며 엄마와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어찌어찌 우는 영이를 달래 어린이집에 들여보낸 뒤,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영이가 이러는 이유가 뭘까? 지난주에 감기를 앓았는데 아직 컨디션 회복이 덜 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주말에만 오던 아빠가 요즘 휴가여서 집에 있는데, 아빠랑 더 놀고 싶은 것일까? 원인을 찾고자 이런저런 생각들을 떠올려 봤지만, 그저 추측에 불과할 뿐이었다.
힘겨운 등원 삼 일째 되던 날. 영이는 정말 말 그대로 ‘껌딱지’가 되어 내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하원 후엔 더 심했다. 아빠도 가까이 못 오게 하고 “엄마, 엄마”만 부르며 아무것도 못 하게 했다. 종일 나와 붙어 있다가 잠들었는데, 자다 깨서는 “엄마~”를 목 놓아 부르며 장장 30분을 운다. 막상 달래려 다가가면 “싫다”라며 울기만 한다. “영이야, 괜찮아. 엄마 여기 있잖아”라고 이야기하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 모양이다. 겨우 다시 잠들었지만 깊이 못 자고 내가 있는지만 자꾸 확인한다.
정말, 우리 영이가 이러는 이유가 뭘까? 엄마가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영이는 어린이집도 잘 다녔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잘 표현했으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다. 나는 그래서 우리 영이가 잘 자라고 있다고, 이 정도면 우린 정말 잘하고 있다고 내심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혹시라도 내가 출근하면서 영이에게 분리 불안이 생긴 것일까? 일하지 말았어야 했나?
영이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모든 것이 부질없고, 불안감만 가득해졌다. 자만하지 말고,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듯 ‘영이’라는 롤러코스터는 오늘도 예측 불가다.
교사 생활을 할 땐 아이가 등원을 거부하더라도 일관성이 있게 보내야 한다고 학부모들에게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그게 아이를 맡기고 출근해야 하는 양육자에게 얼마나 힘든 결정이었을지, 그리고 설명이나 선택의 기회 없이, 두렵고 힘들게 어린이집에 등원해야 했던 아이들에게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을지 새삼 생각해본다.
영유아기 아동권리 이행을 위한 일반논평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동의 인격, 재능 및 정신적, 신체적 능력을 최대한으로 계발하는 데 부모, 전문가 및 기타 사람들 간의 적극적인 협력과 파트너십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양육은 엄마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양육자를 넘어 전문가와 모든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고, 당사자인 아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다 깨서 엄마가 없으면 불안해할까 아예 영이 옆자리에 누웠다. 울다 잠든 영이를 바라보며 과연 영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그리고 그걸 제일 잘 아는 것은 누구일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결정했다. 내일은 영이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영이와 특별한 시간을 보내봐야겠다.
*이 글은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칼럼니스트 이미연은 아동인권옹호활동을 하는 국제아동인권센터의 연구원으로, 가장 작은 자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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