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라고 했다. 이 표현이 가지는 한계도 있다. 세상에는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어가 우리 인간의 사고를 지배한다’는 논리적 타당성을 가진다. 언어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이고, 실제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즉, 어휘력은 사고력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이가 말을 배워 나가는 과정에서 어휘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가 말을 하게 되는 시기가 되면, 두 개 이상의 단어로 문장을 만든다. 부모가 직접 가르치지 않아도 주위에서 들리는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기초 문법을 습득한다. 이처럼 아이들은 스스로 문장을 창조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에게 억지로 말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런 것보다 나는 아이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확장해 표현하는 훈련을 권하고 싶다. 단어를 조합해서 다양한 문장을 만드는 훈련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아빠’, ‘신발’, ‘집’이라는 단어를 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전혀 상관없는 이 단어들을 조합해서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조합해 보면 ‘아빠 신발이 집에 있다’, ‘집에 갔더니 아빠 신발이 없어졌다’, ‘신발을 신고 나갔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내가 신은 것은 아빠 신발이었다’ 등의 표현을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개의 다양하고 풍성한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의성어, 의태어, 주어, 부사, 형용사 등 다양한 종류의 어휘를 사용하면 좋다. 앞서 제시한 단어에서 의태어인 ‘뒤뚱뒤뚱’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해서 또 문장을 만들어 보면 ‘아빠 신발을 신고 집을 나왔는데 몸이 뒤뚱뒤뚱했다’라고 다시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훈련을 종이에 키워드를 적어서 접은 다음 단어를 보이지 않게 하여 여러 개의 종이 중 몇 개의 단어를 뽑아 문장을 만드는 게임을 하면 보다 흥미와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아이와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모르는 어휘가 나왔을 때, 그 단어를 체크해서 문장 만들기에 활용해도 좋다. 그렇게 하다 보면 몰랐던 어휘를 아이가 쉽게 습득하게 되고, 습득한 단어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는 스스로 어휘력이 향상되고 있음을 느끼고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자녀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이달의 도서로 선정해서 온 가족이 함께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이 게임을 해도 좋다. 토론에 앞서 이야기를 나눌 책의 작가, 주제, 소재, 등장인물, 줄거리, 인상 깊었던 내용을 구분해 아이가 사회자가 되어 서로 간의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 뒤, 책과 관련된 몇몇 단어를 끄집어내어 문장을 만들어 보는 훈련을 한다.
이때 난이도를 높여 단어로 조합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도 된다. 예를 들어 ‘숲, 사슴, 양보, 빵, 천사, 아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면 ‘숲속에서 아이가 살았습니다. 매일 먹을 빵도 없이 힘들어하던 어느 날, 하늘나라에서 천사가 내려와 먹을 것을 전해주었습니다. 그 순간 아이는 옆에 쓰러져 있는 사슴을 보았습니다. 사슴이 불쌍해 먹을 것을 양보했습니다. 이후 사슴은 고마워서 아이에게 맛있는 열매를 따다 주어서 배불리 먹었습니다. 아이는 양보의 마음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라고 해서 아이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를 조합해 자신만의 문장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훈련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아이가 어려워하면서도 나중에는 재미있는 놀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꽤 신선하고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와 다양한 어휘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즐기게 됨으로써 아이의 표현력, 상상력, 창의력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KBS, MBC 등 방송국에서 10여 년 동안 MC 및 리포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