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느리다고 걱정 마세요, 커서 뭐가 될진 아무도 모릅니다 
아이가 느리다고 걱정 마세요, 커서 뭐가 될진 아무도 모릅니다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20.06.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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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아이는 지금 ‘천천히’ 세상을 이해하는 중입니다 

‘목, 화, 토, 금, 수’ 기질 중 유달리 상담을 많이 요청해온 유형의 기질을 구체적으로 한 번 더 다뤄보고자 합니다. 바로 ‘토’ 기질입니다. 다른 기질도 마찬가지지만, ‘토’ 기질의 특성을 잘 모르면 부모-자녀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아이들의 학습에도 큰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토' 기질의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받아들이는 게 느려보여서 어른들을 애태웁니다. 그런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아이들은 자신의 속도로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베이비뉴스
'토' 기질의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받아들이는 게 느려보여서 어른들을 애태웁니다. 그런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아이들은 자신의 속도로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베이비뉴스

유아기 부모들은 옆집 아이와 우리 아이를 더 자주 비교합니다. 작디작은 아이들이 커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한지요. 아이들이 하나하나 도전하며 성취할 때마다 어른들은 특별한 기쁨을 느낍니다. 이때의 성취단위는 개월과 일수입니다. 몇 개월, 혹은 며칠 만에 하루 단위로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는 아이들 덕에 부모들은 행복하기도 하면서 조바심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시기 아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기고, 서고, 걷고, 말하는 어휘 수, 글을 읽기 시작하는 시기 등 몇 가지 안 됩니다. 비교하는 범위가 워낙 얕아 또래보다 우리 아이 발달이 좀 느린 것 아닌가, 뒤떨어지진 않는가 하는 불안감과 혹은 우월감을 가지기 딱 좋습니다. 행동 발달도 걱정이지만 학습적인 부분은 부모들의 긴장을 더욱 유발합니다.

제가 상담한 케이스 중 유난히 부모들의 애를 잘 태우는 기질의 아이들이 바로 ‘토’ 기질의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습득이 느립니다. 심한 경우 발달장애나 학습장애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토’ 기질을 가진 아이들의 부모는 애가 ‘공부 머리’가 없다고 일찌감치 포기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부모만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토’ 기질의 아이들은 습득이 느리니 부모나 어른들이 옆에서 다그치고 화를 냅니다. 그래서 지레 겁을 먹고 공부를 포기하는 예도 있습니다.

아이의 기질이 어떤지 이해하지 못한 채 다그치고 압박하니,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것과 주입되는 것 사이에서 ‘체증’을 느낀 아이에게 학습장애가 오는 경우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토’ 기질의 아이들의 느리거나 융통성 없는 성향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굳이 비교해서 말씀드리자면 ‘토’ 기질의 아이들은 ‘화’ 기질의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것보다 6분의 1수준으로 받아들입니다.

◇ 아이가 느리다고 속 탈 것 없어…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이해하는 중 

하지만 이 느림은 모른다는 것과 다릅니다. 완벽하게 이해한 뒤에 그다음 단계로 넘어간단 말입니다. 유아들에게, 유아의 언어로 잘 이해시켜주는 부모나 교사가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화’ 기질의 아이들은 금방금방 따라 하고, 표현도 잘합니다. 

반면 ‘토’ 기질의 아이들은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설명해야 이해하고, 이해가 되어야 안다고 생각하며 행동으로 옮깁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을 ‘느리다’라고 세상은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느린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토’ 기질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친절을 원합니다. 모르는 게 무엇인지 물어봐 주길 원하고, 아이 자신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길 원합니다. 이 시간은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까지 아이마다, 상황마다 다릅니다. 그렇게 옆에서 지켜주고 도와주어야 하는데, 우리는 일찍 판단해버리고, 아이들을 오해합니다.

‘토’ 기질 아이들의 강점은 한번 익힌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빨리 이해하고 빨리 잊어버리는 쪽이 나은가요? 아니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한번 익히면 잊어버리지 않는 쪽이 더 나을까요? 사실 둘 다 공부하기 좋습니다. 다만 그 기질에 맞게 부모님이 옆에서 지켜봐 주고 도와주셔야겠죠.

‘화’ 기질의 아이들은 순간 이해력이 좋으니 잘 안다고 생각을 해버립니다. 공부의 기본은 반복인데 한국식 공부는 이 아이들이 어릴 때 반복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한번 잘 하면 이 아이는 이런 것도 잘 하는구나 하고 기쁘게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화’ 기질 아이들의 끈기 없음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아이들에게 반복하는 학습 태도(끈기)를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토’ 기질 아이들은 순간 이해력은 빠르지 않으나, 천천히 오래 하는 공부를 좋아합니다. 끈기를 가장 잘 기를 수 있는 기질입니다. 고집도 만만찮아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 관계도 좋으며 후에 활동영역도 매우 커집니다. ‘토’ 기질의 아이들이 추구할만한 직업군이 있다면 ‘외교관’입니다.

느린 아이들, 융통성 없는 아이들, ‘공부 머리’ 없는 아이들이라고 평가받던 아이들의 모델링이 ‘외교관’이라고 말씀드리면 놀라시겠지요. 어릴 때 기질 특성을 잘못 이해하면 어떻게 될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그러니 혹시 아이가 받아들이는 것이 매우 느리다면 ‘토’ 기질이 아닌가 확인을 해보고, 천천히 느린 학습이 필요한 아이라고 마음준비를 단단히 해주세요. 학습의 터전과 태도는 유아기에 형성이 됩니다.

이 글을 쓰다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검색해보니 역시 강한 ‘토’ 기질입니다. 뚝심과 배짱으로 코로나 사태에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대변하고 계시죠.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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