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어린이집 교사가 네 살 원아에게 배변훈련을 시킨다고 매일 30분에서 1시간씩 변기에 앉혀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이의 부모는 이것이 아동학대라며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 다니는 네 살 아이의 엄마 A 씨. A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아이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하러 가자"는 말만 나와도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울면서 집을 뛰어다니고 변기에 앉는 것조차도 싫어했다. A 씨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지난 3월 A 씨는 아이에게 심리상담도 한 차례 받게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아이의 애착관계는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심리 불안요소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좋아질지 몰라 그동안 여기저기 조언도 구하는 등 갖은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지난 5월 중순에야 A 씨는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어린이집에서 담임교사가 배변훈련을 시킨다면서 아이를 매일 30분에서 한 시간씩 간이변기에 앉혀놓았다는 것이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억지로 간이변기에 앉아 있어야 했다.
A 씨는 지난 23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아이의 반응에 대한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라고 털어놨다.
담임교사 B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1월까지 매일 낮잠시간이 끝나기 10분 전에 해당 원아를 깨워 변기에 앉혀놨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화장실 입구에 간이용 변기를 놓고 30분에서 한 시간씩 소변을 볼 때까지 계속 앉아 있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너무 울어서 다른 교사가 몇 번 변기에서 내려주기도 했다.
A 씨는 “아이가 말을 잘 못 해서 집에 와서도 얘기하지 못하니까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면서, “한 번씩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가면 교사 B 씨가 ‘아이가 바지에 실수를 했어요’, ‘쉬를 참았어요’라고만 얘기했지 한 시간씩 변기에 앉혀놓는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전문가 “배변훈련 스트레스, 성격 형성에 오랫동안 영향”
담임교사 B 씨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어떤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은 모두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의 입장은 어떨까. 원장은 24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어린이집 내부적인 일이어서 외부로 함부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만 답했다.
교사 B 씨의 행동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최명희 신구대 아동보육과 교수는 배변훈련은 아동 개인에 따라 그 시기가 아주 민감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배변훈련 중에 받는 스트레스는 성격 형성과 자존감 발달에 오랫동안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아동마다 신체발육과 신경계의 발달이 다르므로 준비가 됐는지를 파악한 후 발달에 맞춰 해야 한다"면서, "어린이집과 같은 단체생활에서 학급의 모든 아이들을 같은 시기에 배변훈련을 하는 것은 아이들 개인에게는 정서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남양주시청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조사 중이고 조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할 수도 있다”면서, “아동학대나 방임이라고 나오면 교사에게 자격정지 3개월, 6개월 등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24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해당 어린이집 교사들을 비롯해) 학대 의심 교사까지 조사가 됐고 자체 논의까지 진행했으며, 논의된 내용을 곧 지자체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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