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법 시행령, 피해자 의견 수렴 제대로 못해"
"가습기살균제법 시행령, 피해자 의견 수렴 제대로 못해"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0.07.23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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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 "질환 확대 일정 명백히 밝히고 특별유족조위금 대폭 확대해야"

【베이비뉴스 김정아 기자】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유례를 찾을 수 없어 과학적 근거가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책무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입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 이하 사참위) 지원소위원회 황전원 소위원장의 말이다. 사참위는 23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8층 대회의실에서 환경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개정·공포: 20.3.24, 시행 예정: 20.9.25) 시행령 입법예고 내용 중 20여 개 항목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참위는 "환경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으로는 결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인정질환 확대의 핵심인 요건심사 대상질환 선정의 완화된 기준 제시, 특별유족조위금 대폭 인상, 건강 피해등급 및 장해급여 기준 조정 등 20개 항목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 개정 전 판정받은 피해자는 제외?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회 소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시행령 입법예고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회 소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시행령 입법예고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참위는 먼저 시행령이 요건심사 대상 질환 및 질환 선정기준, 심사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피해구제 범위와 일정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황전원 소위원장은 "명확한 기준 없이 요건 심사 대상 질환을 선정하게 되면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가습기살균제 노출 후 발생 또는 악화된 질환은 모두 요건심사 대상 질환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을 폐 질환, 천식, 태아 피해, 기관지 확장증 등으로 한정하지만, 개정법은 피해구제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가습기살균제 노출 이후 나타날 수 있는 피해 질환을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장은 "환경부는 폐 질환 중심의 피해인정을 앞으로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제시해야 하지만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노출 후 발생 또는 악화된 질환은 모두 요건심사 대상 질환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천식과 태아 피해, 독성간염, 아동 간질성 폐 질환 등 4개 질환을 피해로 인정하기까지 6년이나 걸렸는데, 향후 다양한 질환을 인정하는 데 몇 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며 "피해인정 질환이 확대될 것이라는 희망에 찬 피해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연구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가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참위는 또 입법 예고안에 건강피해인정 여부를 결정 받지 않은 사람만 개정법에 따라 심사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기존 건강피해 결정자에 대한 재심사 기회를 아예 배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황 소위원장은 "기존 건강피해 결정자도 추가 인정 또는 인정 질환이 확대될 수 있도록 모든 지급신청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특별유족조위금 7000만 원의 근거는 어디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이 시행령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이 시행령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환경부가 사망자에 대한 특별유족조위금으로 약 7000만 원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그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사참위는 주장했다. "정부는 배상이 아니라 정부 지원이므로 금액을 높일 수 없다고 하는데 지원이므로 배상보다 적어야 한다는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특조위가 용역관련 자료를 환경부에 요구해도 자료일체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특별유족조위금의 재원은 기업에서 각출한 기금을 집행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상당히 부족한 금액을 책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법원이 제시한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한 위자료 산정방안' 중 '영리적 불법행위' 세부기준을 적용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해급여 지급기준 또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특조위는 말했다. 황전원 소위원장은 "시행령은 장해 등급을 결정할 때 정신적, 또는 육체적 훼손으로 인한 장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심한 기침, 아토피 피부염, 우울증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폐기능 검사결과만으로 건강피해 등급을 나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질환에 대한 세분화된 피해등급과 판정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사참위는 환경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환경부 운영위원회 피해자 참여 보장 ▲구제급여 지급절차 간소화 ▲유효기간의 현실화 ▲지원대상 의료기기 확대 및 교통비 지급문제 개선 등 20가지 사항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시행령이라는 게 특조위의 입장이다. 황 소위원장은 "환경부는 시행령 입법예고를 앞두고 피해자 의견수렴 일정을 잡았다가 코로나를 이유로 이틀 전에 취소를 했다. 특조위도 환경부에 시행령안 확정 전에 특조위와 협의할 것을 요청했는데 최종안이 성안되지 않았단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인 추준영씨는 "전 세계에 유례없는 환경 참사라는 이유로 10년간 밝혀낸 질환은 8개뿐이다. 피해 아동들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현실성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울먹이며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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