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치마만 입겠다는 딸, 왜 이럴까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치마만 입겠다는 딸, 왜 이럴까요?
  • 칼럼니스트 윤정원
  • 승인 2020.08.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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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아이는 지금 '옷'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Q. 여섯 살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옷 때문에 아이와 실랑이합니다. 아이는 치마를 무척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공주 스타일만 고집합니다. 저는 그런데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치마를 입히고 싶지 않거든요. 때와 장소, 날씨에 맞게 옷 입히고 싶은 제 마음을 포기해야 할까요?

◇ 아이에게 옷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A. 우리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언어를 씁니다. 비언어적인 표현인 표정, 눈빛, 행동 등도 소통에 사용합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마음은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요? “내 마음은 이래”라며 말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마음을 설명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나도 잘 모르는 내 마음, 내가 선택하는 옷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색의 옷, 특정 스타일은 나를 알리고 내 마음을 담아냅니다. 임상심리학자 제니퍼 바움가르트너(Jennifer Baumgartner)는 ‘패션 치료’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는데, 그에 따르면 ‘옷은 우리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옷장은 우리의 내면을 보여주는 창’이랍니다. 마음을 옷으로 표현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난 치마를 입어야겠어! ⓒ베이비뉴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난 치마를 입어야겠어! ⓒ베이비뉴스

그렇다면,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3~4세 아이들은 단순하고 사소한 것이라도 선택하게 됩니다. 싫고 좋은 것이 분명하고,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을 구분해서 마음을 전달합니다. 의사결정과 자기 주도에 대한 경험도 시작하지요.

이 시기에는 '예스(YES)'와 '노(NO)'가 명확하지만, 차츰 커가며 경험에 따라 건강하게 의사 표현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혹은 고집스럽게 자기주장만 내세우기도 하며, 속마음과 달리 반대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옷’에 대한 아이의 고집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선호도가 정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공주를 좋아하는 아이가 치마를 입었을 때, 사람들에게서 “공주처럼 예쁘구나”라는 말을 들었다면, 치마는 아이에게 이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옷이 됩니다. ‘공주=나=치마’로 연결되는 것이지요. 

유아기 아이는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생각하고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또래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친구를 따라 하고, 친구가 입은 옷을 나도 입고 싶은 마음은 자기 결정에 필요한 과정이라 하겠습니다.

◇ 아이 설득하는 방법, 긍정적 피드백→부정적 피드백 순서로

"이렇게 예쁜 치마가 비에 젖으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어떤 옷을 입는 게 좋을까?" ⓒ베이비뉴스
"이렇게 예쁜 치마가 비에 젖으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어떤 옷을 입는 게 좋을까?" ⓒ베이비뉴스

그러니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자기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기특하고,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주장이 지나치고, 엄마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아 타협이 안 된다면 부모는 지레 부정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와 마찰이 일어난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가 자신을 표현하려는 모습에 대한 긍정성은 인정하고 유지하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긍정적인 피드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아일릿 피시백(Ayelet Fishbach)은 "어떤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긍정적 피드백에서 부정적 피드백으로 이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목표에 대한 시선이 집중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치마만 입으려 한다면 처음에는 미적인 부분 등 긍정적 피드백을 주고, 그다음 순서인 부정적 피드백에서는 비 오는 날 치마를 입으면 얼마나 불편한지 알려주어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부정적 피드백을 할 땐 감정과 의견은 빼고 사실만 전달해야 하며, 질문을 던져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합니다.

“비 오는 날 치마를 입으면 어떻게 될까?”

“예쁜 치마가 비에 젖으면 어떻게 될까?”

“비 오는 날에는 어떤 옷을 입는 게 좋을까?”

한편, 엄마의 마음도 바꿔 보세요. 우선, 포기와 바꾸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포기에는 상심과 상실이 남지만, 바꾼다는 것은 ‘새로운 전환’을 의미합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포기’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밭에 비유했을 때, 심리적으로 탄탄한 밭은 풀을 뽑거나 쓸모없는 식물을 제거해도(포기해도) 흔들림이 없지만, 부실한 밭에서 식물을 뽑으면 그 여파로 인해 밭(마음)은 아수라장이 되고 맙니다. 그러니, 엄마가 아이의 자기 결정과 의사 표현에 탄탄한 마음으로 전환하면 어떨까요?

또, 유아는 현실을 판단하는 검증 능력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한다는 사고는 가능하나, 복합적인 추론으로 판단하긴 아직 어려우므로 충분히 대화하며 사고의 확장을 도와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옷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가 알아주면, 아이는 이해받는다고 느껴서 대화도, 타협도 가능한 유연함을 보여줄 것입니다. 아이는 지금도 제 기분과 느낌을 색으로, 치마나 바지 같은 옷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알아주면 됩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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