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아동학대' 이어지고 나서야… 62년 만의 변화 '징계권 삭제'
'참혹한 아동학대' 이어지고 나서야… 62년 만의 변화 '징계권 삭제'
  • 박상휘 기자
  • 승인 2020.08.10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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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 /뉴스1 © News1 김아영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정부가 훈육을 빙자해 자녀를 체벌하고 학대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의 삭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62년이다.

민법에서 친권자의 징계권에 대한 논의는 그동안 수없이 이뤄져 왔다. 아동학대가 발생할 때 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학대의 빌미가 돼 온 이 조항을 삭제하자고 의견을 내왔으나 반짝 이슈를 끌었을 뿐 이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의붓 아버지가 5살 아들을 20시간 넘게 때려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이 조항을 삭제하자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법무부도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아동학대예방 포럼에서 이 조항 삭제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이슈는 이내 사그라들었고 올해, 6월 9세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하는 경악할만한 아동학대 사건이 또 발생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이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되기 까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정 내 아동학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해 동안만 2만4604건의 아동학대가 발생했다. 이 중 1만9748건(80.3%)이 가정 안에서 발생했으며, 학대 가해자 중 부모가 76.9%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다시 집으로 복귀하고 학대를 가한 부모가 제대로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피해아동 사례 중 82.0%는 원가정보호가 지속됐으며 분리조치가 지속되거나 분리조치된 경우는 13.4%에 불과했다.

법원도 아직은 아동복지법 보다는 민법의 징계권을 더 주요하게 보고 있다. 체벌을 가하거나 아동학대로 기소된 부모가 대부분 적은 기간의 실형 혹은 징행유예를 받는 이유다.

현행 아동복지법 5조2항은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지만,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 현행 민법 제915조(징계권)를 더 상위 개념으로 보고 있는 탓이다.

따라서 징계권 삭제는 여러모로 자녀에게 체벌을 가할 수 있다는 부모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체벌이 훈육이 아니라는 인식이 심어져야 아동학대도 근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에 발생한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가해자는 법정에서 "나는 자녀를 사랑해 과도하게 훈육했을 뿐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아동학대를 훈육으로 포장하려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창현 외국어대 로스쿨 교수는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면 자녀도 '독립적 인격체'로 대우하게 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주요 선진국가에서는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1979년 스웨덴이 전세계 최초로 가정 내 체벌을 금지했고, 독일 등 54개 주요 국가들도 자녀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함께 유일하게 징계권이 남아있는 일본에서는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 아동학대방지법을 개정, 올해 4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 우리와 마찬가지로 민법상 부모의 자녀에 대한 징계권 규정에 체벌 금지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는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훈육을 빌미로 징계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설령 아이가 범죄를 저지르면 그것은 소년법의 저촉 대상이지 가정에서 징계가 필요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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