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자연분만!' 브이백,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엔 자연분만!' 브이백, 성공할 수 있을까?
  • 칼럼니스트 이하연
  • 승인 2020.08.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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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분만 사이, 이게 가장 궁금했어!] 너무 걱정할 필요도, 집착할 필요도 없어요
브이백이란, 이전 출산을 제왕절개로 하고 다음 출산을 자연분만으로 출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베이비뉴스
브이백이란, 이전 출산을 제왕절개로 하고 다음 출산을 자연분만으로 출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베이비뉴스

자연분만 하고 싶은 산모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절실한 건 브이백(VBAC, Vaginal Birth After Cesarean section) 산모가 아닐까 싶다. 브이백이란, 이전 출산을 제왕절개로 하고 다음 출산을 자연분만으로 출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술한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고 임신 막달까지 별 탈 없이 잘 지내서 브이백 조건이 된다고 해도 성공 여부는 또 별개다. 우선 자연진통이 잘 와야 하고, 산모가 진통을 잘 넘길 수 있도록 순산운동이나 이완, 호흡 연습을 잘 해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이백 산모들은 임신 막달을 힘들어한다. 브이백을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브이백 시도가 산모 자신이나 아기에게 위험할까봐, 진통을 잘 견디지 못하고 수술해달라고 할까봐 걱정한다. 얼마 전 브이백에 성공한 세 명의 산모도 그랬다. 출산이 끝나기 전까지 브이백 성공 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독일에서 브이백을 시도하던 산모는 힘 주기를 할 때마다 출혈이 있어서 태반 조기박리나 수술 부위 파열을 의심했다고 한다. 의사가 아기 머리에서 체취한 혈액으로 검사했을 때 pH가 7.3이어서 안심하고 다시 힘 주기를 해서 출산했다.

유도분만을 했던 산모는 1차 유도분만을 실패하고 2차 유도분만 첫날까지 진통이 걸리지 않았지만 다음날 자연진통으로 4시간 만에 출산했다. 가진통이 길어서 일찍 출산할 줄 알았던 산모는 출산예정일 전날 조기양수파수 이후 자연진통으로 출산할 수 있었다. 

◇ 브이백이라고 특별하지 않다

임신 막달 브이백 산모들은 병원진료를 보고 온 날 더 힘들어 했다. 담당 주치의 한마디에 좌절하거나 우울해 하기도 하고, 자연진통이 생기지 않아 초조해하기도 했다.

브이백이 아닌 산모들도 임신 막달에는 조바심이 난다. 괜찮다는 생각보다 출산 진행이 본인의 생각대로 잘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조바심이 불안을 부추긴다. 더군다나 브이백 산모는 병원에서 브이백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다보니 심리적인 압박감이 크다.

하지만 브이백 산모라고 해서 출산이 특별하지 않다. 나는 브이백 산모들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이전 출산을 어떤 이유로 수술을 했든 간에 경산(經産)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노산이라서, 산모의 속골반이 안 좋아서, 아기가 주수보다 커서 난산이 될 거라는 예상은 맞을 때도 있고 빗나갈 때도 있다.

브이백 산모 역시 다른 산모들처럼 출산을 진행하다가 의료적으로 위험한 상황(예를 들어 비정상적인 출혈, 아기 심장박동수 저하 등)이라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브이백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꼭 브이백에 성공해야 겠다고 집착할 필요도 없다. 산모가 순산을 위해 준비해야 할 식단관리와 운동을 하고 나머지는 내려놓아야 한다.

◇ 브이백에 성공하기 위한 산전관리와 출산준비

그럼, 브이백에 성공하기 위한 산전관리와 출산준비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분만방식을 먼저 결정해야 한다. 자연주의 출산과 자연분만의 차이를 이해하고 선택하면 된다.

산모가 브이백이 가능한 조건이라면 자연주의 출산이든 자연분만 모두 가능하지만, 자연주의 출산을 하려면 자연주의 출산 전문 병원 또는 조산원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브이백 산모에게 출산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산모가 진통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첫째 출산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연주의 출산 전문병원에서 출산할 경우 일반 분만방식에 비해 비용이 들지만, 산모 입장에서 좀 더 편안하게 진통할 수 있다. 첫째 아이가 있으므로 둘라를 고용할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만약 자연분만으로 출산방식을 정했다면 출산할 병원을 정해야 한다. 브이백을 잘한다고 홍보하는 병원은 많은데, 실제 브이백 성공사례가 있는지 산모들의 후기를 꼼꼼히 찾아봐야 한다.

둘째, 병원을 선택했다면 브이백 분만 시스템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브이백이라서 출산예정일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그 전에 유도분만을 시행해야 하는지, 임신 몇 주까지 자연진통을 기다려주는지 미리 상담하는게 좋다. 병원에서 제시하는 분만 방법이 산모의 예상과 다르다고 막달에 병원을 옮겨 출산하기는 쉽지 않기 떄문이다.

셋째, 산모의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하다. 출산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것은 아무래도 산모의 심리상태가 아닌가 싶다. 출산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때마다 나는 산모와 이야기를 나눈다.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시도해보면 산모가 겪고 싶지 않는 출산 상황이 무엇인지, 혹은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무언가를 찾아내기도 한다.

유도분만 2차 시도 첫날에도 진통이 오지 않았다는 브이백 산모와 한참 이야기를 나눴을때, 그녀가 유도분만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산모에게 이제 결정을 할 때라고 말했다. 유도분만에 성공하든 수술을 하든 자연진통이 오든 셋 중에 하나라고, 그 가능성을 산모 스스로 열길 바랐다. 이튿날 거짓말처럼 자연진통이 걸렸고, 절대 반응할 것 같지 않던 자궁경부는 4cm 이후 빠르게 열렸다.

넷째, 산전관리는 필수다. 브이백뿐만 아니라 모든 산모에게 산전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산모가 임신 막달까지 갑작스런 체중 증가가 없고 양수양도 적절하고 아기 크기도 너무 크지 않도록 관리하는 편이 좋다. 임신성 당뇨가 있다면 식단관리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 “브이백을 하다니 꿈만 같아요!”

브이백에 성공한 산모들은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한다.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몇 번이고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 임신 10개월 동안 브이백 생각만 하며 보냈다는 산모도 있다.

그들은 왜 그렇게 자연분만을 원했던 걸까? 브이백 산모들의 이전 출산 이야기는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었든 간에 수술은 그들이 원하는 출산방식이 아니었고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남편에 대한 원망, 임신기간을 잘못 보냈다는 자책, 출산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후회 등이 뒤섞여 있다. 

임신 막달에 들어선 브이백 산모에게 한결같이 당부하는 말이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수술이라면 이번 출산도 수술할 수 있다고 생각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수술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져버려서 두려움이나 불안감 역시 계속 커질거라고.

물론 쉽지 않지만 나는 그들의 간절함을 알기에 더 신경쓰며 마음을 다독여준다. 브이백을 원하는 산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들에게 걱정을 보태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진통을 기다려주고 지지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칼럼니스트 이하연은 대한민국 출산문화와 인식을 바꾸고자 자연주의 출산뿐만 아니라 자연 분만을 원하는 산모들에게 출산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로지아’에 다양한 출산 관련 영상을 올리며 많은 산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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