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인간의 노예 삼는 동물원, 정말 교육적일까"
"동물을 인간의 노예 삼는 동물원, 정말 교육적일까"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0.08.20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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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

【베이비뉴스 김정아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외출이 어려워지자 집 안에서 아이들 교육용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특히, 거북이, 금붕어 등 비교적 실내에서 키우기 쉬운 동물들을 온라인 마켓을 통해 분양받아 택배로 배송받는 일이 많다.

최근 베이비뉴스는 이같이 일부 동물들이 택배로 배송되는 문제들에 대해 취재했다(관련기사 : '택배로 동물 보내드려요' 거북이·금붕어 택배 괜찮을까).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개·고양이, 토끼, 햄스터, 기니피그, 패럿 등 6종은 택배로 배송을 했을 경우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그밖에 동물들을 택배 배송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은미 의원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원수족관법 등에 대해 입법 발의했다고 밝혔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강은미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원수족관법 등에 대해 입법 발의했다고 밝혔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또 다른 동물권 관련 이슈도 있다.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은 야생동물 전시·판매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기존의 형식적인 등록제를 허가제로 강화 ▲관람을 목적으로 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는 행위와 동물에게 생태적 습성과 관련 없는 행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 ▲허가 업무 등을 수행하는 검사관 위촉·임명 근거를 신설하는 것이다. 또 ▲야생동물을 판매하려는 경우 허가받도록 하고 ▲야생동물 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해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야생동물 공연·체험 프로그램의 문제점과 동물과의 생태적 거리두기 필요성'을 주제로 발언해, 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힘을 실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들의 권리에 대해 채일택 팀장과 20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 가정에서 거북이, 거미, 사슴벌레, 달팽이, 금붕어 등 비교적 실내에서 키우기 쉬운 동물들을 온라인 마켓을 통해 분양받아 기르는 사례가 많다. 이런 방법이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택배가 어떤 식으로 배송되는지는 독자들도 다 아실 거다. 산소 공급부터 시작해서 먹이, 운송할 때 동물에게 가해지는 충격 등이 박스 안에 들어 있는 동물들에게 가혹한 환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동물들을 택배로 거래했을 때 폐사 사례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이런 점만 고려해도 택배라는 것이 동물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행위인지 알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동물을 키우는 데 있어서는 책임감이 따라야 하는데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동물을 배송받으면 그 책임감을 희석시킨다. 동물은 생명체라는 인식보다는 동물을 사고파는 '거래'의 대상으로 보게 된다."

- 가정에서 동물을 키우기로 결정했다면, 동물권 측면에서 어떤 방법이 올바른 것인지 궁금하다. 

"원론적으로 동물권 측면에서 본다면 동물을 사람이 길들여 키우는 것 자체가 문제다. 동물은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로 봐야 한다.

동물복지 차원에서 이해를 해보자면, 동물을 사람과 함께 생활하게 할 때는 동물의 생태적 습성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 인간이 관리하는 시스템에서 동물이 살아가야 한다면, 자연과 똑같지는 않아도 본인들의 습성을 최대한 표현하면서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개를 예로 든다면 개는 산책을 매일 시켜줘야 하고, 산책할 때도 노즈워킹(개가 코를 사용해서 하는 후각 활동. 노즈워킹을 통해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같은 것을 통해 개들이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주면서 키워야 한다. 고양이는 사육공간에 수직 이동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놔준다든지 기본적으로 습성을 최대한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

실내동물원의 좁은 우리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실내동물원의 좁은 우리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야생에서의 모습을 잃은채 길들여진 동물을 보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 것인지 동물자유연대는 의문을 제기했다. ⓒ동물자유연대
야생에서의 모습을 잃은채 길들여진 동물을 보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 것인지 동물자유연대는 의문을 제기했다. ⓒ동물자유연대

- 수족관 카페, 야생동물 체험 테마파크 등이 꽤 많은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곳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소규모 야생동물 카페 같은 곳은 관리가 잘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자연광이 필요한데 이조차 보장이 안 된다. 소음 문제 또한 크다. 사육장도 좁을 뿐 아니라 안전상 이유로 동물의 이빨, 발톱 등을 자르는 등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도 자행된다.

야생동물이 사람 손을 타는 것도 문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야생동물과 친근한 존재가 아닌데 동물에게 사람은, 마치 사람에게 거인이 다가와서 붙잡는 것과 마찬가지인 공포감을 준다. 이런 공포의 순간에도 숨거나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확보 안 돼 있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청소라든지 관리도 잘 안 돼서 피부병 등 질병에도 쉽게 노출된다. 먹이 체험을 위해 일부러 굶기거나 너무 과도한 먹이를 섭취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들은 법적으로 제재를 받을 수도 없어서 야생동물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도 못한다. 동물보호법 제7조에는 '소유자 등은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운동·휴식 및 수면이 보장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를 어겼을 때 어떤 제재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처벌 조항은 현행법에 존재하지 않는다. 

제8조에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은 있지만 반려동물에만 한정된 내용이라 야생동물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내용 중 '관람을 목적으로 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도록 하는 행위', '관람을 목적으로 동물에게 생태적 습성과 관련 없는 행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있다. 이 같은 행동이 금지돼야 하는 이유는?

"이 행위들은 모두 동물들의 굶주림을 이용해서 행해진다. 공연도 먹이를 매개로 해서, 조련하는 사람이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만 먹이를 제공한다. 이는 먹이를 매개로 해서 동물을 인간의 노예로 삼는 것이다. 일부러 통제를 용이하게 하려고 굶기기도 한다. 인간이 이익 창출을 위해서 동물들의 굶주림을 이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다고 볼 수 없다. 그렇기에 모두 금지돼야 하는 행위이다."

- '도시에서 생활하는 아동, 청소년들에게는 동물원에서 동물을 만나는 것이 생태학습의 일환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지.

"진정한 교육 목적이 되려면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돼야 한다. 동물이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교육의 목적이 돼야 한다. 그런데 동물원이나 실내 체험 공간에 있는 동물이 과연 자연에서의 동물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동물원 우리 안에 있는 동물을 보고 실제 그렇게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을 가둬놓고 이상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과 같은 것이다.

과거에 어린이대공원에서 물림 사고 때문에 내실에 갇혀 있던 사자를 미국 생추어리(Sanctuary : 위급하거나 고통스러운 환경에 놓여 있던 동물이나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의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구역)으로 이주시켰던 적이 있다. 그곳에서 초원을 거니는 사자의 모습과 어린이대공원에서의 사자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동물원의 동물이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사람이 부르면 오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자연에서 볼 수 없는 행동이다. 오히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동물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동물원을 없애진 못할 것이다. 점차 생추어리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고민해야 한다." 

웅담 채취를 위한 곰 사육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
웅담 채취를 위한 곰 사육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

- 동물자유연대에서 현재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는 캠페인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반려동물, 전시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등 인간 관련 동물에 대한 활동을 주로 하고 있으며, 현재는 웅담 채취용 반달곰 문제, 반려동물 생산·판매의 문제, 동물학대 예방 근절을 위한 활동, 동물 구조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케이지 프리(Cage Free)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가학적인 철창 케이지를 산란계 산업에서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서, 기업의 케이지 프리 선언은 케이지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케이지 프리를 실천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주)풀무원식품이 있다. 2018년 8월 풀무원식품(주)은 자사가 유통 중인 식용란 제품을 10년 내 모두 동물복지란으로 교체할 것을 약속했다. 풀무원의 브랜드란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만큼, 2028년이면 국내 판매 중인 대부분의 브랜드란이 케이지 프리로 이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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