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우리의 2020년을 ‘순삭’당할 수 없잖아 
코로나에 우리의 2020년을 ‘순삭’당할 수 없잖아 
  • 칼럼니스트 고완석
  • 승인 2020.08.21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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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동권리 히어로] 인생에서 ‘사라진’ 해 아닌 ‘살아낸’ 해로 기억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완전히 사라질 거라곤 기대도 안 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확산할 것이란 생각도 못 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다.

여름 휴가철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수도권 대규모 집회 이후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식당과 카페 등 일상생활 공간에서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보니, 이젠 정말 코로나19가 코앞까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여름방학을 보내고 개학을 맞은 큰아이는 아직도 반 친구들을 모두 만나지 못했다.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등교하는데, 번호가 홀수인 탓에 짝수 번호 친구들을 못 만난 것이다. 올해 안에 짝수 번호 친구들을 만날 수나 있을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학교에 갈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모두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둘째 아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무기한 휴원한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문자로 부족했다고 느끼셨는지, 원장선생님이 따로 전화 연락까지 주셨다. 인근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아이를 절대로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라고 말이다.

아이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 것 같아?”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대신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이야기했다. “우리, 그래도 올해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자”라고.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 것 같아?”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대신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이야기했다. “우리, 그래도 올해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자”라고.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들은 2020년을 어떤 해로 기억할까. 코로나19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 그냥 흘러간 해로 기억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한 마음이 든다.

얼마 전 굿네이버스에서는 국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아이들은 안녕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서는 다섯 명의 초등학생이 발제자로 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동권리의 실태와 자신들의 의견을 전했다(관련기사 :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열 살 연우의 ‘작은 소원’). 

“친구들과 맘껏 노는 것,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축구도 하고, 줄넘기도 하고 싶어요.” (김연우, 초등학교 3학년)

“코로나19 상황과 대처방법 등의 정보를 아동들의 수준에 맞게 전달해주세요.”(지한빈, 초등학교 6학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아동들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세요.” (한재욱, 초등학교 6학년)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도 안 가는데, 많은 친구가 학원에는 갈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잘 이해가 안 가요.”(윤민서, 초등학교 5학년)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교육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주세요”(정한울, 초등학교 5학년)

한 명 한 명의 발표가 어찌나 무게감 있던지. 이 토론회에서 나는, 아동이 코로나19라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애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아동들에게 2020년이 ‘순삭(’순식간에 삭제됨’의 줄임말)’된 해가 되지 않기 위해, 그래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해로 기억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사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늦은 밤, 큰아이와 산책을 다녀왔다. 종일 집에만 있던 아이에게 이렇게나마 바깥공기를 맡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 것 같아?”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대신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이야기했다. “우리, 그래도 올해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자”라고.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여덟 살 딸, 네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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