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보육률 '70%' 육박… 어린이집이 위험하다
긴급보육률 '70%' 육박… 어린이집이 위험하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8.25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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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꼭 필요한 상황 외엔 등원 자제 당부할 예정”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전국 어린이집 긴급보육률은 8월 21일 기준 68.7%, 8·15 이전인 8월 14일 기준 82.4%보다는 13.7% 줄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전국 어린이집 긴급보육률은 8월 21일 기준 68.7%, 8·15 이전인 8월 14일 기준 82.4%보다는 13.7% 줄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깜놀아, 혹시 엄마가 출근해서 집에 안 들어오거든 엄마 코로나 치료받으러 간 거니까 걱정 마, 알았지?”

경기 수원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A 씨가 자신의 아이에게 한 말이다. A 씨는 24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저는 매일 어린이집에 출근하면서 아이에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유언처럼 이야기하는 보육교사를 직업으로 둔 엄마”라면서 “오늘은 감염 안 되게 해주세요, 기도하며 출근한다”고 말했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지난 18일 어린이집 정상 개원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15일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린이집 휴원이 다시 무기한 연장됐다.

21일 기준 전국 어린이집 긴급보육률은 68.7%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26일부터 전면 원격수업 전환에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어린이집을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난 2·3월 경험한 '보육대란'의 재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린이집 내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가운데, 보육교사와 원장, 부모 등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24일, 25일 이틀간 들어봤다.

◇ “긴급보육은 꼭 필요한 사람이 이용해야 한다"

보육현장에서는 '긴급보육은 꼭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긴급보육의 의미 자체를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지적.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은 “긴급보육은 꼭 필요한 사람이 이용하는 게 맞다. 학교처럼 아이들 간에 일정한 거리가 유지돼야 하는데, 어린이집은 공간적으로 협소한 곳도 많아 서로 보호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함 지부장은 “어린이집에서 집단감염이 나온 후에야 문을 닫을 것이냐”고 물으면서, “감염에 취약한 영유아인데 안타깝다. 등원 자재를 부모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맞벌이 가정에 유급휴가 지원을 통해 가정보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대구의 한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문경자 교사도 “긴급보육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감염 경로를 최소화하는 게 휴원하는 이유인데 가급적 가정에서 안전하게 보육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교사는 “지금 교사들 불만을 들어보면, 집에서 보기 힘들다고 보내는 가정이 많다는 것”이라면서 “마스크 착용이 유지되기 힘든 게 아이들이고 거리두기가 사실상 어려운 곳도 어린이집”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어린이집 긴급보육의 현실, 보육교사의 안전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20일부터 진행 중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베이비뉴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어린이집 긴급보육의 현실, 보육교사의 안전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20일부터 진행 중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베이비뉴스

원장들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민간어린이집 원장은 “긴급보육에 60~70% 원아가 등원하고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보내겠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어린이집 내에서 원아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방역수칙을 다 지키도록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원장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안 나오기 시작하면 그만둘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등원을 독려하는 분위기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장 등에서 감염될 확률이 높아졌다면, 우선은 엄마들이 일시적으로라도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게 맞지 않겠느냐”면서 “등원하는 아동 수를 줄이는 유인책을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복지부, 꼭 필요한 사람 외엔 긴급보육 자제 당부할 예정”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어린이집 긴급보육의 현실, 보육교사의 안전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20일부터 진행 중이다. 청원인은 “긴급보육 이용 자격에 제한을 두고 까다로운 신청양식을 두어 꼭 필요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건 없을까. 한어총 관계자는 “연합회 차원에서는 따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없으나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면서 “우선 9월 4일까지 휴원이 내려진 상황이니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떤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방역 지침이 다를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어린이집 휴원이 장기화되는데 사회 전 분야가 단축근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아이 키우는 사람들이 특별히 더 힘든 상황인 것 같다”며 긴급보육률이 높은 이유를 찾았다. 

장 활동가는 “병설유치원의 경우 3분의 1로 등원 수를 제한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든 유치원에 다니든 같은 방역수칙 아래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학부모 입장에서도 교사 입장에서도 기관에 따른 차별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8·15 이후 어린이집 등원에 대한 강력한 제한을 뒀으면 좋겠다. 코로나19 방역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교육부 소관인 유치원보다 방역 지침이 왜 느슨한지 의문이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지침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24일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등 당장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경우에만 긴급돌봄을 이용해달라"고 안내했다 ⓒ서울시
서울시는 24일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등 당장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경우에만 긴급돌봄을 이용해달라"고 권고했다 ⓒ서울시

보건복지부는 8·15 이후 어린이집 등원 자제와 관련해선 공문을 내보낸 바가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5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유치원은 교육 중심이고, 어린이집은 돌봄 중심이다. 맞벌이 가정 등 긴급보육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 두 기관을 동일선상에서 보기는 어렵다”면서 “복지부 차원에서 가급적 꼭 필요한 사람 외엔 긴급보육 자제를 당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어린이집 긴급보육 이용과 관련해 24일 안내문을 통해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등 당장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경우에만 이용해 주시고, 긴급돌봄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휴가 등을 통해 부모 돌봄이 가능한 날에는 가정에서 보육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긴급보육 비율이 여전히 높은 경우, 등원을 제한하는 극단적 조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월 27일부터 전국 어린이집에 휴원 명령이 내려졌다. 맞벌이 가정 등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는 가족돌봄휴가 사용을 장려하고, 자녀의 가정돌봄이 필요한 근로자에게 가족돌봄비용을 1인당 하루 5만 원, 최장 5일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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