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올 때 힘주기에도 ‘타이밍’이 있습니다
진통 올 때 힘주기에도 ‘타이밍’이 있습니다
  • 칼럼니스트 이하연
  • 승인 2020.08.2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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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분만 사이, 이게 가장 궁금했어!] 무조건 힘주면 힘만 빠지고 아이는 안 나옵니다 

“첫째 땐 진짜 아무것도 몰랐어요. 진통 오면 병원 가서 낳으면 끝인 줄 알았죠.”

둘째 임신 33주에 접어든 한 산모가 후회하듯 내게 말한다. 출산예정일이 되면 당연히 진통이 오고, 양수가 터지고, 병원에 가면 아이를 금방 낳을 줄 알았단다. 진통이 아픈 이유가 자궁경부가 열리는 것 때문인 줄도 몰랐고, 자궁문만 열리면 바로 아기가 나오는 줄 알았다고.

초산은 말할 것도 없고, 경산 산모조차 분만 과정을 잘 모른다. 임신 막달이 다가올수록 출산이 두렵고 걱정되지만, 산모가 분만 과정에 사전지식을 갖고 있다면, 진통이 와도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 자궁문 열리는 분만 1기, 이때 힘줘야 아무 소용 없다 

진통은 보통 ‘사르르’한 생리통 느낌으로 시작한다. 진통 간격이 점점 줄어들고 강도가 세지면서 가진통이 진진통으로 바뀐다. 가진통이 진진통으로 이어지지 않고 진통이 사라지거나 규칙적인 배뭉침이 가진통이 되고 진진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진통은 자궁근육의 수축을 의미한다. 자궁수축이 시작되면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근육이 수축하기 때문에 아래쪽에 있는 자궁경부는 위쪽으로 당겨진다. 산모들은 누가 아래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든다고 표현하는데 이때 자궁경부 길이가 짧아진다. 자궁경부가 점점 부드럽고 얇아지면서 열린다. 분만 1기 중 준비기는 진통이 오고 자궁경관이 3cm까지 열릴 때까지를 말하는데 이 과정은 가진통을 겪으며 진행된다. 준비기 이후부터 자궁경관이 10cm가 열릴 때까지가 분만 1기에 속한다.

자궁경관이 다 열리는 단계가 분만 1기, 아기가 산도를 다 내려와서 태어나면 분만 2기, 아기가 태어난 후 태반이 나오는 단계가 분만 3기다. 분만 1기 중 준비기(혹은 잠재기)를 집에서 잘 보내고 병원에 왔다면 무통주사를 맞을 수 있다.

진통이 와서 분만실로 가면 가장 먼저 태동검사와 내진을 시행한다. 입원이 결정되면 두 시간에 한 번씩 태동검사를 하면서 자궁수축이 잘 오는지, 아기 심장박동이나 움직임은 양호한지 의료진이 체크한다. 이후 산모가 너무 아파하거나 출산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 싶을 때 내진해서 자궁경관이 열린 정도와 아기가 내려온 정도를 확인한다.

“선생님, 너무 아파요. 저 언제 낳아요?” 

진진통에 접어든 산모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아직 자궁경관도 더 열려야 하고 아기도 내려와야 하므로 알 수 없다. 특히 초산의 경우, 자궁경관이 다 열려도 아기 내려오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야말로 때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경관이 빨리 열리면 아기도 빨리 내려온다. 경산은 초산보다 아기가 빨리 내려와 전체 출산 시간이 초산보다 적게 든다.

가진통이 진진통 보다 더 아팠다는 산모도 있지만, 출산이 진행되면서 산모들이 가장 아프다고 하는 구간이 두 번 정도 있는데 바로 자궁문이 3~4cm, 7~8cm 열릴 때다. 둘라 경험상 자궁문이 7~8cm 정도 열렸을 때 양수 파수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 때문에 더 아픈지도 모르겠다. 양수가 터지면 호르몬이 바뀌면서 진행속도가 빨라지고 아기도 더 잘 내려온다. 양수 터지기 전부터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해서, 파수 이후 진통이 올 때마다 몸에 힘이 들어간다. 

이때 최대한 몸에 힘을 빼야 한다. 분만 빨리 끝내고 싶어서 힘주는 산모들도 있는데, 힘만 빠질 뿐 아무 소용 없다. 자궁문이 다 열린 후에 힘줘야 한다.

◇ 힘 잘 주는 요령… 항문을 향해 길게, 지긋이, 밀어내듯 

힘주기에도 타이밍과 자세가 있다. 강한 진통이 느껴지거나, 몸에 힘이 들어갈 때, 그걸 이용해서 힘을 주면 된다. ⓒ베이비뉴스
힘주기에도 타이밍과 자세가 있다. 강한 진통이 느껴지거나, 몸에 힘이 들어갈 때, 그걸 이용해서 힘을 주면 된다. ⓒ베이비뉴스

자궁문이 다 열리고 아기가 태어난 분만 2기. 분만 1기가 끝나면 대부분 아기는 골반 아래쪽으로 내려오지만, 여전히 골반 높이에 있는 경우도 있다. 분만 2기가 천천히 진행된다면 2~3시간 정도 걸리고, 빠르면 40분~1시간 정도 걸린다. 아기가 많이 내려와 있거나, 빠르게 진행되는 출산이라면 힘주기 두세 번 만에 아기를 낳기도 한다.

출산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의료진이 회음부 소독, 아기를 받기 위한 소독포 등을 준비해야 하므로 먼저 힘주기를 해도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분만 2기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분만 1기 동안 최대한 골반을 이완하고 움직여서 아기의 하강을 도와줘야 한다.

산모가 힘을 주면 아기에게 일시적으로 산소공급이 줄어든다. 따라서, 진통이 없을 때는 최대한 호흡하면서 아기에게 산소공급을 잘 해줘야 하고 너무 오래 힘주는 것도 좋지 않다. 힘을 줄 때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변을 보듯이 항문에 힘을 주면 되는데 ‘길게 지긋이’ 밀어내듯 주면 된다. 무조건 강하게 힘을 주면 몇 초 만에 힘을 다 써버리고, 얼굴에만 힘이 들어간다.

힘주기에도 타이밍과 자세가 있다. 강한 진통이 느껴지거나, 몸에 힘이 들어갈 때, 그걸 이용해서 힘을 주면 된다. 힘주기 자세는 몸을 동그랗게 만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들어 배꼽을 바라보고, 허벅지 아래쪽에 손을 넣어 옆구리 쪽으로 잡아당기면 된다. 힘을 줄 때마다 아기가 아래로 조금씩 내려온다는 상상을 하면 도움이 된다. 

힘을 주다가 회음부 사이로 아기 머리가 보이고, 어느 정도 머리가 나왔을 때, 의료진이 힘을 빼라고 하면 힘주기는 멈춰야 한다. 힘주기가 끝나면 숨이 가빠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는데, 의식적으로 천천히 호흡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기는 태어나기 전까지 태반 호흡에 의존하므로 산모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기를 낳은 후부터 태반이 나오는 시기를 분만 3기라고 한다. 임신 중 아기에게 혈액, 영양, 산소를 공급하던 태반은 이제 제 할 일을 다 하고 자궁벽에서 떨어져 나간다. 출산은 아기만 잘 나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태반까지 잘 나와야 정상적으로 잘 끝났다고 보는데, 태반은 아기 출생 후 5~10분 정도 지나면 나온다. 

간혹 30분이 지나도록 태반이 안 나오는 일도 있다. 이땐 별도의 의료 조치가 필요하다. 어떤 산모는 대학병원으로 옮겨서 촉진제까지 맞으며 태반이 나오길 기다렸는데, 다음날 아침에야 태반이 나왔다고 한다. 만약 계속 태반이 안 나오면 수술을 해야 한다. 백 명 중 한 명꼴로 이런 일을 겪는다.

분만 3기에서는 태반까지 나온 후 의사가 회음부 절개 부위를 봉합하고, 태반이 깨끗하게 잘 나왔는지 출혈 정도를 체크한다.

◇ 내가 원하는 출산 모습 상상하며 ‘순산 에너지’ 모으자

자, 이제 아기도 잘 낳았고, 태반도 잘 나왔다. 이제 어떻게 몸을 관리해야 할까?

첫 번째, 출산 후 자궁은 본래 크기로 돌아가기 위해 계속 수축한다. 이것을 ‘훗배앓이’라고 한다. 초산은 하루에서 이틀, 경산은 사나흘 정도 훗배앓이를 한다. 배가 아프다고 온찜질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진통제를 요청해도 된다. 출산 후 산모의 자궁수축에 도움되는 마사지를 분만실 간호사나 조산사가 알려줄 것이다.

두 번째, 출산 당일 산모는 보호자 없이 혼자 일어나거나 걸어선 안 된다. 일시적인 어지러움이나 빈혈이 올 수도 있고 진통하느라 체력이 많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이다. 출산하느라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 출산 후 물을 많이 마시고, 네 시간 내에 첫 소변을 봤다면 간호사에게 알리자. 물은 한꺼번에 마시지 말고 조금씩 자주 마신다.

네 번째, 회음부 절개 부위 회복은 약 1주일 정도가 지나면 나아진다. 출산 다음 날부터 좌욕을 잘 챙겨서 하면 된다.

다섯 번째, 샤워도 출산 다음 날부터 따뜻한 물로 가볍게 하고, 가벼운 체조와 걷기로 산후회복에 신경 쓰자.

지금까지 진통이 시작되는 분만 1기부터 태반이 나오는 분만 3기까지 알아봤다. 출산 당일 조심해야 할 것들과 그 밖의 증상들을 참고해서 남은 기간 내가 원하는 출산의 모습들을 상상하고 순산 에너지를 모아보자!

*칼럼니스트 이하연은 대한민국 출산문화와 인식을 바꾸고자 자연주의 출산뿐만 아니라 자연 분만을 원하는 산모들에게 출산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로지아’에 다양한 출산 관련 영상을 올리며 많은 산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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