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정아 기자】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지 9년이 된 31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 이하 사참위)와 가습기살균제사건진상규명소위원회(소위원장 최예용)는 신규 가습기살균제 9종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참위와 가습기살균제사건진상규명소위원회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박동욱)과 함께 23종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대상으로 시험·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참위는 신규 가습기살균제 9종을 추가 확인해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제 출시 이후 현재까지 출시·판매된 가습기살균제는 총 48종이라고 밝혔다. 이중 판매량이 확인된 30종 제품의 총 판매량은 995만 257개이다.
48종을 원료별로 보면, ▲CMIT-MIT 성분 제품 15종 ▲PHMG 성분 제품 5종 ▲NaDCC 성분 제품 3종 ▲PGH 성분 제품 2종 ▲BKC 성분 제품 2종 ▲에틸알코올 성분 제품 2종 ▲산화은 등 기타 물질 및 살균물질 미확인 제품 19종으로 확인됐다.
사참위가 확인한 신규제품의 경우, NaDCC를 주요 살균성분으로 하는 하이크로정, 황토(Claybell)를 성분으로 하는 에코볼 필터, 은나노항균볼을 성분으로 하는 우리가족 안심볼 3종과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 가습기닥터, 항균가습기닥터, 가습기티올, 가습기라이트, 가습기파트너, 피톤차프 6종으로 총 9종의 제품이 확인됐다.
제품별 판매량은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액체형)(415만 개) ▲애경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163만 개) ▲LG 119가습기세균제거(110만 개) ▲옥시 가습기당번(74만 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고체형)(55만 개) 순이다.
◇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 유해물질 농도 제품별로 32배 차이나
또, 개봉된 가습기살균제를 분석한 결과, SK케미칼, 애경산업, 옥시 등이 가습기살균제 제품 농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의 경우, 77개 제품에서 PHMG 농도가 최소 280ppm부터 최대 9000ppm까지 32배의 차이가 났다. 판매기간 2004~2011년 동안, PHMG의 농도가 일정하게 검출된 사례는 없었다.
그리고 현재 재판 중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제조·판매한 애경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의 경우, 29개 제품에서 CMIT-MIT의 농도가 최소 11.8ppm부터 최대 227.9ppm까지 19배의 차이가 났다. 판매기간 2002~2011년 동안 CMIT-MIT의 농도가 일정하게 검출되지 않았다.
특히, 분석한 제품 중 미개봉된 9종 제품에서 동일한 제조업체가 제조한 가습기살균제의 농도가 각기 다르게 검출된 사실도 확인했다.
PHMG를 원료로 한 롯데마트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와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의 경우 모두 용마산업사에서 동일한 원료와 공정으로 제조해 품번 형식도 비슷하나, 비슷한 시기 제조된 두 제품에서 500ppm의 농도차이가 발생했다. 애경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의 경우, 2011년 2월 17일 제조된 미개봉 동일제품 2개에서 MIT의 농도가 각각 17.84ppm, 34.88ppm 으로 검출돼 농도가 2배 차이가 났다.
◇ 사참위 "환경부, 기업 제출 자료 근거로 부실 검증"
가습기살균제 성분분석 결과, 2017년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분담금 부과를 위한 현장조사에서 제품 내 화학물질 정보 등을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부실하게 검증한 것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맑은나라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제품에 살균물질이 없다는 이유로 분담금을 면제 받았으나, 사참위 분석 결과 PHMG가 검출되었으며, 롯데마트 주부사랑 가습기파트너의 경우, 살균물질 없이 향만 첨가되었다고 했으나, MIT가 검출됐다.
최예용 소위원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참사의 직접적 원인인 제품별 살균물질 성분 등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으로 매우 의미 있다"며, "본래 가습기살균제 가 가습기 물통에 농약성분이나 마찬가지인 액상의 살균제를 넣어 사용하게 만든 근본적으로 잘못된 제품인데다가, 제품 내의 살균물질의 농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이번 조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상대적으로 높은 살균물질 농도의 제품 사용자들에게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이와 관련해서 인체 유해성에 대한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개봉제품의 경우 시간에 따라 물이 증발하는 등의 이유로 살균성분의 농도가 진해질 수 있다는 점도 앞으로 확인돼야 하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수년간 보관하며 사용한 소비자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독해진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고 지적하며, "아직 시료 확보를 하지 못해 분석하지 못한 25종 제품에 대해서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국민들의 관심과 제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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