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삶 힘들죠… 그래도 아이들에게 화풀이 말아요
부모의 삶 힘들죠… 그래도 아이들에게 화풀이 말아요
  • 칼럼니스트 이수경
  • 승인 2020.09.2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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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으로 키우는 부모, 권리로 자라는 아이] 코로나 시대, 부모의 스트레스 관리하기 

야근해서 젖은 행주처럼 축 처져 집에 들어오는데 딸아이가 해맑게 한마디를 던졌다. 

“엄마! 내일 학교 가는 날인데, 그동안 숙제한 거 갖고 가야 해. 숙제 좀 출력해줘!”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우선, 우리 집에는 프린터가 없다. 그렇다면, 이 밤중에 어디서 가서 숙제를 출력하지? 마트에 가야 하나, 아니면 PC방을 찾아봐야 하나 생각하니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혈압이 내려가는 듯 온몸이 저릿저릿해졌다.

그러다 가방을 심각하게 툭 떨구며 “박주은!!! 도대체 지금이 몇 시인데 이제야 숙제를 출력해야 한다는 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엄청난 괴성을 지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 코로나 시대, 부모의 스트레스가 아이들을 위험하게 만든다

우리는 종일 여러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화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고 있진 않은가? 세이브더칠드런 '긍정적 훈육' 영상 화면 갈무리. ⓒ세이브더칠드런
우리는 종일 여러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화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고 있진 않은가? 세이브더칠드런 '긍정적 훈육' 영상 화면 갈무리. ⓒ세이브더칠드런

오래전 우리 엄마가 내게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우리는 아주 평범한 일상의 삶을, 하루하루를 보내는데도 수많은 내적 갈등과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교, 학원에 안 가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녀와의 갈등 상황이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다.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기에 종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소리친 그 날처럼 아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내 분노의 모든 이유가 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출근길에 교통 체증이 심해 지각을 했는데 이 때문에 직원들에게 민망했고, 회사 메일을 열어보니 할 일이 산더미인데 당장 오늘까지 급하게 처리해달라는 협조 메일이 산더미였으며, 요청한 일은 제대로 하지도 않고 건건이 비용을 책정해 금액을 올려달라는 얄미운 외주 업체의 전화가 있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를 밀쳐 댄 예의 없는 사람을 만나는 등 수많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결국 마지막에 아이에게 폭발하고 말았다.

집에서 아이와 종일 함께하는 양육자 역시 수많은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갈등과 스트레스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정에서 학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문을 열지 않은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은 집밖엘 못 나오니 학대 여부조차 파악이 안 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사실 스트레스가 쌓여 순간 폭발해 분노하는 것은 아주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인간의 뇌에는 ‘감정을 느끼는 뇌’와 ‘생각하는 뇌’가 있다. 평온한 상태에서는 생각하는 뇌가 작동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간’과 ‘감정을 느끼는 뇌’가 작동해 혈압이 올라가거나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변연계의 기능이 작동하면서 충동적이고 공격적이며 감정적인 반응을 하게 되는데, 이런 반응을 우리는 ‘폭발했다’라거나 혹은 ‘뚜껑 열린다’, ‘이성을 잃는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되는대로 화를 내서 자녀와의 관계와 상황을 악화하기보다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함으로써 자녀에게도 자기조절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세이브더칠드런의 ‘긍정적 훈육’에서는 부모의 스트레스 관리를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 

◇ 친구와 수다, 남편과 야식… 내가 무조건 행복한 ‘꿀단지’는 어디에 있을까?

감정의 뇌가 폭발하는 순간. 이럴 때 우리는 흔히 '뚜껑 열린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연습으로 다스릴 수 있다. 내가 행복해지는, '꿀단지'를 찾아보자. 세이브더칠드런 '긍정적 훈육' 영상 화면 갈무리. ⓒ세이브더칠드런
감정의 뇌가 폭발하는 순간. 이럴 때 우리는 흔히 '뚜껑 열린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연습으로 다스릴 수 있다. 내가 행복해지는, '꿀단지'를 찾아보자. 세이브더칠드런 '긍정적 훈육' 영상 화면 갈무리. ⓒ세이브더칠드런

스트레스는 연습을 통해 다스릴 수 있는데, 바로 생각하는 뇌를 작동시켜서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좀 더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안하자면, 평소 스트레스를 잠재워 줄 나만의 꿀단지 목록을 마련해보는 것이다. 꿀단지는 무조건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내가 행복해지고, 지금의 스트레스를 조금 잊을 수 있어야 한다.

유치하고 어설픈 자랑과 큰 악의 없는 투덜거림에 색안경을 끼지 않고 맞장구쳐 줄 수 있는 마음 맞는 친구와의 저녁 식사, 퇴근 후 저녁상을 물리고 한 시간 정도 혼자 산책하는 사계절 색색이 예쁜 동네 둘레길, 능력 있고 매너도 좋은데 한 여자밖에 모르는 잘생긴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보는 것. 또, 애들 재워놓고 남편과 둘이 앉아 야식을 먹으며 인생 계획을 세워보는 시간.

인생이 내 맘 같지 않기에 마치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이때만큼은 남편이 내 인생의 동반자이고 함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동지애가 느껴지는 시간이다. 이런 것들은 극한 스트레스로 달하지 않게 완충작용을 해주는 나만의 소중한 꿀단지 들이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도 돈이나 시간이 너무 많이 드는 것은 애당초 할 수도 없고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이는 격이라 언제든지 손쉽게 일상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과음이나 흡연 등 몸에 해가 되는 것들은 당장은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아도 절대 권하지 않는다. 되도록 정신과 몸에 긍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면 좋겠다.

땀을 흘리는 것이라면 더 좋다. 그런데도 스트레스가 극한으로 쌓이고 쌓여 폭발 직전이 되는 순간에는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신체 완화 기법, 예컨대 심호흡하기, 물 한 잔 마시기, 호흡을 가다듬으며 커피 내리기, 30까지 세기, 제자리 뛰기, 일단 멈추기 등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만 하지 말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한 나로 인해 좋아질 나와 자녀와의 긍정적 관계를 위해서. 

오늘은 저녁을 간단히 차려 먹고 가을바람을 느끼며 아이들과 산책을 했다. 따뜻한 물에 여유 있게 씻는 시간도 가지고 뽀송뽀송하고 두꺼운 가을 이불도 꺼냈다. 아이와 함께 이불을 덮고 누워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며 이렇게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지는 것 또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꿀단지라는 걸 깨달았다.

*칼럼니스트 이수경은 두 자녀를 둔 워킹맘이다.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한 후 복지관에서 근무했고 2010년부터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아동의 권리를 위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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