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유치원, 법 무서운 줄 알아야 같은 죄 안 짓는다
비리유치원, 법 무서운 줄 알아야 같은 죄 안 짓는다
  • 기고=박용환
  • 승인 2020.10.2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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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특별기고 ‘육아의 미래’⑫] 박용환 비리유치원범죄수익환수국민운동 공동대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창간한 베이비뉴스가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아동과 양육자의 권리를 더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설계해야 할까요. 각계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베이비뉴스 창간 10주년 기념 연속 특별기고를 통해 ‘육아의 미래’를 전망합니다. - 편집자 말

유치원3법이 통과되고 이제 비리유치원은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그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일부 유치원에선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유치원3법이 통과되고 이제 비리유치원은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그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일부 유치원에선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년 넘게 공전하던 유치원 3법이 지난 1월 국회에서 어렵사리 통과됐다. 법이 통과됐으니, 이제 사립유치원 비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는데,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최근 나타난 여러 징후를 보면 알 수 있다.

한유총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법인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한유총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지난 10월 15일 “한유총이 원장 등을 시켜 개원 연기에 참여하도록 강요·지시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라고 판시했다. 이러한 재판부의 판결은 국민 정서와 너무나 먼 판결이 아닐 수 없다.

파주 예은·예일유치원과 용인 예성유치원은 설립자가 모두 같다. 2016년 경기도교육청 감사 결과 이들 유치원에서 147억 원대의 부적정 회계처리가 적발됐다. 교육청은 비리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이 가운데 51억 원을 학부모 환급 및 국고 회수 결정을 내렸고 유치원 설립자를 형사 고발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여기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설립자는 재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

우리 비리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이하 ‘비범국’)은 이 처분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해 재조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사건을 맡은 검찰은 1년이 지나도록 처분을 보류하고 있다. 파주 예은유치원에서 발생한 교재 비리 등에 경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이 전부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많은 사립유치원 사태와 직면한다. 지난 6월 안산 해여림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태가 대표적. 이 유치원의 식중독 의심 아이들은 모두 117명이고, 이 가운데 60명이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햄버거병’ 증세를 보이는 10명 가운데 투석 치료를 받는 원생과 가족은 모두 3명이다. 

이렇게 심각한 사태는 유치원의 비위생적이고 부실한 먹거리 관리에서 비롯했다. 먹거리 관리는 유치원의 기본이다. 기본을 안 지킨 유치원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 유치원3법 통과되면 비리유치원 사라질 줄 알았는데…

유치원3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방위적 접근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유치원 비리는 대부분 내부제보로 드러났다. 유치원 내부제보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와 지원이 강구돼야 한다.

사립유치원처럼 폐쇄적인 교육기관의 비리를 없애려면 내부제보가 매우 중요하다. 학부모는 자녀를 매일 유치원에 보내지만, 유치원 내부 사정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교직원은 그런 문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내부제보는 곧 비리 제보로 이어진다. 교육 당국이 내부제보 활성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내부제보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후속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내부제보자가 유치원으로부터 고소·고발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률지원 등 구조금 지원이 절실하고, 이를 넘어 보상금, 포상금 지급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각 교육청 공익제보센터의 문턱을 낮춰 공익제보자로 인정받는 기준이 까다롭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법이 시시하게 굴면 비리유치원은 안 사라진다. 비리유치원을 근절할 수 있는, 국민 정서에 맞는 법 처분을 비리유치원에 내려야 한다. ⓒ베이비뉴스
법이 시시하게 굴면 비리유치원은 안 사라진다. 비리유치원을 근절할 수 있는, 국민 정서에 맞는 법 처분을 비리유치원에 내려야 한다. ⓒ베이비뉴스

둘째, 사법당국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법 적용을 해야 한다. 지금은 국민 눈높이와 너무나 먼 처분이 내려지고 있다. 

먼저 감사거부 유치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기관이 교육 당국의 감사를 거부한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로 인식돼야 한다. 감사거부 뒤에 숨은 비리가 수억대, 수십억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립학교법 제73조에서는, 자료 제출 거부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했다. 그런데 지금 감사를 거부한 유치원은 기소를 당해도, 재판과정에서 고작 벌금 100~150만 원 처분을 받는다. 이래서는 감사를 거부하는 유치원을 제재할 수 없다.

◇ 법 우습게 알면 큰코다친다는 걸 비리유치원이 알아야 한다

감사 결과에 따라 교육청이 고발해도 검찰 기소율이 50%가 채 안 된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 7년 동안 교육청이 고발·수사 의뢰한 유치원 문제 125건 중 60건(48%)은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재판에 넘어가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이 국회 교육위원회 권인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사립유치원 특정감사 거부 시 사법기관의 기소율은 52%, 비위 사실에 대한 기소율은 30%에 불과했다. 사법당국의 낮은 기소율은 범법행위를 용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 개선을 저해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비리유치원에 강력한 법 집행 의지를 보이라고, 사립유치원 지도·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교육 당국에 촉구한다.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로 교육청은 학부모 환급 및 국고환수 등의 재정 조치 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이들 중 10억 원대 이상의 대규모 재정 조치를 통보받은 유치원은 환급환수 조치를 거의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교육청은 여기에 전체 지원금의 5%에 불과한 ‘학급운영비 지급 중지’를 엄포라고 하고 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200인 원아 기준 사립유치원에 월 평균 6000만 원 정도의 국고가 지원된다. 이 중 5%인 300만 원 지원을 중단한다는 것인데, 유치원은 눈도 깜빡 안 한다. 지금 제제가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건 교육 당국만 모른다.

일반 서민들은 하루라도 범칙금 납부를 지연하면 연체료도 내야 하고, 계속 납부를 미루면 통장 압류까지 들어온다. 그런데 사립유치원 지원금과 교육비 유용행위에 이런 관대한 처분이 말이 되는가? 오히려 유치원 비리가 끊이지 않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재정 조치의 미이행 시, 누리과정 지원금 중단, 원아 추가모집 중단 등과 같은 강력한 제제를 적용해야 한다. 이행하지 않았을 때 고액의 연체료를 물려보라. 당장 안 낼 수가 없을 것이다.

비리유치원 무관용 대책을 관계 당국에 재차 촉구한다. 사립유치원 비리는 기업이나 개인 비리보다 더 엄중히 다뤄져야 한다. 비리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사립유치원 비리는 필연적으로 2차 피해를 유발한다. 설립자 일가가 유용한 돈은 결국 아이들 교육과 급식에 사용해야 할 국가지원금과 학부모 교육비로, 필연적으로 부실교육과 부실 급식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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