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유아 대상 수학·과학학원에 강력한 현장 점검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학원에서 유아를 대상으로 장시간 교습뿐만 아니라, 영재원 대비 등 비교육적 상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데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진단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8일, 서울시교육청의 학원 및 교습소 등록 정보를 바탕으로 서울시 유아 대상 수학·과학학원 실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에는 총 117개의 수학·과학학원이 있다. 사교육 과열지구인 강남·서초, 강동·송파, 강서·양천지역에 67곳(57.3%)이 몰려 있다. 월평균 총학원비는 약 17만 1000원이었다. 가장 비싼 학원은 한 달에 53만 5000원을 받는다.
이 학원에 들어가려면 입학시험을 치러야 한다. 50분간 유료 지필 평가를 보거나, 웩슬러 영재판별 검사를 통해 상위 3%, 상위 15%를 나누어 수준별로 반을 나눈다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밝혔다.
하지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한 전문가 의견은 좀 다르다. 정윤경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영유아 때 실시한 지능검사 결과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지능검사에서 제대로 된 수치가 나오려면 아이의 지적 능력이 안정돼야 한다"며, "그런데 영유아기는 언어 능력이나 상호작용 능력이 낮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지능검사는 최소 10~11세 정도는 돼야 쓸모가 있고, 이전 검사에서 점수가 낮다고 낙담할 이유도, 높다고 영재라고 판단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의 지적을 바탕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원은 이런 진단 테스트로 학부모들이 자녀의 수준을 가늠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고, 사교육 상품 소비까지 이어지게 유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유아 대상 장시간 교습, 비교육적인 상품 판매 등 문제 심각"
유아 수학·과학학원은 몇 살짜리가 다닐까? 서울의 한 학원에서는 만 21개월부터 다닐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국가의 관리를 받는 유아교육 기관 정규수업에서는 만 2세 이하 영아에게 영어 등 특별활동을 시행할 수 없다. 만 3~5세도 1일 1개 1시간 이내로, 주 5개 미만의 수업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학원에서는 영어 수업과 원서 읽기 수업을 버젓이 진행한다. 교습 시간도 회당 100분 이상이다. 영유아에게 지나치게 긴 시간이다. 7세를 대상으로 한 학원에서는 100분짜리 프로그램을 5개 연속 배치해 총 500분간 수업한 사례도 있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학 일기, 수학 독후감 등 과제가 공통으로 요구되는 만큼 한글을 선행 학습하지 않으면 학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그래서 이 학원에 다니기 위해서라도 한글을 빨리 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통용되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지필로 이뤄지는 진단평가, 주간평가, 총괄평가 등 각종 평가들도 장시간 관찰을 통해 정서적으로 세심한 피드백이 필요한 미취학 아동의 발달단계와 거리가 먼 비교육적인 행태"라는 것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주장.
또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유아 대상 수학·과학학원에서는 매년 교육청 및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 합격 실적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초등 교과 선행, 경시대회 입상, 영재교육원 입시 프로그램 등 과도한 선행학습 상품을 판매한다"고 지적했다.
▲유아 대상 지필 평가 입학시험 ▲신뢰도 낮은 지능검사 판별 후 수준별 반 편성 ▲각종 서술형 과제 수행을 위한 한글 선행 유발 ▲장시간 교습, 영재원 대비 커리큘럼으로 유도하며 영유아 대상 비교육적인 상품 판매 등의 문제를 두루 지적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유아 수학·과학학원에 강력한 현장 점검 및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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