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휴대폰이 궁금하신가요?
내 아이의 휴대폰이 궁금하신가요?
  • 칼럼니스트 이미연
  • 승인 2020.11.13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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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맘 Says]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아이를 지키는 방법
부모가 모르는 아이의 생활이 걱정된다고 아이의 스마트폰이나 일기장 훔쳐보는 행동, 당연할까? ⓒ베이비뉴스
부모가 모르는 아이의 생활이 걱정된다고 아이의 스마트폰이나 일기장 훔쳐보는 행동, 당연할까? ⓒ베이비뉴스

얼마 전 한 선생님과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 센터에 새로 오신 선생님이 아이들의 가방과 사물함을 허락 없이 열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이들이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모멸감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모멸감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업신여기고 얕잡아 보는 느낌’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사생활을 존중받지 못할 때, 상대방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는 센터에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정에서도 부모님이 핸드폰을 검사하거나 일기장을 보는 등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에 불편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6조는 아동의 프라이버시를 규정한다. 아동은 그 누구라도 사생활, 가족, 가정, 통신에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으로 간섭받지 않으며, 또한 명예나 명성에 대해 불법적인 공격을 받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사생활이 있다. 아동이라고 사생활의 범위와 권리의 내용이 달라질 수는 없다.

물론 아이들의 일상이 궁금한 부모의 마음은 너무나 이해된다. 나 또한 우리 영이가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계속 물어보게 되고, 조금 더 크면 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거나 귀찮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벌써 섭섭해지기도 한다.

또 한편, 이 무서운 세상에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영이가 나쁜 일에 노출되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다. 부모가 자녀와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다만, 그 애정과 보호를 명목으로 일방적인 검사와 감시, 지나친 개입은 당연할까?

◇ 부모가 모르는 아이 생활 걱정된다면, 훔쳐보기 대신 관찰하기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이 험한 세상에서 아이를 지키는 방법. 아이의 표정과 눈빛, 목소리 등 감정의 변화를 미리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미연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이 험한 세상에서 아이를 지키는 방법. 아이의 표정과 눈빛, 목소리 등 감정의 변화를 미리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미연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내 핸드폰 사진 보는 걸 참 좋아하셨다. 어디만 다녀오면 항상 설레는 눈빛으로 “사진 좀 보여달라”고 하셨다. 엄마의 설레는 눈빛은 물론 사진을 보는 내내 “어머 이건 너무 잘 나왔다.”, “그래, 이 옷은 이렇게 입으니까 이쁘다”, “여기 정말 좋다.” 등등의 반응에 난 기꺼이 엄마와 핸드폰 속 사진을 공유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핸드폰을 보던 엄마는 딸의 사생활을 알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엄마가 내 사진을 보고자 하는 것이 일종의 핸드폰 감시처럼 느껴져, 엄마 몰래 다른 곳에서 놀다 온 날엔 사진을 조작한 적도 있다.

다만, 일종의 핸드폰 검사라고도 할 수 있는 엄마의 요청을 내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던 이유는, 감시보다는 관심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엄마는 사진 속 나를 보며 혹여나 내가 위험한 상황에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내가 요즘 관심을 두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관심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기반이 될 수 있었다. 지나치거나 불편한 개입은 상대방을 잘 모를 때 발생하기 쉬우니까.

아동의 사생활은 존중되어야 한다. 누구도 타인의 가방을, 핸드폰을, 일기장을 함부로 볼 권리는 없다. 자녀의 안전이 걱정된다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자녀와 대화를 하고 싶다면, 일방적인 검사와 감시가 아닌 “나는 너의 안전이 걱정돼”, “오늘 재미있는 일 있었니?”와 같은 부모의 관심을 표현해보자.

사물을 살펴보기에 앞서 자녀의 표정과 목소리, 감정의 변화를 민감하게 인지하는 것 또한 부모의 일차적인 책무라 할 수 있다. 존중받고 존중하는 관계는 부모의 관심과 배려, 아이와의 상호작용에서 출발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이미연은 아동인권옹호활동을 하는 국제아동인권센터의 연구원으로, 가장 작은 자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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