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교통안전, ‘숨어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에 달렸다
아동 교통안전, ‘숨어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에 달렸다
  • 기고=박서연
  • 승인 2020.11.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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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드 대장정⑬] 박서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아동옹호센터

아이들은 집에서부터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합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어린이 통학로 안전을 위한 ‘그린로드 대장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어린이 안전 인식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그린로드 그린골든벨 사전조사 결과 ⓒ박서연
그린로드 그린골든벨 사전조사 결과 ⓒ박서연

“학교에 갈 때 신호등과 인도가 없어서 위험하고, 인도가 있어도 엄청 좁아서 지나갈 때 불편해요. 그래서 제가 그곳에서 사고 난 적도 있어요.”

“학교 가는 길 골목 출구에 차를 주차해서 앞이 잘 안 보여서 내려오다가 사고가 날 뻔했어요. 학교 앞 주차 문제를 해결해주세요.”

“학교 후문에 불법 주·정차된 차가 많아 횡단보도를 건널 때 위험해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아동옹호센터에서 진행한 2018년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 2019년 ‘청소년 300인 원탁토론’, ‘또래권리지킴이단’ 활동을 통해 제안된 아이들의 목소리다. 나의 출근길 또한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의 통학로여서, 아동들의 목소리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차와 지나가는 차 사이사이로 걸어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찔했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마스크까지 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무사히 지나갈 때까지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지켜보게 된다.

이러한 교통안전 문제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아동 목소리를 대변하려는 우리의 첫 번째 단계는 ‘어린 시절 회상’이었다.

나는 어렸을 적, 아파트 라인을 나와 이어지는 보도블럭을 쭉 따라서 걸어가면 바로 학교 정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학교 가는 길에 차와 부딪힐 뻔하거나, 서 있는 차들로 인한 어려움이 없었다.

이러한 어린 시절 회상으로부터 ‘꼭 보도블록이 아니더라도 학교까지 이어지는 통행 유도선이나 보행로가 확보돼 있으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이 광주아동옹호센터 그린로드대장정 사업의 시작점이 됐다.

우리가 구상한 그린로드대장정은 인도와 차도가 구분돼 있지 않은 생활도로 한쪽에, 최소 보행 폭 만큼의 길을 밝은 색깔로 칠하여 보행로를 확보해주는 사업이다.

이 아이디어가 과연 얼마나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 확인해보기 위해 우리는 두 번째 단계로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해보는 ‘광주시민총회’에 그린로드대장정을 제안했다.

2년간의 제안 끝에 ‘시민이 뽑은 정책 1위’를 달성했고, 이 과정을 통해 아동뿐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아동의 통학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아이들이 안전한 길은 우리 모두가 안전한 길

그린로드 그린골든벨 현장 ⓒ박서연
그린로드 그린골든벨 현장 ⓒ박서연

'2018년 교통안전시행계획 추진실적 평가, 광주·전남 1위'.

'2019년 광주광역시 2년 연속 교통안전 평가 종합 1위'.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어른들은 모두 지속적으로 학교 가는 길이 위험하다고 외치고 있었는데, 같은 기간에 진행된 교통안전 평가에서는 광주광역시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아이러니한 광경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게 됐다.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 사건(고 김민식 군)이 발생하면서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요구가 증가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인 교통단속 장비 설치 의무화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이뤄진 ‘민식이법’이 2019년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민식이법은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이행 중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정부도 지자체도 어린이 교통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은 왜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우리는 그 원인이 ‘숨어 있는 어린이보호구역’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지방경찰청장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가 필요한 경우 초등학교 등의 주 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의 도로 중 일정 구간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즉, 어린이보호구역의 지정은 필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운전자 중심의 문화에서 보행자 중심의 문화로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야 하는데도 운전자 또는 인근 주민들의 편의상 지정되지 못한 생활도로 구역이 ‘숨어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동 교통안전을 위한 세 번째 단계로 ‘숨어 있는 어린이보호구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린로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모델 구축을 위해 우리는 협력 기관을 모은 후, 공모를 통해 ‘숨어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에 해당하는 마을을 선정해 그린로드를 직접 설치해보고 있다.

동시에 마을 주민이 아동의 교통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아동과 마을 주민 대상 ‘그림공모전’, ‘그린! 골든벨’ 그리고 ‘그린로드 대장정 함께 걸어보기’ 등 아동 교통안전 인식개선 캠페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모델 구축이 완료되면 그린로드가 광주광역시에 확대 설치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아동의 목소리가 반영된 환경을 조성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그린로드 모델을 통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도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도로가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아동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안전한 길을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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