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욕 높아지는 4~5세, 이때 필요한 부모의 말은?
성취욕 높아지는 4~5세, 이때 필요한 부모의 말은?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0.12.14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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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넌 뭐든 할 수 있어!” 정답이 아닙니다

지난 11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그리다 100가지 말 상처’ 기획전이 열렸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소통의 대상이자 온전한 인격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전시회이다. 전시회에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100가지 말과 그 상처의 말을 아이가 들었을 때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그림, 그리고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순화하여 표현하는 예시문도 함께 전시됐다.

아이들이 그린 100가지 말 중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있었다. ‘넌 아직 어려서 못해’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때 감정을 표현한 그림에는 절망감에 빠진 아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고, 아이는 어딘가에 갇힌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넌 아직 어려서 못해’를 순화해 표현한 내용은 ‘OO을 하고 싶은 거니? 혼자 하기 어려우면 엄마가 도와줄 수 있어’였다.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도움이 되고, 성취 욕구를 북돋우는 부모의 말은? ⓒ베이비뉴스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도움이 되고, 성취 욕구를 북돋우는 부모의 말은? ⓒ베이비뉴스

부모가 아이의 성취 욕구를 인정해주고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시기가 있다. 바로 아이의 호기심과 활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4~5세 때다. 이때 아이는 자아의식이 강해져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진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인식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에 스스로 답을 찾게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아이는 자기 자신을 평가하면서 ‘자기 개념(Self-concept)’을 형성해 나간다.

이와 달리 부모가 강압적인 태도로 마치 아이가 자신의 소유물인 양 “이건 이렇게 해야 해. 저건 저렇게 해야 해”라는 식으로 간섭하면 아이는 눈치를 보고 주눅이 든다. 아이가 하려는 것을 모두 받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부모는 아이의 자신감을 높여 주려고 아이의 행동을 무조건 허용하고 ‘넌 뭐든지 다 할 수 있어’라는 말로 칭찬한다. 

◇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기다려주기

하지만 이렇게 사실과 다른 말로 아이의 자아상을 부풀려 놓는다면, 아이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을 방해할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근거 없는 자신감, 왜곡된 자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마냥 아이의 자신감이 높다고 착각한다. 

물론 아이가 목표한 바를 주도적으로 해내는 것은 자신감을 높이는데 긍정적이나, 아이가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허용했을 때 만약 좌절감을 먼저 경험하면 아이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새로운 것을 오히려 시도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가 어떤 목표나 일을 스스로 성취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우선 쉽고 간단한 과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다. 쉬운 것을 성취하고 나서 자신감을 얻은 다음 차츰 난이도가 높은 과제를 수행해야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다. 무엇보다 아이가 과제를 완수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급하고 인내심 없는 부모는 아이가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부족하다. 그러면서 아이가 과제를 수행할 때 불안하고 걱정 섞인 표정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아이에게 부모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아이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을 내밀어도 늦지 않다. 아이에게 스스로 해 볼 기회를 제공하면서 아이가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어 주는 것,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 주어진 문제를 끙끙거리면서 해결하는 과정을 배우도록 하는 것, 그리고 필요한 순간에 손을 내미는 것이 아이의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

아이의 자신감은 아이 스스로 바라보는 관점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가정에서 부모가 바라보는 관점도 반영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능력을 미리 판단하고 ‘넌 겁이 많아서 못해, 아직 어려서 힘들어’라고 평가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뭐든지 도전할 수 있어’라는 말로 도전 지향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무리이다. 이보다는 아이 스스로 자기 존재가 갖는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KBS, MBC 등 방송국에서 10여 년 동안 MC 및 리포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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