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코로나의 여파로 내게 늘어난 것은 집콕 능력이나 답답증뿐만이 아니었다. 홈베이킹에 재미를 붙인 탓일까 그도 아니면 반경 100미터를 넘지 않은 지극히 제한된 행동반경 때문이었을까 몸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불면증 비슷한 증상이 생겨 새벽 3~4시까지 잠을 못자는 일이 빈번했으며 허리가 아파지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의 느낌도 예전 같지 않았다.
아이들도 점점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고 특히 큰 아이는 좋던 피부도 좀 거칠어지고 살이 갑자기 토실토실 올랐다. 건강하게 커 가는 과정이면 아무 상관없으련만 아이의 체력은 약해진 건 같아서 아무래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싶었다.
제일 처음 한 것은 패스트푸드를 줄이는 일이었다. 식당 내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게 영업 중인 곳도 별로 없고 있다 해도 코로나 환자 수가 상당한 이곳에서 외식을 할 수는 없으니 혹시나 바람 쐬러 잠시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식사 때가 겹치면 자연스럽게 패스트푸드점의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해 외식을 하곤 했는데 어느 덧 그 횟수가 일주일에 1~2번은 됐던 것이다.
매주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고 운동량은 절대적으로 준 상황이 일 년 가까이 되다보니 아이의 체중도 급격히 올라가고 체력도 떨어지는 듯 했다. 게다가 내가 취미를 붙인 베이킹의 여파로 아이들이 거의 매일 달달한 빵과 쿠키, 파이를 먹다 보니 탄수화물과 당류의 섭취가 크게 증가해서 몸에 좋을 리 없었다. 어른인 나 역시 그 여파로 몸의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으니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래서 우선 기존 베이킹을 중지했다. 아이들이 많이 먹고 싶어 할 때만 인터넷 정보를 이용해서 밀가루와 설탕을 쓰지 않는 쿠키 만들기, 파이 만들기에 도전했다. 물론 아이들의 반응은 그 전만 못하다. 달지 않은 빵이나 쿠키가 그 전만큼 맛있을 리 없다. 하지만 자극적인 단 맛보다 담백한 맛에 익숙해지도록 서서히 바꿔 나가리라 다짐하고 있다.
패스트푸드를 줄인 후에는 될 수 있으면 튀긴 음식이나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을 줄였다. 채소를 잘 먹는 큰 아이는 원래대로 먹었고, 채소를 잘 먹지 않는 둘째에게는 하트 모양으로 자른 오이, 꽃 모양으로 자른 당근을 달래서 먹이기도 하고, 가끔은 콜리플라워를 잘게 다져 밥 인양 볶음밥 속에 넣어줬다. 다행히 하루가 다르게 체중이 오르던 큰 아이의 체중은 빠지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은 오르지도 않았다. 한창 크는 아이니 먹는 것을 못 먹게 하지는 않고 간식이 먹고 싶다고 하면 과자는 거의 주지 않고 고구마 말랭이를 주거나 과일이나 우유를 줬다.
떡볶이 중독자에 가까웠던 나는 어느 날은 삼시 세끼 떡볶이를 먹기도 했었는데 떡볶이는 한 달에 한번만 해먹기로 했다. 좋아하던 파스타도 횟수를 줄였다. 그 대신 그동안 거의 잘 챙겨먹지 않던 단백질류를 좀 신경 써서 챙겨먹기로 했다. 그렇게 한 달 가까이 식단에 신경 쓰니 허리 통증이 훨씬 나아졌다. 체중계가 고장 나 체중을 재어본 적은 없지만 코로나 전에 입던 청바지가 작아져서 못 입고 있었는데 이제는 다시 입을 수 있게 됐다. 코로나 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수면시간도 점점 원래에 가까이 가고 있다. 아마 설탕 섭취량을 줄였기 때문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보기도 한다.
집에서 가장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지키던 아이들 아빠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나도 아이들도 좀 더 건강한 식단에 신경 쓰다 보니 아이들 아빠도 본인이 요리를 할 때는 좀 더 신경 쓴다. 채소를 더 넣고 인스턴트식품 쓰는 것을 줄였다.
코로나가 가져 온 집콕 생활이 여러모로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건강만은 꼭 챙기고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몸이 힘들어 보고 나서야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 때문에 오늘도 아이들 식단에 한 번 더 신경 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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