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또 젠더갈등…"국가·제도와 싸울 문제"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또 젠더갈등…"국가·제도와 싸울 문제"
  • 한상희 기자
  • 승인 2021.03.11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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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동아제약 채용 면접 성차별 논란이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면접 과정에서 "여자라서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한 것이 알려지자, 성차별이라는 비판이 일면서다.

"같은 일을 하는데 왜 노동 가치가 다르게 평가되야 하나"는 여성들의 의견이지만, "군필자를 우대하는 것이 왜 성차별이냐"는 남성들의 반론도 나온다. 군대 문제를 둘러싼 해묵은 젠더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의 피해자라고 밝힌 A씨는 지난 8일 블로그에 "지난해 11월 치러진 동아제약 면접 당시 인사팀장이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느냐'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동아제약의 '꼬리자르기'식 사과문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지난 6일 동아제약은 유튜브 영상에 "면접관 중 한 명이 면접 매뉴얼을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질문을 한 것을 확인했다. 해당 지원자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댓글을 남겼다.

회사 차원이 아닌, 단순히 면접관 중 한 명이 면접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문제로 본 것이다. 동아제약이 공식 사과문을 댓글의 형태로 단 점도 비판을 키운 부분이다. 논란이 커지자 동아제약은 당시 면접관에게 직책에서 물러나게 하고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동아제약에만 국한한 문제는 아니다. 직장인 서모씨(34)는 2년 전 쯤 경력직 면접을 보러갔을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면접관은 당시 연봉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 친구(남성 지원자)는 연차는 너보다 낮지만 군대를 갔다왔으니 2호봉 더 받는다'는 식으로 통보했다.

서씨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면접관은 "원래 말만 안하지 다들 그렇게 해"라고 말했다. 서씨는 "그 회사를 결국 가지 않았지만, 직무와 무관한 군 복무 경력을 왜 인정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면서 이번 동아제약 사건을 보며 여성이라면 일반적으로 겪는 일이란 생각이 들어 착잡했다"고 했다.

© News1 DB

반면 남성들은 "여성들의 군복무를 의무화하면 된다"" "권리는 주장하고 의무는 이행하지 않겠다는거냐" "남자만 군대가는 사회는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엔 2018년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이후 악화된 '젠더 갈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들은 '유리천장' '독박육아' 등을 거론하며 사회 전반에 남녀차별이 만연해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20~30대 남성들은 군대, 역차별 등의 논리로 반박하는 등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선 군 가산점이 철폐되고 군 경력을 승진에 반영하지 않는 등의 조치가 이어지는 상황이 논란을 가열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여성도 군대에 보내라' '남성 징병제 폐지하라'는 취지의 청원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법적으로는 어떨까. 여성들 사이에서 반발이 거세지만, 현행법상 군 복무 기간을 연봉에 반영하는 건 성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 임금체계에서 군경력을 인정해주는 문제는 각 기업의 선택에 달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1항 '사업주는 동일 사업 내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군 경력 인정이 헌법상 '합리적 차별'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뒤이은 2항에서 '사업자가 고충처리기관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의 의견을 들었다는 전제 하에 사업주가 동일가치 노동의 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그러나 군대 문제가 고용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군필자 우대 문제는 입사에서 시작돼 승진까지 고용과정에서 전반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며 "남성들이 2~3년 늦게 출발해도 승진까지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10년 이상 차이가 나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군대 경력은 국가가 다른 방식으로 보상해야지 고용시장까지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며 "공정성 담론이 남녀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데 이는 국가 및 제도와 싸워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군 가산점 인정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었는데 군 경력 인정 문제가 이제 도마위에 올랐다"며 "보다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군필자 우대 문제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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