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 난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아무개(40) 씨 부부는 지난해 2월 부천마리아병원(마리아병원 분원)에 내원했다. 여기서 김 씨는 정액 속 움직이는 정자가 단 하나도 없는 ‘완전사정자증’을 진단받았다. 부인인 이아무개(41) 씨는 난소 기능이 저하된 난임 환자였다.
부천마리아병원에서는 김 씨의 고환 조직 일부에서 정자를 채취하고 냉동보관했다. 그리고 이 씨에게선 과배란을 유도해 세 개의 난자를 획득했다. 이후 얼린 정자를 해동해 정자활성제를 투여한 후, 활동성이 가장 좋고 모양이 정상인 정자 세 개를 골라 미세수정을 시도했다.
일반적으로 미세수정 과정에선 정자를 난자에 주입한 뒤 배아를 일반 배양액에 넣는데, 부천마리아병원에서는 마리아병원 연구지원본부가 개발한 특화 배양액을 사용했다. 부천마리아병원 이동식 연구실장은 “특화 배양액 속 레스베라트롤이라는 항상화 성분이 정자와 난자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끌어올려 수정률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난임의 원인 40%는 ‘남성’에게 있다. 남성 난임의 원인 중 하나가 ‘사(死)정자증’이다. 정액 내에서 정자의 활동성이 거의 없거나 살아 있는 정자가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 경우 정자를 만들어내는 고환의 조직 일부를 채취해 정자를 얻고 체외수정으로 임신을 시도한다.
이때 배양접시에 정자와 난자를 섞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수정률이 떨어진다. 미성숙 정자가 많고 정자가 잘 움직이지 않아서다. 병원의 임상 배아 전문가인 이동식 연구실장은 “정자의 질이 떨어질 때 난자의 세포질 내로 정자를 직접 넣어주는 미세수정 방식에 레스베라트롤이 든 ‘특화 배양액’을 함께 사용하면 임신 성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수정에 성공하면 그 배아를 ‘타임랩스 시스템’에 넣어 3~5일간 배양한다. 이 시스템은 장비 내부의 카메라가 배아의 분할 과정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외부 모니터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일반 인큐베이터와 달리 배아를 배양 도중에 꺼내 확인할 필요가 없어 배아의 미세 손상을 막는다.
이 연구실장은 “여성이 40세 이상의 고령 난임 환자일 경우 타임랩스 시스템에서 특화 배양액을 사용하면 배아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배아가 더 건강하게 분열하며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을 거친 덕에 김씨 부부의 배아 세 개 중 두 개가 상급으로 거듭나고, 이중 한 개가 이 씨의 자궁에 착상해 임신에 성공했다.
특화 배양액은 남성 난임의 또 다른 원인인 ‘무(無)정자증’에도 적용된다. 정액에 정자가 없는 무정자증은 정자 생성에는 문제가 없는데 정자의 이동 통로가 막혔거나 고환의 정자 생산력이 떨어진 경우가 원인이다. 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사정자증·무정자증이 있는 난임 부부 12쌍에 같은 방식을 시도했더니 10쌍(83%)이 착상에, 9쌍(75%)이 임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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