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는 품사 중 하나로 문장에서 다른 품사를 꾸며주는 역할을 한다. 형용사와 동사와 함께 쓰이면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강조한다. 따라서 부사를 적절히 사용하면 내용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부사 중에는 ‘정도 부사’라는 것이 있다. 정도 부사란 말 그대로 강도나 정도를 표현하는 부사이다. 보통 이상의 뜻을 나타내는 정도 부사에는 ‘너무’, ‘진짜’, ‘꽤’, ‘정말’, ‘무척’, ‘매우’, ‘되게’, ‘몹시’, ‘아주’, ‘진짜’, ‘굉장히’, ‘상당히’ 등이 있다.
여러 정도 부사 중에서 누구나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정말’이라는 부사를 자주 사용한다. 한 분석 결과에서는 ‘진짜’의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국어원이 정보 처리를 위해 구축한 언어 자료 저장 공간인 ‘세종 말뭉치(sejong-corpus)’에 따르면 ‘진짜’는 25개 정도 부사 중 5번째로 사용 빈도가 높았다. 화자와 청자 간의 친밀도가 낮은 경우에는 ‘정말’을 사용하는 경향이 컸고, 높은 경우에는 ‘진짜’의 사용 빈도가 높았다. 김한샘 연세대 교수가 1950년부터 2018년까지 신문 말뭉치를 대상으로 정도 부사 사용 빈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굉장히’, ‘정말’, ‘엄청’, ‘잘’, ‘가장’이 꾸준히 증가하였고, ‘사뭇’, ‘무릇’, ‘넌지시’는 감소하였다. 이처럼 강한 성격을 지니는 정도 부사의 사용은 늘어나고, 말을 부드럽게 해주는 정도 부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일상에서도 특정 정도 부사만을 주로 사용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온라인 소통이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메신저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때 이모티콘을 주로 사용한다. 언어로 모두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이모티콘으로 전달함에 따라 자신의 존재를 더욱 뚜렷하게 인식시킨다. 그러나 이미지화된 이모티콘은 세밀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고, 오히려 감정의 깊이가 얕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대화법에 익숙해지다 보면, 감정을 깊게 교환하는 대화가 낯설어지고, 감정 표현이 서툴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
가정에서도 부모들은 아이의 말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정도 부사를 자주 사용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좋다’보다는 ‘너무 좋다’라고 하거나 ‘기쁘다’를 ‘정말 기쁘다’라고 할 때가 있다.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싫다’가 아닌 ‘너무 싫다’라고 표현하거나, ‘후회한다’를 ‘정말 후회한다’라고 할 때가 있다. 부모가 정도 부사로 적극적으로 반응하면 애착 관계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너무 과한 정도 부사의 사용은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부모가 매번 마다 ‘너무’, ‘정말’, ‘진짜’와 같은 정도 부사를 사용하다 보면 아이는 강한 표현에 익숙해진다. 그러다가 한 번쯤 덤덤한 표현을 했을 때 아이는 부모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하거나, 부모의 평가에 실망할 수도 있다. 이뿐 아니라 아이가 부모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고, 구체적인 감정 표현 방법을 익히지 못해 스스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상황에 맞게 구체적으로 표현해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분이 너무 좋지’보다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엄마랑 산책하니까 기분이 상쾌하지’라고 표현할 수 있다.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정말 싫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엄마가 밥하고 청소까지 해야 하니 정신이 없네. 장난감을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 엄마가 기분이 뿌듯할 것 같은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행동과 감정을 연결 지어 표현한다면 아이는 상황에 맞게 감정 표현하는 방법을 보다 쉽게 습득한다. 화가 난 아이를 발견했을 때, ‘진짜 화가 났네’보다는 ‘동생이 장난감을 던져서 화가 났구나’라고 하면서 행동과 감정을 연결해 표현한다. 이같이 부모가 감정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대신 언어화해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아이는 성장하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는 것과 더불어 타인의 감정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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