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우울해서 입맛이 없다든지, 반대로 매일 폭식한다면. 스트레스 때문에 매일 밤잠을 설친다면, 반대로 잠 자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기분 탓도 아니고, 의지가 약해서도 아니다. '병'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분장애' 환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기분장애란 기분 조절이 어렵고 비정상적인 기분이 오래 지속하는 장애를 넓게 일컫는다. 기분뿐만 아니라 의욕, 흥미, 수면, 식욕, 인지 등 넓은 영역에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울장애, 양극성 장애가 기분장애에 속하는 대표적 질환이다.
◇ 기분장애 환자, 매년 약 7%씩 늘었다…20대 환자가 제일 많아
기분장애의 대표 질환인 우울장애의 주요 증상은 우울감, 삶에 대한 흥미와 의욕 상실을 보이며, 자살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대개 불면과 식욕 저하를 보이는데, 반대로 종일 자거나, 폭식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불안증상 및 신체 증상도 우울장애와 동반해 나타날 수 있다.
양극성 장애의 주요 증상은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다. 병의 경과에서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독립적으로, 때로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조증시기에는 대체로 기분이 고양되어 있지만 사소한 일에 분노하고, 과격한 행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 반대로 우울해지면 불안, 무기력감, 절망감을 호소하고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진료 데이터를 활용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기분장애 질환 건강보험 진료 현황을 5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진료인원은 2016년 77만 8000명에서 2020년 101만 7000명으로 23만 9000명이 늘었고, 연평균 증가율은 6.9%로 나타났다.
남성은 2016년 26만 5000명에서 2020년 34만 5000명으로 30.2%(8만 1000명) 증가하고, 여성은 2016년 51만 3000명에서 2020년 67만 1000명으로 30.6%(15만 8000명) 증가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많았다.
전체 진료인원 101만 7000명 중 20대가 17만 1000명(16.8%)으로 가장 많았다. 60대가 16만 4000명(16.2%)로 그 뒤를 이었다. 남성은 20대가 가장 많았고(18.6%), 여성은 60대가 가장 많았다(16.9%). 9세 이하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선영 교수는 ”기분장애 중 가장 빈도가 높은 질환은 주요 우울장애"로 보며, "주요 우울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4.4%~30%로 알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그 빈도가 높은 결과에 대해 "환자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주 재발하고 이환기간이 길어지므로, 고령 여성에서 진료 빈도와 기간이 길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최근 젊은 층에서 불안장애, 우울장애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여러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분석했다.
◇ "'의지'로 이겨낼 수 없는 기분장애, 제대로 된 치료와 개입 필요"
지난해 기분장애 진료인원 중 우울에피소드 질환이 76만 6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양극성 정동장애는 11만 2000명, 지속성 기분(정동)장애 질환은 8만 4000명으로 나타났다.
2016년 대비 2020년 크게 늘어난 질병은 '상세불명의 기분(정동)장애 질환'으로 125.1%가 늘었다(2만 4000명). 지속성 기분(정동)장애 질환, 양극성 정동장애(질환)이 2016년 대비 각각 70.0%, 35.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선영 교수는 "일시적인 기분 변화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나, 기분장애는 상당 기간 동안 한 개인의 삶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이는 한 개인의 약함이나 의지박약으로 설명할 수 없고, 제대로 된 치료와 개입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질환에 따라 약물치료나 상담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라며 "증상의 심각도나 여러 요인을 고려해 전기경련 치료, 뇌세포 자극 치료술 등의 치료법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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