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 이런 구절이 있다. ‘군자는 일의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원인을 찾는다.’ 일이 잘못됐을 때, 남 탓이 아닌 자신에게서 잘못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남 탓을 하기 전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먼저 살핀 후 잘못을 고쳐나가는 것이 올바른 삶의 태도라는 것을 알지만, 남 탓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너 때문에’라는 말을 한 번쯤 사용해봤을 것이다.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너 때문에’라는 말을 무심코 내뱉을 때가 있다.
첫째, 부모가 아이의 잘못을 직접적으로 지적할 때이다. 예를 들어, “너 때문에 동생이 다쳤잖아”, “너 때문에 엄마는 밥도 못 먹었어”, “너 때문에 집안 청소를 했는데 또 해야 하잖아”, “너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됐어”를 들 수 있다. 부모가 전후 사정에 대한 상황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너 때문에’라는 말을 사용하다 보니 아이는 잘못의 이유를 찾기 어렵다. 단지 아이는 ‘너 때문에’라는 말을 듣고 과도하게 자책감을 느끼고, 부모를 실망시켰다는 부담감에 위축된다.
두 번째, 부모가 말버릇처럼 무의식적으로 사용할 때이다. 예컨대, “내가 너 때문에 못살아”, “너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 “너 때문에 지친다(힘들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이 고달프다”, “너 때문에 내가 참고 사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하니?” 등의 표현이 있다. 부모가 이런 말을 할 때는 보통 이미 다른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에서 아이의 말과 행동이 부가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때이다. 그래서 아이는 이 말을 듣고 자신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해서 부모가 지친다고 하는지 판단할 수 없고, 죄책감과 억울함만 느낀다. 게다가 아이는 ‘못 산다’, ‘힘들어 죽겠다’와 같은 극단적인 말을 듣고 늘 불안해한다. 자기 때문에 부모가 힘들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셋째, 긍정적 의미 같지만,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너 때문에’를 사용할 때이다. 예를 들면, “너 때문에 산다”, “너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는 거야”, “너 때문에 내가 밤늦게까지 일하잖아” 등이 있다. 이런 말은 언뜻 긍정적인 표현 같지만, ‘어쩔 수 없이’라는 말이 생략된 부정적인 표현이다. 부모가 마치 아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하면서 억울한 상황을 감수하고 산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부모가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있고, 자신의 불행이 아이 때문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이런 말은 아이의 가치관 형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 때문에 부모가 불행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미안한 마음에 부모의 기대에 맞춰 살아갈 수 있다.
‘너 때문에’라는 말은 핑계를 일컫는 말이자 자신의 잘못은 없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너’를 주체로 ‘내 탓’이 아닌 ‘남 탓’을 하는 말이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비난과 원망이 가득한 상태에서 아이에게 ‘너 때문에’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표현을 지속할 경우 아이는 주눅이 들고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 아이는 남 탓하는 부모의 언어습관을 자연스럽게 습득해 잘못의 원인을 항상 외부에서 찾으려 할 수 있다. 만약 ‘너 때문에’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있다면 부모 스스로 자신의 감정에 반응하기보다는 상황에 반응하면서 감정을 적절하게 대처하는 법을 터득해 나가는 것이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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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제를 해야할 필요가 있는것같아요 좀 더 상처를 덜 받는
언어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