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가 못 키우나?" 해외 입양되는 미혼모의 아이들 영화로 제작
"왜 우리가 못 키우나?" 해외 입양되는 미혼모의 아이들 영화로 제작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5.1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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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6월 3일 개봉하는 다큐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시사회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영화 장면 중 하나.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는 다음달 3일에 국내개봉한다. ⓒ커넥트픽쳐스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영화 장면 중 하나.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는 다음달 3일에 국내 개봉한다. ⓒ커넥트픽쳐스

“엄마, 어쩌다 그런 선택을 했어요? 난 엄마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정말로요.”

선희 엥겔스토프, 한국 이름 신선희.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됐다. 그녀의 삶이 불행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뿌리, 친생모에 대한 궁금증은 그녀를 필연적으로 한국을 향하게 했다.

한국에서 찾은 것은 친생모가 아니다. 그녀는 ‘무엇이 엄마가 자신이 낳은 아기를 직접 양육하는 걸 포기하게 만드는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미혼모 시설을 방문한다. 그리고 그 시설에 머물며 미혼모들이 출산을 기다리고, 출산하고, 아기의 입양을 결정하거나 직접 양육하는 과정을 목격한다.(영화 「포겟 미 낫(Forget me not)-엄마에게 쓰는 편지」 중)

10일은 한부모의 날, 11일은 입양인의 날. 두 날을 맞아 해외입양인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다큐 영화 「포겟 미 낫(Forget me not)-엄마에게 쓰는 편지」(제작: Final Cut for Real(덴마크)&민치앤필름(한국))의 시사회가 10일 오후 3시 명동 롯데시네마 애비뉴엘 5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시사회는 한국한부모연합이 주최했고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과 한서승희 젠더문화연구소 대표, 허민숙 입법조사관, 민영창 국내입양인연대 대표가 참석했으며, 한부모가족과 당사자들이 모여 씨네토크의 시간을 가졌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과 이임조 부산한부모센터 대표는 영화 상영 전, 한부모 가족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정영애 여가부 장관과 이임조 부산한부모센터 대표는 영화 상영 전, 한부모 가족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영화 상영 전, 정영애 여성가족부장관은 “정부는 미혼모·미혼부의 어려움과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덜고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부모 여러분들의 생활고, 사회적 편견, 자녀 양육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여기 계신 한국한부모연합과 회원단체, 당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서 “지난달 27일 발표한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가족이 차별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이다. 오늘 보게 되는 영화는 해외입양인감독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사회적 편견, 가족들 반대 등의 현실적 한계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가지는 미혼모 입양에 구조적인 문제를 돌아보는 중요한 시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문제에 대해 제기되는 것을 정책으로 잘 담겠다”고 밝혔다.

이임조 부산한부모센터 대표는 “임신과 출산은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시작이다. 이 가족들이 유지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게 정부와 사회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각자 의견이 엇갈릴 수 있지만, 가족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며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영화 관람 후 시네토크 시간에 관객과 패널들의 질의응답을 정리했다.

◇ 미혼모들이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방법은?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미혼모들의 삶에대해서 관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미혼모들의 삶에대해서 관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영화 배경이 왜 서울이 아니라 제주도인지 궁금하다. 

-김민철 공동제작 대표 : “왜 하필 제주도일까. 제주도는 섬이기 때문에 환경이 폐쇄적이고 주위의 시선에 더 신경을 많이 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는 드라마가 많다. 개인적으로도 제주도가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고민해 봤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부터 선희 감독이 미혼모 시설들 캐스팅 위해 여러군데 문의를 했지만, 문을 열어준 곳은 제주도 애서원 뿐이다.”

Q. 한국 사회의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문화가 감독은 의문이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단지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로 봐서 슬퍼하는 것은, 감독이 가장 지양하는 바가 아닐까. 우리 사회에 대한 질문이지만 나에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라기보다는 각자에 대해서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 감독께서 우리에게 주는 과제가 아닐까.

-민영창 대표 : “저는 입양인으로서 영화를 담담하게 보기 힘들었다. 영화의 엄마들은 제 어머니의 모습이고, 아이는 내가 되는 것이다. 그나마 그 아이를 지키려고 하는 어린 엄마가 있다는 것이다. 그 아기와 엄마를 어떻게 떨어뜨릴지만 고민하는 것, 그렇게만 보면 어떨까 싶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 이것은 굉장히 잔인한 장면이다. 약하고 약한 존재를 지키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허민숙 입법조사관 : “영화의 엄마는 어려서 계속 공부를 해야하고, 아기는 키울 돈이 없다. 부모님은 주위 평판이 두렵다. 이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청소년부모는 공부를 마쳐야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렇다면 아이를 위탁 부모나 좋은 양부모에게 보내면 모두가 행복한가? 이게 문제다. 결국 감독도 30살이 넘도록 평생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기간동안 쓰지 않아도 될 에너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양부모 밑에서 불행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어릴 때 입양보내면 다 잊을거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Q. 영화에서 보면 청소년 미혼모들은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말하지만, 부모와의 갈등에서 입양보내는 것을 선택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청소년 부모들이 양육을 하기 위한 정책이 어떤 것이 있을까?

-관람객 : “현재 지원제도는 전무하다. 청소년 한부모인 경우에는 허민숙 조사관님이 만 19세까지 120만 원 진료비를 받을 수 있도록 확대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데, 이것이 전부라고 보면 된다. 지금도 원룸, 모텔, 고시원에 계신 청소년 부모들이 나에게 전화가 온다.”

-한서승희 대표 : “청소년 미혼모들은 선택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 청소년 미혼모 법안 개정안을 개선하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나이 많은 미혼모도 비슷한 처지다. 미혼모들을 보면 35세에서 40세가 가장 많다. 여성이 결혼하지 않고 애를 낳았을 때는 사회의 부조리를 느낄 수밖에 없다.”

Q. 제 동생이 미혼모다. 저는 언니고 조카와 같이 살고 있다. 동생은 성폭행에 의한 임신을 했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했다. 다행히 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이 지지해줘서 아이를 낳았고 주변에서도 응원을 많이 해줬다. 동생은 성년이었고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를 낳자마자 입양할 것인지 물어봤다. 입양을 종용하더라, 이것을 동생은 가장 힘들어 했다.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일용직 노동뿐이었다. 미혼모들에게 직업훈련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생각했다. 영화를 보며 공감도 하고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한서승희 대표 : “돌봄 공백은 너무 크다. 미혼모들에게 현실적으로 아이돌봄이 지원되지 않고 있고, 영화장면에서 아이를 목사님에게 위탁보낼 때 엄마는 슬퍼하고 한 마디도 안 하는데, 주위에서 계속 대화하고 아이를 위탁 보낸다.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을 할때 미혼모들의 주체성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 미혼모에 대한 차별과 편견 해소,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이외에도, 이날 시사회는 ▲미혼모·미혼부 정책의 철학 부재 ▲시스템 부재 ▲이주 한부모가족의 문제 ▲해외 입양 ▲입양 기관의 문제점 등이 논의되는 뜨거운 자리가 됐다. 

김권영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관은 “오늘 영화를 보고 많이 느꼈다. 저희들이 미혼모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책을 편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보면서 미혼모, 청소년한부모, 한부모가족의 차별이나 편견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며 “영화 내용에도 편견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저희들이 정책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차별과 편견, 가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은 정부의 책무가 아닌지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한 “청소년 부모에 관한 것은 청소년복지 비원법으로 지원근거를 만들겠다”며 “비록 부족한 면은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청소년한부모, 한부모들에게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영화의 내용을 실제 미혼모시설을 지원하면서도 보지 못했다. 직접 현장에 있으면서 아픈 마음들을 느낄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 현재 청소년부모 사업을 시작하는데, 틀을 잘 만들어서 노력하겠다. 모든 한부모들이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길 바란다. 응원한다”고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공동제작자인 김민철 감독은 "이 영화는 출연자 없이 만들 수 없다"며 "영화에 출연한 아기 엄마, 애서원 스태프 등 이 자리 모시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 현재 선희 감독은 자가격리 중"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밝혔다.

이 영화는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액트 오브 킬링 The Act of Killing」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2관왕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에 2회 노미네이트 되기도 한 덴마크의 다큐멘터리 명가 Final Cut for Real과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등으로 잘 알려진 한국 제작사 민치앤필름이 공동제작을 맡아 수작으로 완성됐다. 세계 3대 다큐멘터리 영화제 중 하나인 제10회 코펜하겐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CPH:DOX)에서 경쟁 부문에 선정되며 처음 공개돼 호평을 받았고, 오는 6월 정식 국내 개봉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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