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호 기자】
지난 11일 인천시 서구 마전동의 아파트 앞 삼거리에서 4살 딸의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가던 32살 엄마가 좌회전하며 들어오던 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당시 엄마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아이는 바닥에 넘어지면서 다리에 골절상을 입는 등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 4개 단지, 2천 가구에 가깝지만 신호등 하나 없던 아파트 앞 삼거리
사고 현장 인근에는 아파트 단지들이 곳곳에 들어서 위치해 있었고 4개 단지, 2000가구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아침 출근 시간대에 난리도 아니에요 이 근처 아파트사는 사람들 출근 차량들에 통학 차량들 뒤섞이고 그렇게 차량이 많은데 신호등도 하나 없어요."
"어린이 보호구역에 신호등 하나 없지 속도 감시하는 CCTV도 없지 이제서야 여기에 부랴부랴 방지턱 설치한다는데.. 죽은 사람만 안타까운 거죠."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말로는 이곳은 평소에도 차량 통행량이 많고 사람과 차량이 섞여 사고 위험이 컸다고 합니다. 사고가 발생한 삼거리 좁은 도로에 횡단보도가 4개나 존재하지만 시민들과 아이들의 안전을 최소한으로 방어해 줄 신호등이나 과속 단속 카메라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등원길 4살 아이의 끔찍했을 기억.. 안타까운 주민들
사고로 숨진 엄마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사고 현장인 삼거리 앞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도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이곳에 헌화를 하거나 음료수, 커피 등을 놓아두며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그녀에게 애도를 표하고 있었습니다.
사고 현장을 지나던 한 시민은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며 천천히 입을 뗐다. "사고 후 아이가 눈을 떴을 때 이제는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슬펐을지 어리다고 모르는 것도 아닌데 그 생각만 하면 제 마음도 무너져요."
현장을 취재하며 만났던 주민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일처럼 아파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남아 있는 어린 딸에 대한 걱정으로 한숨지었습니다.
◇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은 알아서 지켜야?
앞에서 전했듯이 이곳에는 평소에도 차량 통행량이 많고 지나는 시민들도 많아 사고 위험이 컸던 곳이라고 시민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신호등은 보이지 않았고 그 흔한 어린이 보호구역 CCTV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망한 엄마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정문 앞에는 안전을 위해 U턴을 금지하는 표시 안내문과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걸 확인했지만 이것조차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한 것이라는 주민의 설명입니다.
"안그래도 차들이 많이 지나다녀서 사람이 위험한데 또 이곳에서 U턴을 많이해요. 그래서 저희가 설치한거예요 우리가 불법 U턴하는 차들 자체적으로 신고하려고요."
경찰에 따르면 사고를 낸 운전자 B씨는 지난 8일 왼쪽 눈 수술을 받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습니다. 경찰에는 "수술로 앞이 흐릿하게 보였고 차량 A필러(전면 유리 옆 기둥)에 시야가 가려 모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술이 사실이라해도 B씨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은 위험한 상황에서 안일하게 운전대를 잡은 셈이며 특히 안전 운행이 요구되는 스쿨존 내 주행중에 안전 의무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눈 수술이라는 B씨의 증언마저 치료를 한 병원에서는 수술은 아니고 운전하는 데는 지장이 없는 시술이라고 전해졌습니다.
딸 아이의 손을 잡고, 어깨엔 유치원 가방을 멘 한 가정의 평범한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경찰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좁은 이면 도로라 이곳에는 신호등을 설치하기 어렵고 사고 현장에서 150m 가량 떨어진 초등학교 앞에는 방지턱, 카메라, 신호등이 다 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너무나 늦었지만 일상을 되찾고 아이가 이곳을 다시 걷게 되는 그날의 도로는 지금보다는 더 안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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