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양육비 지급 거부한 남편 집주소로 찾아가봤더니...
15년간 양육비 지급 거부한 남편 집주소로 찾아가봤더니...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5.17 18: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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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 남편의 양육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위장전입' 실태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집주인은 "그 사람이, 형이 거주하는 집에 찾아오는 줄 알았지 주소등록이 된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집주인은 "그 사람이, 형이 거주하는 집에 찾아오는 줄 알았지 주소등록이 된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그 사람 형이 지난해까지 여기에 살았다. 형이 있으니 동생이 오는 줄 알았지 주소 등록이 돼 있는 줄 몰랐다. 지난해 이사 가면서 같이 주소에서 나간 줄 알았다. 어쩐지 그 사람 우편물이 많이 오더라."

집주인은 전혀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2006년 이혼을 하고 나서, 15년째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A(55) 씨는 14일 오후 서울 강동구 성내3동에 위치한 전 남편 B(52) 씨의 주민등록상 주소로 찾아갔지만, 집주인은 B 씨가 자기 집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A 씨가 전 남편 B 씨으로부터 받아야 할 양육비는 현재 기준으로 총 4900만 원이다. 매월 40만 원씩 양육비를 받을 권리가 있는데, 그동안 전 남편에게서 비정기적으로 몇 차례 받은 게 전부다. 아이가 8살 때 남편과 이혼한 A 씨는 그동안 혼자서 아이 양육을 책임져왔다. 남편 B 씨에게 양육비를 받으려고 소송도 걸어봤지만, 남편 B씨는 양육비는 줄 생각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남편 B 씨가 자신이 살고 있지 않은 주소에 위장전입한 상태인 것으로, 이날 확인된 것. A 씨는 이날 동행한 이영 양육비해결연합 대표, 베이비뉴스 취재진과 함께, 관할 주민센터인 성내3동 주민센터로 발길을 옮겼다. 현행법상 위장전입을 알게 됐을 경우, 주민센터에 위장전입을 신고할 수 있다.

10분 쯤 걸어서 주민센터에 도착했다. 주민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주사를 예약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황이었다.

주민센터에서 A 씨가 B 씨의 위장전입에 대해 신고를 하던 중, 주민센터를 찾아온 집주인과 마주쳤다. A씨로부터 B씨가 자신의 집에 위장전입이 돼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집주인은 직접 B 씨의 주소를 말소하러 주민센터에 왔다.

주민등록 담당자는 “절차를 순서대로 밟겠다. 말소 신청으로 거주 불명이 되는데는 두 달 정도 걸린다”고 전했다. 이 담당자는 “위장전입 신고는 먼저 주민등록 위반 공고, 홈페이지 공지이며, 문자는 서비스”라고 설명했으며, “실사를 언제 하느냐”고 물으니 ”일정은 모른다”고 했다.

◇ '집주인에게 말소 신청 취소하라'고 소리친 주민센터 공무원

주민센터에서 B 씨의 위장전입을 신고하던 중, 집주인이 방문해서 직접 위장전입 신고를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주민센터에서 B 씨의 위장전입을 신고하던 중, 집주인이 방문해서 직접 위장전입 신고를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A 씨는 위장전입 신고를 마친 뒤, 주민센터 밖에서 집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황당한 일을 겪게 됐다. 주민센터 주민등록 담당자는 취재진 일행을 찾아와 “목소리와 얼굴이 나오면 안 된다. 휴대폰이랑 카메라 확인하겠다”고 말했고, 기자는 “목소리 얼굴 안 나간다. 위장전입 신고 과정을 취재하는 것”이라고 반복해서 설명했다.

그러자 이 담당자는 집주인에게 “아주머니도 말소 신청 취소하라”며 “고민하고 계시지 않았냐”고 소리쳤다. A 씨는 “공무원이 불법 위장전입 신고를 막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이영 대표는 “집주인 말소를 막으면 우리가 말소신청을 하겠다”고 맞섰다. 집주인은 주민센터 담당자에게 “우리집 주소에 다른 사람이 전입돼 있는데 말소 신청 취소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정리된 후, 이영 대표는 기자에게 “모든 주민센터가 이런 건 아니지만, 혼자 신고하러 간 한부모 양육자들은 담당자가 ‘양육비 받으려고 이러느냐’며 계속 물어서 신고를 포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주민센터 신고 후에, B 씨의 주민등록법 위반 사항을 신고하기 위해 인근 경찰서를 방문했다. 경찰서 신고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담당 경찰은 “주민등록법 위반 신고는 일반적이지 않아서 담당 형사가 배정되면 다시 설명하셔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양육비 주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위장전입'

주민등록법 제37조에 따르면 거주지를 이중으로 신고한 주민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는 결코 가벼운 처벌이 아니며, 주민등록법을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부모 가족 153만 가구 중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80%는 양육비를 못받는 이유로 양육비 채무자의 위장전입을 1순위로 꼽고 있다.

위장전입은 왜 양육비의 사각지대가 됐을까. 쉽게 설명하자면 양육비를 채무하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처벌은 ‘감치’ 이후 진행된다. 감치란 형사처벌과 별개로 법정질서위반자, 의무 불이행자 등에 따라 법원사무관 등으로 구속하게 해서 교도소·구치소 또는 유치장에 최대 30일 인신구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양육비 채무자가 주소지를 허위로 신고한 경우, 감치명령서 오발송이 지속되면서 감치명령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 위장전입은 양육비 채무자들이 아이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이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면 양육자는 경제생활에 매달릴 수밖에 없으므로, 피해는 아이의 몫이다. 지금도 많은 한부모 가족들은 비양심적인 양육비 채무자들의 위장전입 꼼수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양육비 채무자, 아이 볼모로 양육자에게 협박...아이에게는 부양의무 강요

채권자인 A 씨는 전남편인 B 씨에게 받아야 하는 양육비가 4000여 만원이다. B 씨는 이혼 전 A 씨에게 일체의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채권자인 A 씨는 전남편인 B 씨에게 받아야 하는 양육비가 4000여 만원이다. B 씨는 이혼 전 A 씨에게 일체의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A 씨는 전 남편과 이혼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998년도에 결혼했다. 결혼과 동시에 B 씨의 형과 같이 살았는데, 결혼하고 5개월 뒤 B 씨의 형은 초등학교 5학년 성폭행 미수 현행범으로 구속됐다. 딸이 9개월 때 B 씨의 형이 출소했다. 무서워서 아이를 두고 집을 나설수 없었다.” 

이후 B 씨의 형과 같이 살 수 없다고 말한 A 씨는 집안에서 ‘형을 쫓아낸 나쁜 년’이 됐고, 딸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B 씨는 생활비, 아이 교육비 등 한푼도 생활에 보태지 않았다. A 씨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안해본 일이 없다. 기자가 ‘가장 슬펐던 적이 언제냐?’고 물으니, A 씨는 “B 씨의 형과 아이를 단둘이 둘 수 없었다. 자는 애를 억지로 깨워서 어린이집 보내고 출근했다.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설명했다.

B 씨가 미지급한 양육비는 4900만 원. 하지만 현재까지 B 씨는 위장전입을 통해 감치를 피하고 있다. 이 와중에 B 씨는 대학 홍보대사인 딸에게 ‘엄마가 바람피우고 외박해서 이혼한 것’이라는 내용의 거짓 메일을 보냈다. 또한, 딸에게 자살소동을 하거나, 엄마의 외박에 대해 말할 거라고 A 씨에게 협박을 하고 있다. A 씨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둘째고, 왜 어른들 싸움을 아이가 알아야 하는가”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B 씨는 2년전 암 수술을 했다며 대학생인 딸 아이에게 부양의무를 강요하고 있기도 하다.
 
◇ 서영교 의원실 “주민등록법 위반행위 강력 단속하고 처벌할 것”

경찰은 "주민등록법 위반 신고는 일반적이지 않아 담당자가 배정되면 다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경찰은 "주민등록법 위반 신고는 일반적이지 않아 담당자가 배정되면 다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양육비채무자의 위장전입 신고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로 시간을 낼 수 없는 양육자들은 양육비채무자의 위장전입을 확인하러 다닐 수도 없다. 기자는 ‘양육비 채무자들의 위장전입을 막기 위한 방법’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서영교 국회의원 측에 문의했다. 

서 의원실 측은 “한부모가정 비율이 전체 가구수 7%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한부모가정이 아이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양육비를 받지 못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양육비를 미지급한 나쁜 부모 때문에 아이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 한부모가정 중 양육비 받지 못한 가정은 10가구 중 8가구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6월부터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서 운전면허를 정지할 수 있고, 7월부터 감치명령 후 출국금지 요청·명단공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감치명령 송달 자체가 어려운게 큰 문제. 송달을 하지 못하면, 출국금지, 명단공개, 형사처벌이 무용지물”이라고 공감했다. 

또한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양육비채무자에 대한 주민등록법 위반행위를 강력히 단속하고 처벌해서 위장전입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특히, 지자체에서 사실조사를 나갈 때 위장전입 대상자에게 사전 연락으로 알리고 일정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제가 행정안전위원장으로서, 행정안전부에 각 지자체로 공문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앞으로도 한부모가정 아이들의 양육환경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 의원실에서는 14일 행정안전부 측에 '주민등록 사실조사 철저실시 요청' 공문을 보냈고, 20일에는 이 주제로 양육비해결연합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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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e**** 2021-05-18 11:42:14
송달도안되고 여러이유로 감치명령받는데 1년 넘게걸렸는데 겨우 출석해서는 돈50만원 판사앞에서내고는
감치취소해주고 풀어줬습니다. 그리고는 판사님이보내라는 돈도 안보내고
4대보험 안잡히려고 직장도그만둔거로하고 수입없다면서 새차끌고 다니고..
그런데도 판사님은 직장을 그만둘이유가있었겠지요하고는 재판끝.
나라에서 운전면허정지시킨다니까 협의한돈으로 안주고 2,30만원씩
겨우보내는. 꼼수나부리고.. 그전에 못받은 미지급금이 4천만원인데..
그건아예 재산없다고 못준다고 배짱부리니..
무료법률공단도 감치명령관한 소송도 한번하고나니까 두번째는 안해주려구하구요..
절차가 너무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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