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산복도로 르네상스 이후 과거의 생활 문화를 살펴보거나 회상하기 위해서 혹은 부산 앞바다의 경치를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방문하고 있다. 레트로(retro)한 ‘갬성’이 산복도로에 새롭게 활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를 추억하거나 과거의 감성을 기대하며 방문하는 사람들은 산복도로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특히 그 지역 아동에게는 낡고 불편한 우리 집을 보여주기 싫은 외부인일 뿐이다.
집은 일상생활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정말 소중한 공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족의 울타리이기도 하다. 이처럼 집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하지만 여전히 집을 개인적인(가족단위) 공간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5년 「주거기본법」제정을 통해 주거에 대한 권리도 국민의 기본권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 극복을 위해 현 정부에서는「주거복지로드맵」등 주거복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라는 사회적 이슈 속에 청년과 노인에 대한 지원이 집중되어 성장해서 청년이 되고, 삶을 살다 노인이 될 아동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 아동의 삶은 주위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동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자주 인용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집과 관련해 아동에게 우선 배려한 부분이 있는지, 지역이 지역의 아이를 키우는데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부산광역시 아동 주거권 증진을 위한 주거 설문조사’(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 2020) 결과에 따르면 부산시(서구, 동구) 아동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정도는 ‘최소 주거면적’ 뿐만 아니라 ‘구조·성능 및 환경기준’에서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혼자 쓰는 방이 ‘없다’(35.7%), 바깥의 소리가 ‘뚜렷하게 들린다’(62.8%), 여름에 바깥과 다름없이 ‘덥다’(35.8%), 집에서 벌레와 쥐 등을 ‘직접 보거나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53.8%), 집 벽과 천장에 ‘곰팡이가 있다’(37.3%), ‘비가 샌 적이 있다’(22.1%) 등의 결과만 봐도 적어도 응답한 아동의 비율만큼은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주거(최저주거기준 미달)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로 인해 집이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졌다. 여건이 좋지 못한 빈곤가구 아동의 삶의 질은 일반가구 아동에 비해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 어려움 속에서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아동주거권에 대한 우리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동의 주거에 대한 자기결정권 존중이 필요하다. 아동주거권은 아동의 수요(needs)와 감성(sensibility)을 고려하여 지역에서 책임지는 아동 최저주거기준 설정과 주거지원에서 시작할 수 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의 완성은 현재를 살고 있는 아동이 지금 집에서 가족들과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지원하여 ‘우리 동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외부인에게 부끄럽지 않고, 친구에게 놀러오라고 할 수 있는, 가족들과 걱정 없이 안심하고 같이 살 수 있는 집이 그 출발이다. 어른의 ‘갬성’이 아니라 지역에서 살고 있는 아동이 자신들의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역에서 책임지는 주거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2021년을 살고 있는 아동의 집에 대한 만족이 미래의 어느 순간에 새로운 레트로, 즉 뉴트로(new-tro)가 될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