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의원 “나도 화장실서 유축하던 설움 있어… 모유수유 인프라 개선해야”
신현영 의원 “나도 화장실서 유축하던 설움 있어… 모유수유 인프라 개선해야”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8.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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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손문 인제대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신현영 국회의원(下)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출산 후 1시간 이내 엄마 젖을 먹일 것을 권장하고 있으나 국내 진행률은 44.2%에 불과하다. 세계모유수유연맹에서 정한 8월 1일부터 7일간의 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모유수유에 대한 팩트체크와 모유수유를 선택한 엄마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 말 

☞ (상편) “모유수유 좋은데 넌 왜 안 했어? 비난 말고 모자동실부터 늘려야”에서 이어집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모유수유를 선택한 엄마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모유수유를 선택한 엄마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모유수유에 관한 사회적 인프라는 열악합니다”

앞서 상편에서는 신손문 교수를 통해 모유수유의 장점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인지, 또 모유수유와 관련해 잘못 알려진 내용은 없는지 팩트체크했다. 이어진 하편에서는 의사 출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통해 직장생활과 병행하면서 두 아이 모유수유를 한 경험담과 모유수유를 선택한 엄마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의원님께선 직장생활하면서 두 아이를 낳아 키우셨는데, 모유수유는 어떻게 하셨어요? 경험해 보시니까 일하는 엄마들이 모유수유하기에 사회적 인프라나 직장 내 배려가 충분하고 느껴지셨어요?

“저는 첫째는 14개월, 둘째는 8개월 모유랑 분유를 혼유했어요. 유두혼동이 있을 수 있긴 했는데 아이가 고맙게도 잘 먹어서 그나마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었어요. 서러웠던 건 직장에 수유실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유축을 해야했던 점이에요. 화장실은 비위생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죠. 유축해서 냉장이나 냉동 보관해야 하는데 보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리고 아이한테 미안함도요.  

모유수유에 관한 사회적 인프라는 열악합니다. 복지부에서 모유수유 관련 실태조사나 위생점검을 진행하고 있지만 좀 더 강화돼야 해요. 모유수유를 강요하는 사회가 되면 안 되겠지만, 모유수유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저만해도 모유수유와 관련해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요.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께 따로 배운 적도 없고요. 맘카페에서 다른 엄마들 이야기 들으면서 했어요. 모유 짜 놓은 거 날짜 적어 냉동하고 순서대로 녹여 먹이고 스스로 체득한 것도 상당히 있었죠. 

예외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시거나 고통이 받는 분들도 계시던데요, 전문가 컨설팅을 받으면 모유수유에 대한 압박도 덜하고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물어볼 곳도 없고, 연락할 곳도 없고, 사회적 인프라가 없다 보니 좋은 줄 알아도 해보고 안 되면 그냥 분유 먹이자 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저출생 대책에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데 모유수유에 대해 지속해서 전문가 의견 듣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Q. 분만하고 나서 1시간 이내 엄마가 아기에게 젖도 물리고, 엄마와 아기가 같이 있으면서 서로 친숙해지고 하는 게 모유수유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던데요. 분만 후에 아기랑 같이 있으셨어요?

“분만하고 나면 아이는 신생아실로 데려가요. 제 경험을 좀 더 말씀드리자면, 둘째 아이는 일시적으로 산소포화도가 떨어져서 일주일 정도 중환자실에 있었어요. 조산도 아니고 정상분만, 정상 체중이었거든요. 엄마인 저는 3일째부터는 젖이 불기 시작해서 너무 고통스럽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이를 만나게 해달라고 건의했어요. 다행히 허용해줘서 중환자실에 들어갔는데 젖은 못 물리게 하더라고요. 아이를 한 번 보게만 해주고 신생아 감염과 오염을 이유로 면회도 잘 안 시켜줬어요. 아이는 분유로 시작했고요, 저는 퇴원할 때까지 아이를 못 먹여서 중고 유축기 사서 열심히 짜냈죠. 빨리 퇴원시켜달라고 강력하게 건의해서 7일 입원할 걸 5일 입원하고 퇴원했어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획일적이고 약간은 과잉인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둘째는 모유를 8개월 만에 거부하더라고요. 아이와 교감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난 것 같아서 그때는 섭섭한 마음도 있었어요.”

Q. 두 아이의 모유수유 기간 차이가 있는데요, 자라면서 어떤 차이가 나타나기도 하던가요?

“둘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분유로 시작했고, 중환자실 있으면서 항생제를 맞혔고, 모유수유 기간도 짧았고 총체적으로 면역력에 영향을 분명히 준 것 같아요. 실제로 감기를 달고 살았고 입원도 많이 했거든요. 소아과에서는 천식 아니냐고 할 정도로 호흡기 쪽으로 많이 약했어요. 처음에 신생아 때 중환자실 들어갔던 게 인위적 약물치료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단 생각을 해요.”

◇ “모유수유를 원하는 엄마라면 할 수 있도록 공식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 필요”

신손문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신현영(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모유수유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신손문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신현영(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모유수유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모유수유를 하고 싶지만 못하시는 분들의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내 모우수유 실태조사’(만 2세 미만 아이 둔 산모 1000명) 자료에 따르면, 모유가 부족해서(43.4%), 모유수유기간이 충분하다는 자신의 판단(26.6%), 직장 사정(11.4%), 아기가 젖을 잘 빨지 않아서(5%), 분유가 더 좋다고 들어서(4.5%) 등으로 조사됐어요.”

Q. 모유수유를 선택한 엄마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어떤 게 있을까요?

“모유수유가 부족한지 확인해 줄 수 있는 전문가의 맞춤형 상담이 필요해요. 직장에서 모유를 유축할 수 있도록 수유실 설치 등 인프라를 확대해야 하고요, 모유수유 중단 이유는 극복 가능한 사유가 많고 오해로 인해 시도했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관건인데, 전문가 중재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모유수유를 원하는 엄마라면 할 수 있도록 공식적이면서 전문적인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아름아름 누군가의 도움받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는 몇 번 시도하다 좌절하고 분유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보건의료 영역에서 공공 또는 민간에서 잘할 수 있는 데서 전문가 컨설팅 지원 시스템 인프라를 갖춰야 해요. 컨설팅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그에 대한 성과와 좋은 사례를 개발하고 지자체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계와 정부, 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결국에는 모유수유를 성공하고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데요, 교육을 제공하는 분들에게 충분한 수가나 보상을 제공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모든 시스템이 행위별로 돼요. 처방해야 수익이 나는 시스템이죠. 의료에 대해서도 상담하는 데 쓰인 시간에 대한 보상이 없다 보니 질적 시스템이 따라오지 못하는 겁니다. 전문가들이 엄마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아이를 잘 성장시키도록 도와주고 전문가 도움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좀 개선되면 도움이 될까요? 

“소아과가 많이 어려운 상황인데, 적어도 상담을 강화하면서 한 명 한 명 아이들에 대해 충분한 상담과 수가가 같이 갈 수 있는 부분요, 의사뿐 아니라 의료인이나 상담 전문가를 키워내는 게 저출생 대책에 포함돼야 합니다. 

출산하고 나서 처음 경험하는 엄마 입장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해요. 그게 신생아 도우미나 산후조리도우미가 될 텐데,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이 더 열악하게 모유수유를 못하고 있습니다. 실태조사 보면,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모유수유 비율이 높고, 소득이 낮을수록 일을 더 해야 하는 상황이라 모유수유를 못 하더라고요. 더 적극적으로 취약계층에 산후조리도우미 지원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 “모유수유 교육…정기적으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근거 마련”

신현영 의원은 "모유수유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사람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신현영 의원은 "모유수유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사람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최근 여러 이유로 이른둥이 출산도 늘고 있습니다. 이른둥이에게 모유는 생명을 살릴 수도 있는데요, 모유은행이 운영되는 곳이 국내 두 곳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익산 제일산부인과 두 곳인데, 여기도 운영이 어렵습니다. 미숙아가 모유를 먹으면 충분한 면역 증진을 통해 괴사성 장염 등 감염성 질환 예방 및 생존율을 향상시켜요. 미숙아를 위한 모유를 먹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매우 중요합니다. 모유은행에 대한 위생관리, 질 관리,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에서 커버해야 할 꼭 필요한 부분이에요.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운영하는 데 있어 필요성 확대, 운영하는데 적자 나지 않고 필요한 사람들이 공적인 영역에서 믿고 이용할 수 있게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Q. 모유수유와 관련해 법안 발의 계획도 있으신가요?

“모자보건법을 개정해서 모유수유 교육에 대해 정기적으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려고 해요. 모유수유 하고 싶은 분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인프라 확충을 위해 국가나 지자체 지원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Q.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임신, 출산, 양육과정에서 국가의 더 많은 관심과 세부적 지원을 섬세하게 설계하는 것이 저출생 대책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신·출산·모유수유 과정을 통해 아이를 양육하는 게 평생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어야 하는데 사회적 압박으로 느끼거나 엄마의 의무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상당히 괴롭고 오히려 우리 사회가 더 불행해질 수 있어요. 모유수유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사람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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