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할 때, 믿고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잔소리할 때, 믿고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1.09.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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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아이에게 잔소리 할 때 3분의 법칙
재촉하는 잔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는 평소에 눈치를 보면서 긴장을 많이 하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마음이 다급해지면서 실수를 하기도 한다. ⓒ베이비뉴스
재촉하는 잔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는 평소에 눈치를 보면서 긴장을 많이 하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마음이 다급해지면서 실수를 하기도 한다. ⓒ베이비뉴스

잔소리는 아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잔소리가 마냥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부모의 일방적인 잔소리가 심해질 때, 아이는 ‘간섭’과 ‘통제’가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이때 ‘3’의 기술을 적용하면 일방향의 잔소리를 쌍방향의 대화로 바꿀 수 있다. 먼저 감정 조절을 위한 ‘3초’이다. 부모는 잔소리할 때 보통 분노와 짜증이 난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는 아이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을 수 있고, 부정적 감정들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된다. 아이는 자신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해서 혼이 나는지 알지 못한 채 부모의 짜증이 난 얼굴, 큰 목소리 등의 비언어적인 요소만을 기억한다. 따라서 ‘욱’하는 순간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일단 ‘3초’ 정도 잠시 시간을 갖고 과잉된 감정을 가라 앉힌다.

그리고 ‘3문장’ 이내로 짧고 간결하게 말한다. 일반적으로 잔소리할 때 듣기 싫은 말을 계속 늘어놓는다. 이는 부모 스스로 화를 어쩌지 못해 불필요한 말을 일방적으로 내뱉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아이가 백번 천번 말해도 도무지 말을 안 듣는다고 고민하기보다는 부모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쉽도록 ‘3문장’ 이내로 간단명료하게 말한다. 예컨대, ‘속상하지? 그건 하면 안 되는 일이야. 대신 다른 걸 해볼까’와 같이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고, 행동 변화를 요청한 후 대안 찾기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고 올바른 방법을 제시한 후 미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탁자 위에 올라가는 건 위험한 일이라 안 돼. 앞으로 유리컵을 만지고 싶다면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얼른 와서 내려줄게’가 있다. 이때 의문형이 아닌 서술형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잔소리할 때 말이 많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너 왜 정리를 안 하니?’, ‘너 뭐 하는 거야?’, ‘언제까지 스마트폰 보고 있을 거야?’ 등과 같이 의문형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의문형은 훈육이 아니라 부모의 단순한 불평에 해당할 뿐이다. 따라서 ‘책장에 그림책을 꽂자’, ‘이제 TV 꺼야지’ 등과 같이 요구 사항을 서술형으로 전달해야 말이 더 길어지지 않는다. 최소한의 것을 3단계로 나눠 순차적으로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단순히 명령형으로 ‘장난감 정리 좀 해’보다는 ‘방금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첫 번째 통에 담아야지’라는 식으로 1단계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말한다. 이때 아이가 반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짜증을 내거나 다른 지시로 옮기지 않는다. ‘네가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라고 말한 뒤 아이의 행동 변화 후 다음 단계 요구 사항을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행동 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3분’으로 정한다. 잔소리할 때 손가락을 함께 사용하면서 ‘셋 셀 때까지 해! 하나, 둘, 셋!’이라고 하며 조급하게 다그칠 때가 있다. 재촉하는 잔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는 평소에 눈치를 보면서 긴장을 많이 하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마음이 다급해지면서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 행동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아이가 지금 하는 일을 시간을 두고 마무리할 수 있도록 ‘3분 안에 스마트폰 보는 거 끝내자’나 ‘3분 뒤에 책 읽자’ 등으로 표현한 후 여유롭게 기다려준다. 이렇게 부모의 강요와 명령이 아닌 아이 스스로 자기 결정권과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의 뇌는 마치 속도가 느린 컴퓨터와 같다.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잔소리할 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숫자 ‘3’은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시간이다. 기다림은 아이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과 신뢰에서 나온다. 그 믿음 속에서 아이의 작은 성장과 변화를 기대한다면 조급함과 느긋함 사이에 숫자 ‘3’을 기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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